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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뫼(군산) 서사-삼학동, 삼학(三鶴) 이야기
글 : 최영두 / cydnovl@naver.com
2024.06.19 14:40:4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삼학동의 원경

 

삼학동을 아시나요? 세 마리 학이란 이름을 가진 이 동네는 조선시대 한양으로 올려보내던 한산 모시와 나포 숫골의 삼베를 말리던 곳인 모시산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산에 말뚝을 박아 그곳에 모시를 건조시켰던 모시산이 있던 자리에 지금 모시공원이 자리해 있습니다. 그리고 삼학이란 이름은 모시와 삼베가 바닷바람에 너울너울 펄럭이던 모습이 학들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던 모습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집니다.

 

기와집들이 모여 있던 지와골, 남산마을 언덕에 반짝이던 대추나무 잎사귀들 너머로 사람도 넘고 바람도 넘는 햇살 밝은 대추말재가 있던 언덕, 비잔티움 양식의 돔을 지닌 동중 동고가 자리해 있던 추억의 거리입니니다. 지금은 도시의 중심이 옮겨가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뜸해지고 신호등 없는 거리엔 차들만 굽이쳐 흘러갑니다.

 

삼학주공아파트 앞 모시공원

 

 

오래 전 돌산이 깎이고 엿공장이 있던 신작로, 풀장이 생기면서 수많은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던 곳이 바로 이곳 삼학동입니다. 오래된 향나무가 구불거리던 학교의 교정, 지붕 낮은 판잣집들이 게딱지처럼 붙어 있던 언덕, 골목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오던 마을입니다. 월명산에서 뻗어온 노서산 자락을 따라 연탄길처럼 좁은 길들이 이어지며 힘겨웠던 시절을 잘 견뎌온 추억의 거리입니다.

 

햇살 좋은 민둥산 들풀의 경계 위로, 너른 날개를 펼쳐든 세 마리 학이 날아오르듯 언덕 곳곳에 나부끼던 새하얀 모시의 날갯짓을 떠올립니다. 나라 잃은 땅에 오가던 기모노와 나가기(長着)차림의 일본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오르던 이 나라 민초들의 부단한 날갯짓입니다. 서천 곳곳 모시 짓던 사람 모이던 한산장이 군산으로 옮겨와 모시전으로 서던 날에 무리 지은 언덕들, 그 햇살 좋은 마을에 솟구치던 하얀 날갯짓과 빛나던 햇살을 바라봅니다.

 

신호등이 없는 삼학동 거리

 

 

그 언덕에 서면 나라 잃은 시절 망국의 한을 달래며 배고픔에 스러져간 토담집.가난한 조선 사람들의 흰옷 입은 모습이 다가옵니다. 나라 없던 시절에도 서러운 바람이 광풍처럼 몰려오고 6·25 전쟁 나던 해에도 학도병들의 붉은 피 산하에 뿌려지고 향나무 동산으로 돌아오던 유골을 안고 오열하던 울음소리가 들려던 곳입니다. 오늘도 골목길 따라 바람이 하늘 가득 그들의 넋으로 살아나 도시의 언덕으로 날아오릅니다.

 

잊혀진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한, 삼학의 노래는 긴 국수 가닥을 말리던 언덕집을 따라 햇살 가득 들려옵니다. 추억의 기념비처럼 그 언덕 골목에 서면 함께 어울어지던 대보름 풍물 소리가 다시 살아나고 함께 행복했던 지난날들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밀려옵니다. 뜨거운 하늘 아래 높이 날아오르던 새하얀 날갯짓, 그 눈부신 비상이 그리움이 되어 마음 깊이 날아옵니다. 세월 속에 희미해진 추억의 언덕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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