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전통순대국밥협동조합
최형규 협회장(한림식품 대표)
글 오성렬(主幹)
군산공설시장 주변 전통순대국밥 업소들이 제각각 영업형태로 다소 불결해보이고 어수선했던 옛 모습에서 탈피, 2013년도 시장건물 신축에 맞춰 자체조합을 결성하고 규격화된 간판과 청결한 환경으로 면모를 일신,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환경 개선과 더불어 보다 위생적이면서 신선한 재료의 식단을 갖춘 이후 고객의 발길이 늘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협회장인 ‘한림식품’ 최형규 대표와 ’잠깐만집‘ 황승운 대표의 노력이 컸다.
허그(Hug)기업인증 한림식품
한림식품 최형규 대표는 본래 광주 출신으로 25년 전 군산에 정착, 육가공업체인 한림식품을 운영하며 특히 돼지머리와 부산물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중견 축산인의 반열에 든 인물이다. 그는 김제 도드람도축장과 정읍 삼정에서 물건을 받아 군산공설시장 및 관내 업소를 비롯하여 서울 마장동, 독산동 등에도 공급하고 있다.
도축장에 10억 원 상당의 보증금을 납입, 하루 당 돼지 1,000~1,500두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는 그는 전북 8개의 도축장 중 김제 도드람도축장의 경우 일일 2,500두, 대한민국 전체 평균 60,000두 정도의 도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볼 때 비교적 큰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7년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으로부터 제 32호 허그(Hug)기업인증을 받은바 있는 한림식품 최 대표는 “법무보호대상자(출소자)들의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위해 기업체 대표로서 사회적 책임을 느끼며, 앞으로도 근로 의욕이 있는 법무보호대상자가 있다면 편견 없이 고용하겠다”는 소감을 밝히는 한편 적극적으로 그들의 고용에 나서 자립을 돕고 법무보호사업비 기백만 원을 기꺼이 후원한바 있거니와 복지공단 전북지부에 돈육 부산물 90Kg을 기증할 만큼 사회적 약자를 돕는데 있어 남다른 심성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전통순대국밥협동조합 출범
공설시장 주변 속칭 세느강변에 자생적 순대국밥집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 무렵으로 알려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당시 세느강은 째보선창으로 통하는 오폐수가 흘렀던 불결한 하천이었고 주변 집들도 남루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지금은 하천이 복개된 자리에 번듯한 시장과 상가들이 정비되어 옛 모습은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시장 주변 순대국밥집들은 대를 이어 존속하고 있어 나이가 지긋한 사람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법하다.
이러한 순대국밥집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것은 시장 신축 이후 주변 상가의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됨으로써 시 당국의 적극적 권유에 따른 것이다. 이는 당시 박근혜 정부의 협동조합 육성 정책에 따른 것으로 상가 환경 개선과 상인의 권익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였다. 사실 당시 모든 국밥집들은 각자 재래 방식대로 운영함으로써 고기를 삶는 잡내와 지저분한 부산물 처리 등으로 다소 혐오감을 주기도 했던 터라 이의 개선은 시급한 일이었다.
당시 10년 이상 원재료를 공급하던 한림식품 최 대표는 오랜 거래처이기도 했던 ‘잠깐만집’
황승운 대표와 이 문제를 협의, 조합결성에 뜻을 모으고 상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노령 층 업주들은 오랜 종래의 방식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 그것은 어느 업종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맞닥뜨리는 문제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황승운 대표와 최 대표의 끈질긴 설득으로 약 10여 업소로 조합을 결성하고 황승운 대표가 협회장을 맡아 환경개선을 이루기 시작, 공동작업체제로 전환하고 품질의 균일화를 이뤄냈는데 현재는 최 협회장 주도 하에 8개 조합원 업소(잠깐만집, 중동집, 옥산집, 만흥집, 항구식당, 회현집, 개정집, 자매순대)및 조합 외 대지집, 황가네 업소까지 아우르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민의 대표적 먹거리 전통순대국밥
경제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사골국물과 고기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간 저렴한 외식거리로 순대국밥이 서민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고 아직도 술안주로 선호도가 높거니와 먹고 난 후의 든든함으로 인해 특히 배고플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돼지 부속 건더기와 함께 들깨, 고추, 파, 마늘, 새우젓, 부추, 깍두기, 김치 등을 기호대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골고루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원기 회복이 필요한 운동선수나 환자에게 특히 좋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소설 속에서도 영화에서도 국밥은 빠짐없이 등장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지친 나그네가 주막에 들러 허기를 달래는 것도 거의 국밥이었다. 비록 반찬은 부실할지라도 보리밥에 국밥 한 그릇 훌훌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지고 기운이 솟았다. 순대국밥의 경우 지금은 지방마다, 지역마다 국밥의 종류와 방식이 냉동순대, 전통순대, 찰순대, 피순대를 비롯하여 간, 위, 허파 및 다대기 등에 걸쳐 내용물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다들 나름의 특색과 맛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국밥은 우리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전통 음식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당일 도축한 신선한 원재료로 상품 균일화
공설시장 조합원 업소들은 업소 내외관의 리뉴얼 및 간판을 통일적으로 규격화함과 동시에 주변 환경도 청결히 유지함으로써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또한 식단 역시 깔끔하고 당일 도축한 최상의 원재료로 상차림을 제공,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돋운다. 이는 조합원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발전적 상생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돼지머리 및 부산물 작업은 조합건물(구 역 부근 2층건물)에서 협회장인 최 대표의 주도하에 위생과 신선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가운데 공동 작업으로 한 솥에서 삶는다. 따라서 품질이 균일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들은 조합원,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필요 수량만큼 배분된다.
돼지 부산물의 경우 상당한 양이 발생됨으로써 과거에는 개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가져가기도 했으나 고기와의 비율로 따져 간, 허파 등 20%정도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전량 서비스로 제공한다. 돼지 위와 내장의 경우는 사람의 장기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의료계에서 내시경 학습용으로 쓰는 것으로도 알려지는데 이래저래 돼지는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 아닌가 한다.
2011년도 구제역 파동 시 전국에서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군산으로 몰려와 한림축산에서 물량을 제공했다며 당시를 회고하는 최 대표는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시내 권 업소들도 준조합원으로 인정, 공급하고 있다는데 다만 물량이 부족할 시 조합원에게 배정 우선권이 있으며 준조합원, 비조합원에게는 1두당 500~1,000원 정도 가격 차이가 있다고 들려준다.
조합 설립 이후 서로에게 손실로 작용하는 가격경쟁이 사라지고 똑 같이 휴일을 제정하여 지키는 등 상호 윈윈하는 협력체제가 구축된 것은 크게 긍정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환경이 개선되고 위생적이면서 정성이 깃든 뛰어난 맛의 식단이 제공됨으로써 과거 노년층이 주를 이뤘던 고객들이 이제는 젊은 층이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일 정도로 소비층 세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 현상으로 읽힌다.
KBS ‘6시 내고향에’서 2회 소개된 ‘잠깐만집’ 황승운 대표
조합원 상가 중 입구에서 네 번째 업소인 ‘잠깐만집’의 황승운 대표는 한림식품 최형규 대표와 협의, 주도적으로 조합 결성을 실현한 인물이다. 그가 지금의 업소를 운영한 것은 22년 전으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통순대국밥 외길만 걸어왔다. 그래서일까, 입소문을 탔는지 KBS ‘6시 내고향’에서 두 번이나 취재, 방송되었는데 첫 번째는 2011. 11월8일자 ‘허기진 배를 채워준 돼지머리국밥’이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는 올해 4월16일자 ‘깊게 우러난 국물과 머릿고기의 환상의 조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바 있다.
황 대표에 따르면 8개 업소의 외관과 간판을 통일하고 주변 환경을 개선, 조합 결성 뒤 더욱 청결하고 위생적인 식단을 제공함에 있어 조합원 모두 한림식품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물건을 공급받고 있어 예전에 비하면 운영 여건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이 근절되고 똑 같이 휴일을 지키는 등 협조체제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급한 성격을 고치려 약 7년 전부터 다도(茶道)에 입문, 정진하고 있는 그는 시간여행축제 등 문화예술 행사에서 회원들과 함께 다도 시연도 열고 있다면서 다도 활동을 하면서 성격도 차분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됐다며 다도의 장점에 대해서 들려주기도 한다.
바쁜 사업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홀어머니와 가족을 동반, 국내외여행을 다닌다는 효심 깊은 최형규 협회장과, 다도를 통하여 심신을 수양하고 있다는 황승운 대표가 오랜 친분 속에 전통순대국밥조합운영에 뜻을 같이 함으로써 축산물 Haccp(해썹:생산,제조,유통의 전 과정에서 식품의 위해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단계에 중요관리점을 설정하여 과학적, 체계적으로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제도)인증의 취득도 준비 중인 가운데 모든 조합원 업소들이 한마음으로 협심, 우리 전통음식의 맥을 이으며 나날이 성장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한림식품’ ‘잠깐만집’
군산시 구암3.1로13(대명동) 군산시 신영동14-6(공설시장 입구)
T.063)445-3369 T.063)445-8820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상가 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