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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평화박물관 ‘평화바람’
글 : 이진우 /
2021.08.01 11:35:1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군산평화박물관

평화바람

 

글 오성렬(主幹)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사제를 중심으로 군산과 제주 강정에서 활동 중인 평화바람이 지난 717일 근대문화거리 금광동(동국사 입구)에서 군산평화박물관을 개관했다. 오래전 삼봉여인숙이었던 이 건물은 지역의 모 미술 작가가 여인숙(與隣熟)이라는 이름의 창작·전시공간으로 10여년 정도 운영하다가 지난 2019년도 평화바람에서 인수, 건물 내외관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한 끝에 새롭게 평화박물관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평화활동가들과 전문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개관한 군산평화박물관은 현장과 연결된 평화교육의 장이라는 주요한 정체성을 갖는다. 유물이 아닌 현장과 평화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 박물관으로서, 상설전시와 더불어 평화활동가들이 현장을 직접 안내하는 군산미군기지 평화답사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상설전시 기획과정에는 전국의 평화활동가들과 군산 청소년들을 초청, 두 차례의 이야기 마당을 개최하여 (박물관이 다루는)현장-(박물관이 지향하는)평화-(박물관을 관람하는)주체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박물관 내부 공간은 안내데스크와 4개의 전시실, 평화활동가들이 만든 수제품 및 관련 단행본을 구매할 수 있는 평화상점, 자료실, 영상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휠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외부 벽에는 평화바람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꽃마차가 하나의 작품으로 탈바꿈되어 전시된다. 독일제의 낡은 미니버스였던 꽃마차는 평화바람과 함께 대추리, 용산 남일당, 제주 강정마을, 영도 한진중공업과 전국 곳곳의 농성장, 생명 평화 대행진 등 전국을 굴러다녔으며 평화가 위태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던 꽃마차의 마음을 군산평화박물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현장-행동-평화-연대

20년 이상 현장에서 활동해온 평화운동가들이 직접 꾸린 평화박물관은 현장-행동-평화-연대라는 비전을 가지고 현대사를 관통하며 확장해온 군산미군기지의 본질적인 문제를 알리는데 주력, 아카이브 홈페이지 구축(10월 예정. 아름다운 재단 후원)을 통해 평화운동을 기억·기록한다. 따라서 군산의 미군기지 평화운동뿐만 아니라 국내외 평화운동까지 확장하여 다루는 군산평화박물관 상설전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외의 평화운동가들을 섭외, 참여자들의 평화역량 강화를 위한 강좌 및 워크숍을 마련할 계획이다.

 

군산미군기지와 군산평화운동

군산미군기지는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훈련을 했던 다치아라이 비행학교 자리에서 시작되었고 꾸준히 몸집을 불려 현재는 군산시 옥서면(21평방키로미터)61.47%를 차지한 상태다. 2000년대 이후로는 서해안에 위치한 평택, 제주, 그리고 성주와 함께 MD(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체계)구축의 거점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평화바람은 이를 서해안전쟁벨트라 명명하며 관람객에게 이 전쟁벨트를 평화벨트로 전환하는 상상을 촉구한다.

 

한편, 이러한 기지 확장에 맞서 싸운 군산평화운동은 90년도 후반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산미군기지 우리 땅 찾기 시민모임, 불평등한 한미 SOFA개정을 위한 국민행동, 군산평화대행진, 팽팽문화제 등의 활동을 소개한다.

 

국내외 평화운동

평택, 새만금, 성주, 제주 강정, 그리고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오키나와, 필리핀, 하와이, 라틴아메리카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평화운동과 군사기지 저항 사례를 소개한다. 관람객들은 정의감, 책임감, 인간의 권리를 발전시키는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매월 하나의 평화운동의 심화 내용이 소개되며 해당 평화운동과 관련된 현장 활동가를 초청, 강연과 워크숍을 개최한다.

 

하제(下梯)마을과 팽나무

모래사장이 펼쳐지고 해송이 즐비하게 늘어선 바닷가 마을이었던 상제, 중제, 하제. 일본 제국주의 시대 군사기지가 들어서면서 상제와 중제 일부가 없어졌고 , 한국전쟁 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중제도 사라졌다. 2001년도 들어 탄약고 안전지역권 확보라는 미명하에 하제마을까지 강제적으로 토지가 수용됨으로써 모든 주민이 떠난 황량한

옛 마을 터엔 수령 600년 팽나무 한그루만이 의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0년 주한미군은 우리 정부 측에 하제마을과 주변 땅을 요구했고, 국방부와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알려지면서 군산시민들은 하제마을과 600년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 매달 팽나무 아래에서 팽팽문화제(2020. 10~)를 열고 있다.

 

평화바람이 걸어온 길

쫓겨나고 빼앗기는 현장에 연대해 온 평화바람이 이야기하는 평화가 무엇이냐를 주제로 구성했다. 문정현 신부의 친필 서각(書刻)과 연설 영상, 노순택 작가의 사진 슬라이드, 평화바람의 여정이 담긴(부안, 전국유랑, 평택, 용산, 강정)영상 5편을 볼 수 있다.

 

평화를 찾아가는 고단한 여정에서 평화바람이 발견한 것은 참으로 소박했지만 소중했다. 그것은 곳곳에서 생태, 평화, 평등을 위해 살아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이었다. 문정현 신부의 서각 한 대목에도 나오듯 식을 줄 모르는 열기로 평화를 사랑한다면 기필코 우리는 평화의 세상을 이룰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통해 관람객들은 다시 한 번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평화활동가와 함께 하는 군산평화박물관 평화 답사 안내

군산평화박물관은 상설전시와 연계하여 군산미군기지 주변 평화답사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현장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평화바람의 활동가들이 직접 안내하는 평화 답사는

군산미군기지 주변,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인 남수라 갯벌, 토지 강제수용으로 사라진 하제마을에서 진행된다. 이 답사를 통해 실제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며 기지가 확장될수록 소멸되어 간 생명과 공동체의 현주소를 실감할 수 있다.

 

군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방학 때마다 열리는 도슨트(전시해설가)교육프로그램에서는 평화답사뿐만 아니라 평화활동가들, 현직 박물관 도슨트와 깊은 만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최종 실습을 거친 교육프로그램 이수자는 방학 후에도 박물관 정식 도슨트로 활동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폭넓은 평화의 시선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군산평화박물관

군산시 동국사길3

*~일요일 10~18

(,화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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