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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눈은 왜 안 내리는 거야!"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2.06.01 16:17:4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작년 가을 50년 만의 물난리로 피해가 컸던 태국(泰國) 우본(Ubon) 지역 학생과 현지 선교사 등 24명이 5월 7일(월)~14일(수)까지 군산을 방문했다.  다니엘기숙사(6명), CDP(7명), 선교사(3명)와 자녀(8명)로 이루어진 방문단은 향토음식도 맛보고, 지역 청소년들과의 문화교류, 시티투어 등을 하면서 즐겁게 보냈다.  태국의 제2도시 우본 지역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와 학생들의 군산 방문은 결연을 맺은 ‘기아대책 전북·충남 서부지역본부’ (본부장 백준호 목사)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기아대책’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71년 설립된 국제 NGO 단체.  백 본부장은 “아이들의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태국 학생들이 군산에 온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고 반가움이 앞섰다.  2011년 4월 ‘기아대책 새만금이사회’ (회장 이종예) 이사들을 따라 동남아 3국(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비전트랩’ 갔을 때 한국의 전통 무용과 노련한 태권도 시범을 보여줬던 학생들도 섞여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해서 지난 7일 저녁 환영회가 열리는 ‘신가네 칼국수’ 식당을 찾았다.  금강호휴게소에서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학생들은 오성산(228m) 주변의 야트막한 봉우리들이 신기하게 보이는지 고개를 자꾸 두리번거렸다.  산을 구경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사는 아이들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국은 국토 대부분 평지여서 농사용 저수지 보기가 어려운 나라로 알려진다. 

 

아는 얼굴이 없어서 서운했다.  체격이 왜소해서 초·중학생들인 줄 알았는데 중·고생들이고 대학생도 있다고 해서 놀랐다.  처음엔 얼굴이 비슷해서 헷갈렸으나 한글 이름이 적힌 명패를 목에 걸고 있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름이 보(Bo), 메(May), 파(Fa), 동(Dong), 킵(Kip), 타오(Tao) 등으로 생소했다.  재미있는 것은 태국 사람들은 이름이 길어 짧은 예명(닉네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상징적인 예가 수도 ‘방콕’이다.  방콕은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 담긴 끄룽텝(Krung Thep).  본래 이름은 한글로 ‘끄룽텝마하나컨아몬랏타나···.’이지만 짧게 줄여 사용하고 있단다. 

 

저에게 한국사람 같다고 해서 더 좋았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허기동(48) 선교사 통역으로 인사소개가 있었다.  해맑고 순수한 눈망울의 태국 학생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허 선교사가 자신들을 초청해준 단체 임원과 저녁 자리를 마련해준 어른들 성함을 거명할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합창하듯 인사했다.  군산지역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김관영 당선자도 참석해서 아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김 당선자는 오른손을 들어 “파이팅!”을 외친 뒤 “여러분의 군산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큰 홍수로 피해를 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은 분명히 이루어집니다.  군산에 있는 동안 아름다운 추억 만들어 가세요”라며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다.  허 선교사가 “이 분은 고시 3관왕입니다”라고 소개하자 박수가 터지기도.

 

저녁 메뉴는 배추시래기를 고명으로 얹은 보리밥에 삼색 바지락 칼국수와 돈가스, 열무김치, 배추겉절이 등이 푸짐하게 나왔다.  예쁜 색깔의 음식들이 차려진 음식상을 처음 대하는 아이들은 그렇잖아도 검은 눈망울이 휘둥그레.  허기동 선교사는 돈가스와 보리밥 비벼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었고, 아이들은 음식이 조금이라도 남을세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메(May: 19세) 양에게 한국에 온 소감을 묻자 “꼭 와보고 싶었는데 너무나 좋고 가족이 생각날 만큼 한국 분들이 사랑해주셨다”며 “대구에서 사우나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머물면서 보고 느낀 점도 밝혔다.  “한국의 발전상에 놀랍고, 어디 가나 하나님 교회가 있고, 어디를 봐도 하나님 사랑을 느끼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장애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선물을 받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 음식을 잘 먹은 것도 한국 음식이 맛있었던 것도 감사합니다.  한국 분들이 저를 보고 한국사람 같다고 해서 더 좋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밖으로 나왔다.  둥그런 보름달이 금강호휴게소를 비추며 오성산 능선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쟁반처럼 둥근 달도 환하게 웃으며 군산 방문단을 환영하는 듯했다.  일행은 식당 앞에서 손을 맞잡고 백준호 본부장과 감사 기도를 올린 뒤 시티투어 하는 날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비릿한 냄새는 싫지만, 바다는 볼수록 좋아요!

 

방문 나흘째 되는 날(10일)은 금강 철새 조망대, 구암교회 삼일운동 기념관, 진포 테마공원, 근대역사박물관, 한국지엠(대우자동차), 군산항 5부두, 현대중공업 부두, 새만금 방조제 등 군산의 명소를 돌아보는 시티투어를 했다.  첫 번째 코스는 성산면에 자리한 ‘철새 조망대’.  허기동 선교사가 동심으로 돌아가 손으로 귀를 잡고 오리걸음으로 걷자 학생들도 쭈그리고 앉더니 ‘꽥꽥’ 소리를 내며 걸었다.  학생들은 힘들어하면서도 마냥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방문객을 환영이라도 하듯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펴자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발길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는 학생도 있었다.  구암동산에 있는 ‘구암교회’로 이동해서 2008년 개관한 삼일운동 기념관도 돌아봤다.  의료선교사 '드루'(Drew)와 '전킨'(Junkin)이 1896년 4월 군산진영 수덕산에 포교소를 설립하고 의료·선교 사업을 하다가 조계지로 지정(1899)되자 현 구암동으로 이사해서 세운 게 ‘구암교회’다.  호남 기독교의 교두보였으며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3·1 만세 운동(3월 5일)이 일어난 교회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종예 회장의 해설과 허기동 선교사 통역을 귀담아들으며 수첩에 메모하기도. 

 

한국전쟁과 월남전 때 출격했던 전투기와 수송기 전차, 탱크 등 각종 무기가 전시된 진포 해양 테마공원에서도 학생들 관심은 대단했다.  전시된 수송기에 오르자 놀란 토끼 눈으로 부품들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남녀 학생들은 퇴역한 위봉함(LST)에 올라서도 사병들이 사용하던 침실, 식당, 이발소, 사진 전시실 등을 꼼꼼히 살펴봤다.  입구에 세워진 해군 마네킹을 다정하게 껴안으며 기념촬영 하는 여학생이 귀엽고 천진스럽게 느껴졌다. 

 

점심으로 감자탕을 맛있게 먹고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으로 이동해서 국제무역항 군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알 수 있는 1층 해양물류역사관과 1930년대 9월 군산의 거리를 재현해놓은 3층 근대생활관을 돌아봤다.  학생들 관심의 열기는 박물관에서도 뜨거웠다.  특히 여학생들은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한복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근대역사박물관을 돌아보고 승용차 생산과정을 견학하기 위해 소룡동 공단에 자리한 한국 지엠 군산공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홍보팀 임태용 차장은 “먼 이국에서 찾아온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회사 소개와 하루 생산량 등에 대해 설명했다.

 

“38만 평 부지의 이곳 ‘한국 지엠’은 자동차 완성품 생산 공장입니다.  현재 만들고 있는 차는 ‘크루즈’, ‘울란도’입니다.  기술자 15명 몫을 하는 로봇 힘으로 하루에 1200대, 한 시간에 60대씩 생산하지요.  자동차는 한 대당 2만 5천 개의 부품이 필요합니다.  모두 이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 협력업체에서도 만들지요.”  임 차장은 “군산시 인구의 10% 경제를 ‘한국 지엠’이 맡고 있다”고 했다.  군산항을 통한 하루 수출액을 100으로 봤을 때 70%를 대우차가 올리고 있다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학생들은 임 차장이 “방문 기념으로 여러분에게 모형 자동차(마티즈)를 한 대씩 선물하겠다”고 하자 기뻐하며 환호로 답했다.  허기동 선교사는 이번 방문은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말로만 듣던 아이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라고 했다.  처음 방문이지만, 음식도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단다.  아이들 식성을 잘 알기 때문에 방문하는 곳마다 부탁한다고 했다.  태국인들도 우리처럼 매운 음식을 잘 먹는 편이란다.   홍성원(45) 선교사는 “CDP에서는 중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왔는데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성품과 출석률로 어렵게 선정했는데 그중 빠진 학생이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유는 외국여행을 허가해줄 부모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군산에 온 CDP 학생 중 한 명만 부모가 있고 나머지는 할머니와 지내고 있다는 설명은 가슴을 짠하게 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눈은 왜 안 내리는 거야!

 

‘한국 지엠’에서 바다가 ‘합죽선’처럼 펼쳐지는 제5부두와 제6부두로 이동했다.  허이레(17) 군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망망한 서해를 꼽았다.  바다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는 싫지만, 볼수록 좋다는 것.  안개 때문에 먼 경치를 볼 수 없어 아쉽지 않으냐니까, 처음 보는 풍경이어서 그런지 안개 자욱한 바다가 더 멋있다고 했다.  시인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어 신시도 전망대에 올라 ‘아이스 바’(얼음과자)를 사 먹었다.  기념촬영 하는 학생들에게 군산이 어떠냐고 물으니까 활짝 웃으며 “참 아름다운 도시에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은 추워죽겠다며 꼼짝을 못했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눈은 왜 안 내리는 거야!”라고 푸념도 했다.  열대의 나라 태국에서도 기온이 섭씨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동사(凍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기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태국 방문단은 오후 4시 30분 신시도 전망대에 도착해서 위용을 자랑하는 배수갑문과 새만금 방조제(33.9km)를 조망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시티투어를 마쳤다.  이어 백준호 본부장이 시무하는 나운동 백두산 교회로 이동해서 ‘사랑의 헌옷 전달식’과 태국 ‘우본 도서관 건립 기금 전달식’을 마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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