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카페 ‘뮤직포유(Music4U)’가 군산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고 있다. 아직 한번쯤 그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뮤직포유’라는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을 정도다. 간혹 ‘뮤직’은 알겠지만 ‘포유(4U)’는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은 ‘For You'를 같은 발음인 '4U'로 축약 표기한 것이다.
‘4U’는 강석종(74)사장이 2002년도 나운동 주공4차아파트 건너편 ‘사랑가정의학과 의원’이 들어 있는 4층 건물에 문을 열어 9년여를 운영해 오다가 작년에 은파 물빛다리 부근 자신 소유의 건물 2층으로 이전하였다. 사랑가정의학과 원장이자 강사장의 큰 딸이기도 한 강상희씨는 ‘4U’의 설립에서부터 운영까지 부친의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새롭게 이전한 물빛다리 옆 빨간 지붕의 그 건물 아래층에서는 강사장의 둘째 딸인 Barista 강진희씨가 'Red Hat'이라는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맛 좋은 커피는 물론 여유로운 분위기와 미소도 덤으로 주는 곳이다.
‘4U’는 은파로 이전 한 뒤에도 문화동 시절의 독자적인 문화예술 콘텐츠의 명맥은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곳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강석종 사장님의 일관된 집념에서다. 들어오는 수입보다는 내 돈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오랜 이러한 문화 활동에 회의나 한계를 느낄 법도 하련마는 그러기는 고사하고 갈수록 열정을 더해가는 그의 모습에 지인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속설에 강씨(姜氏)고집은 알아줄만하다더니 가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랄까. 젊어 한 때 교직에 몸을 담았고 사업에도 손을 댔던 강사장은 은퇴 후 음악을 좋아하는 ‘끼’만은 버릴 수 없어 처음엔 자신의 취미 공간으로 업소를 열었지만 업소를 찾아주는 동호인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게 되었다. 그래서 설립 이듬해인 2003년도부터 월 1회 음악회를 열게 되었는데 어느덧 111회 음악회를 갖게 되었으니 그 세월만 해도 어느덧 만 9년인 셈이다. 처음엔 내 고장의 음악인들 중심으로 연주회를 가졌지만 서울을 위시한 외지의 명망 있는 음악인도 초빙하면서 점차 외연이 확장되고 내실도 기함으로써 지역 문화 공간으로서의 명성과 입지가 다져지고 있다. 더욱이 새로 이전한 은파의 건물에서는 창밖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물빛다리 인근의 호수 정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멋스럽기 그지없다.
‘4U’에서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영화를 상영하며 셋째 주 토요일은 음악회를 연다. 영화는 작품성 있는 외화 위주로 이재천 회원이 선정하여 DVD로 감상하는데 음악회와 더불어 올해로 벌써 6년째 이어가고 있는 ‘4U'의 주 콘텐츠이다. 전주시민이기도 한 그녀는 정작 문화도시로 알려진 전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개인 운영 문화공간이 군산에 있다는 것에 부럽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현재 교육공직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영화의 해설집 등 몇 권의 책까지 출간했을 정도로 다방면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음악회의 경우 1부는 클래식으로 진행하고 2부는 회원 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황을 영상으로 감상하기도 하며 당일 섭외된 뮤지션들이 즉석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음악가들만 해도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을 위시, 전북대 출신으로 루마니아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강민석을 비롯해서 김원정, 김현주, 황손(皇孫)이석 등 250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2부에서는 회원 중심으로 공연 시간을 갖는데 피아노와 기타, 색소폰, 오카리나 등의 연주와 더불어 자유롭게 노래도 부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그간 이곳의 음악회에 자리를 같이 해 준 시민들만 해도 어림잡아 7,3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곳의 각종 행사 정보를 강사장이 직접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사람만도 3,000여명이 넘을 정도다. '4U'를 찾는 손님들은 거의 원숙한 연령층을 이루고 있고 문인, 의사, 법관, 공무원, 전문직, 문화예술인, 직장인, 자영업자 등 직업도 다양한데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감대 하나로 자연스레 친교의 공간이 되기도 하며 익산, 전주, 서천, 멀리는 대전, 서울에서까지 참여하는 열성 회원도 있을 만큼 문화적 광장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이 특별하다고 하는 이유는 영화나 음악회에 참석하는 손님들 모두에게 입장료는커녕 간단한 식사와 맛 좋은 커피까지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멋진 음악들을 선별하여 손수 구운 CD를 정성스레 케이스에 담아 일일이 나누어 주기도 하는데 지금껏 이렇게 배포된 CD만 해도 어림잡아 5만여 장에 이른다. 이 일을 지난 9년 동안 집요하게 계속하고 있는 강사장은 그래서 좀 유별난 사람으로 회자되기도 하는데 이곳을 처음 찾은 손님 입장에서는 단지 음악만 제공 받는 '뮤직4U'를 넘어서 업주의 넉넉한 인심까지 제공 받는 이런 별난 공간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직은 문화적 토양이나 재정 기반이 전반적으로 취약한 군산에서 이렇듯 자신의 개인적 잇속보다는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군산의 자랑이자 역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그래서일까. 문화예술을 통한 남다른 애향심과 헌신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8년도 제2회 군산예술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정작 그 자신은 별로 한 일도 없는 자신이 이런 큰 상을 받게 될 줄 몰랐다면서 멋쩍어 할 때의 표정이 개구쟁이 소년처럼 순박하기만 하다.
‘4U'는 수년 전부터 연중 1회 10월 토요음악회만큼은 시민문화회관에서 가져왔는데 올해는 은파 이전 기념행사 겸 해서 지난 5월 19일, 인근 물빛다리 무대에서 111 번째 음악회를 가졌다. 금번의 행사는 ’4U'의 역대 그 어느 음악회보다도 규모나 내용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빛다리 무대가 개설된 이후 이런 저런 수많은 공연이 있었지만 기껏해야 관중 수 200~300석을 채우기도 급급했던 여타 행사와 달리 이번 ‘4U' 행사에는 500석의 의자를 준비했음에도 그것도 부족하여 수 백 명이 선 채로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시(市)나 사회단체도 아닌 일개 카페에서 주관한 음악회에 이렇듯 많은 인파가 참여한 전례가 없었기에 군산시민은 물론 외지에서 참여한 사람들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날 음악회는 군장대 이해숙 교수의 세련된 사회로 소프라노 정수희, 피아노 김수미, 조선정, 바리톤 정규환, 테너 이진영, 기타 장세경, 바이올린 김버들 등의 감미로운 연주에 이어 4인조 여성 뮤지컬 팀인 J,Holic의 리드미컬한 무대가 펼쳐졌고 2부에서는 ’4U' 동아리 회원들의 무대로 꾸며졌는데 이재천 회원의 시 낭송과 함께 보컬로 출연한 소프라노 정수희를 비롯해서 심 나탈리아, 주경숙, 주경주 자매, 조찬백, 문지숙, 일명 염실장으로 통하는 염계영외에 색소폰의 이윤자, 베이스기타 이일권, 미국인으로서 군장대에 출강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단 캠벨, 드럼의 김보석 등의 유쾌하고 신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막내둥이 회원으로서 ‘어머나’ 노래를 부른 팔방미인 에스더는 기성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과 무대 매너로 공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으며 듀엣 ‘소리새’의 귀에 익은 노래에 이어 마지막 순서인 회원 모두의 합창을 끝으로 막을 내렸는데 더욱이 문동신 시장이 직접 참석하여 축사를 함으로써 더욱 뜻 깊은 공연이 되었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시민들의 감동어린 표정에서 이날 음악회의 후한 점수가 읽혀졌다.
금번 공연도 마찬가지지만 음악회 행사는 철저히 강석종사장의 구상과 아이디어로 기획되며 여기에 열과 성을 마다하지 않는 열성 회원들, 그리고 음으로 양으로 성원을 보내는 동호인들의 의기가 투합 된 결과물로서, 참여한 회원들은 말할 것 없고 행사를 끝내고 난 뒤 강사장도 그 어느 때보다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으리라 여겨진다. 아니 어쩌면 그는 벌써부터 다음 음악회를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뮤직4U’에는 ‘포유사람들’이라는 동호회 모임이 있다. 기존의 영화모임(SM)과 노래모임(FM)을 통합한 것인데 특별히 회원 가입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나 음악에 취미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거나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이곳의 분위기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할 의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할 경우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이라 해서 특별한 의무가 뒤따르는 것은 아닌 일종의 친목 모임이므로 일단은 성실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 모임을 통해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으며 좋은 사람들과 교류의 폭을 넓힐 수도 있는데 모임 때마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모임의 회장인 이정희씨는 회원 개개인의 성향이나 개성을 잘 파악해서 서로가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매사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아무쪼록 ‘뮤직4U’가 이번의 행사를 계기로 더욱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동호회에도 동참하게 되기를 바라며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으로도 성장을 거듭하여 우리 고장은 물론 대한민국 제일의 문화공간으로 그 위상을 떨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뮤직 4U (063) 466-8202
Red Hat (063) 466-8203
군산시 미룡동 49-5 (은파 물빛다리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