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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솔원 시인의 아이와 떠나는 자연산책 5 - 박태기 나무
글 : 신솔원 / speed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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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기 나무

 

언젠가 은행나무 밑동에 난 어린 가지를 보며 환상통을 얘기했을 때 선생님은 환각지(phantom limb)를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선생님께 이 글을 드리는 연유입니다.

언제 잘린 지도 모르는 나무 밑동에서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반점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는 붉게 터져버렸습니다. 사지가 없어진 뒤에도 여전히 있는 것처럼 자각하게 된다는 환각지. 지금 이 나무가 혹시 환각지를 느끼는 건 아닌가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무는 기어코 화려한 꽃을 피워냈는데 내 마음은 자꾸 쓸쓸한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왜 아닐까요. 늙은 나무가 꽃을 피울 때도 저 마음을 어쩌나 안타까이 바라봅니다. 죽어버렸다고 베어버린 나무가 살아있는 듯 꽃을 피워버렸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답니다.

나무 뿌리는 제 몸통이 잘려진 후에도 7년간이나 물을 끌어 올린다니 다음에도 꽃이 필지 나는 벌써부터 내년 저곳을 서성입니다.

어쩌면 어미 없어진 걸 안 땅이 한없이 보듬어 피워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구도 봐주지 않았을 저 꽃을 마중하고 배웅한 것으로 저의 봄은 시작이었고 끝이었음을 선생님과 나누고자 합니다. 엄마가 밥태기 나무라고 하여 늘 붉은 꽃밥으로 기억되는 박태기 나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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