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붉은 것이 단풍이요, 꽃보다 고운 것이 연두!”라는 말이 있다. 계절의 여왕으로 5월을 꼽지만 4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갈 즈음, 산과 들에 피어오르는 새순들! 그 여린 듯 부드러우면서 촉촉한 생명이 느껴지는 생글 생글 연두를 보노라면 갓 난 아이의 까르르 웃음이 느껴지고, 수줍은 소녀의 작은 손이 그려지기도 한다. 연두색 이파리에 낮은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기라도 하면 세상에서 제일 고운 색이 연두라는 말에 이의를 달고 싶은 자 없을 것이다. 현재 수송동 롯데마트 맞은편에 위치한 ‘좋은사람 좋은치과’의 이형재 원장을 만나 그가 찾는 인생의 즐거움이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맥군_ 여러 가지 취미를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뭐냐?”라고 누구든 묻는다면 서슴없이 ‘연두!’라 대답 합니다. 저는 그 연두를 즐기기 위해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연두를 잘 기록하기 위해서 사진으로 찍고, 산으로 들로 연두를 보러 다니려면 체력이 필요하니 마라톤과 MTB를 즐기고, 다양한 연두를 보기 위해 그림과 사진 보기를 즐겨합니다. 또 연두를 보러 멀리 가려면 자동차가 필요하니 차를 좋아하고, 연두를 더욱 싱그럽게 하기위해 음악과 와인을 곁들인다고 술 취한 어느 날 떠든 적이 있습니다.
맥군_ 병원 인테리어가 독특합니다.
2년 전 이곳으로 치과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1/100 도면을 직접 자를 대서 그린 스케치만 50여장, 깔끔한 환자대기실과 편안한 진료실을 만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들려줄 오디오를 제대로 세팅하기 위한 이유가 컸지요. 치과는 누구나가 무서워하는 병원입니다. 깔끔하고 편안한 인테리어의 대기실에 앉아 좋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린다면 아무래도 긴장이 덜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음악 선곡과 오디오 세팅에 무척 신경을 씁니다. 또 커피를 직접 내리는 테스트를 거쳐 가장 맛이 좋은 것을 선택해 직접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바리스타가 뽑아주는 그런 정도는 아니겠지만 작은 커피머신으로 뽑아낼 수 있는 커피 중에는 맛과 향에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제 자신이 환자가 뜸한 시간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부리고 싶기 때문에 커피는 항상 에스프레소를 즐깁니다.
맥군_ 얼마 전 열렸던 새만금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4월 28일 치러진 새만금 마라톤에 출전했습니다. 풀코스를 완주했고, 기록은 4시간 7분으로 썩 좋은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책을 보며 혼자 훈련한 걸 생각하면 그런대로 만족합니다.
맥군_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저에겐 아들이 둘 있습니다. 올 해 9살, 6살인데 7~8년 후에 두 아들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게 제 꿈 중의 하나입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아들들 뒤에서 숨 가쁘게 따라가는 늙은 아빠가 아닌, 두 아들을 이끌고 등반 코스에 대한 이야기와 풀과 나무에 대한 설명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꾸준히 운동을 해서 좋은 몸을 유지해야겠지요.
맥군_ 군산에서 운동하기 좋은 곳을 소개하신다면?
우리 군산은 자연을 즐기기에 너무나 좋은 도시입니다. 월명산, 은파호수공원, 청암산, 그리고 바닷가를 도심에서 바로 만날 수 있다는 건 군산시민에게 축복입니다. 옥산면의 청암산은 호수 주변 산책로가 15km정도 되고 야산으로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등산은 물론이고 산악 달리기, MTB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더구나 이곳은 오랫동안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보존이 잘 되어 있고 자연 경관이 훌륭합니다. 다양한 나무와 풀을 볼 수가 있죠. MTB, 즉 산악자전거는 좁은 등산로를 내달릴 때 상당한 스릴을 만끽할 수가 있습니다. 순간의 실수에도 경사면 아래로 구르거나 길 아래 저수지에 빠질 수가 있거든요. 가장 좋은 MTB 코스는 적절한 경사도를 가지고 있어 자전거에서 내릴 일이 적으면서도, 오르락내리락 다리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곳입니다. 넓은 호수와 빽빽한 숲이 어우러져 풍광 또한 좋은 곳이 바로 청암산입니다. 3년 전만 해도 청암산 한 바퀴를 돌면 많아야 한두 명의 등산객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사람이 많아져서 새벽에 MTB를 타고 있습니다. 청암산에 MTB 코스를 따로 분리해 등산객과 자전거가 불편하지 않게 한다면 아마도 전국에서 MTB 동호인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맥군_ 개인 음악감상실도 가지고 있다면서요?
어려서부터 음악과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에서 음악과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엔 층간 소음으로 인해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기왕에 만들려면 제대로 하자고 하다 보니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앰프에서 연결되는 스피커 케이블만 해도 십여 가지 제품을 거쳤고, 서브우퍼 세팅에만 10달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모든 걸 제 손으로 하다 보니 80% 완성 됐다고 생각되는 데 3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맥군_ 그럼 그 곳은 주로 어떻게 활용하시는지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애니메이션과 S/F 영화를 즐기는 가족극장 이지요. 음악과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과 와인 한 잔 하며 음악도 듣고 영화 및 공연 실황을 즐기고 누구나 편안하게 함께 하고자 노력합니다. 오디오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만 가구는 모두 재활용 장터에서 가져온 것들입니다.(웃음) 아들과 함께 ‘반지의 제왕’을 보노라면 뿌듯해집니다. 울리펀트(3편에서의 커다란 코끼리) 군단이 등장할 때 건물이 흔들리는 발자국 소리, 1편에서 발록(동굴에서 불 괴물)이 불을 뿜을 때 실내 공기가 요동을 치며 불기운이 뿜어지는 듯한 느낌은 등 뒤가 서늘해지게 합니다. 웬만한 극장보다 사운드 면에서는 한 수 위라고 자신합니다.
우리는 그 어떠한 예술품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꼽는다. 그런데 큰 나무들이 일렬로 줄지어 있거나, 사람이 의도적으로 조각해 놓은 것 같은 바위를 신비의 경관이라 말하는 경우는 없다. 자연은 그냥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고 그 자연스러움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길가에 무심히 자란 소나무 한그루와 풀 한 포기도 자연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음만 열어 놓는다면 우리는 군산이 주는 선물을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이형재 원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그리고 가족들과 자신을 믿고 찾아주는 환자들을 위해 진료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의 열정만큼 그의 병원도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카페보다 세련된 그의 병원에서 그 자신 스스로가 새로운 문화를 군산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