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하제마을 평화문화제
팽나무 지킴이 대회
글 오성렬(主幹)
지난 10월 30,31일 이틀 간 옥구 하제마을에서 팽나무 지킴이 평화문화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군산지역연대미디어프로젝트‘난리법석’, ‘전북민주행동’에서 주관하고, 재)4.9통일평화재단,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 군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족문제연구소전북지부, 민주노총전북본부 등 18개 단체를 비롯하여 약 15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팽나무 아래에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행사의 개요와 의미를 설명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하제(下梯)마을 수령 600년 팽나무
오래 전부터 어업이 성했던 하제마을, 본디 섬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었고 수천 명의 주민이 거주했던 풍요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떠난 황량한 들판에 국방부관리지역이라는 팻말만 걸려 있다. 하지만 600년을 한 자리에 서 마을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을, 그래서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도 없는 커다란 팽나무 한그루만이 의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 팽나무 아래에 모였을까, 이 나무의 높이는 20미터, 둘레는 7.5미터나 되고 2005년도에 시 보호수로 지정된바 있거니와 전국적으로 600년 이상 된 팽나무는 총 16그루로서 전북에서는 하제마을 팽나무가 유일하다. 나무의 아랫동에는 삥 둘러 가로줄 생채기들이 역력한데 이는 과거 어촌이었던 시절 수많은 어선들이 이 나무에 배를 묶어 두었던 흔적이라 하며, 가을철 이 나무의 단풍 색깔로 농사의 풍, 흉을 점치기도 했을 정도로 애환의 역사를 품고 있다. 하지만 이 나무는 지금 절체절명의 운명을 맞고 있다.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팽나무가 서 있는 주변 지역은 미군 기지로서 탄약고 안전거리 확보 명분으로 국방부가 나서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해 6개 마을 644가구가 추방되었고 아직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두 가구만 달랑 남아 있는 실정이다. 약 20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이 땅이 미군 측에 공여되는 것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데에는 주민들로부터 빼앗은 땅을 고스란히 미군에게 갖다 바치는 말도 안 되는 계획과 이로써 보호수인 팽나무의 생살여탈권이 미군 측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산시 의회에서도 이 토지의 공여 반대 및 우리 국방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한바 있고 차제에 이 팽나무를 군산시와 전북도 차원에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미군에게 토지를 제공하게 되면 하제의 역사는 물론 보호수인 팽나무와 소나무도 사라져 버린다. 이에 군산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팽나무 지킴이를 조직, 서명운동과 팽나무· 소나무 주변관리 및 향토문화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지만 토지 공여의 당사자인 국방부는 침묵하고 있고 군산 미군기지는 2007년 이후 전략적 순환배치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7년도에는 주민들로부터 빼앗은 논에 아시아지역 최초로 3세대 격납고 20개를 완공하였고, 주한미군 2사단 예하에 살인 드론 그레이이글 부대 창설과 배치 등으로 규모와 전력이 커졌다. 또한 군산 미군기지에 배치된 F-16전투기를 2021년도 F-35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처럼 군산 미군기지가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 되는 것에 대해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상임대표인 문정현 신부와 ‘민주노총전북본부’ 노병섭 본부장은 대회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단독회담을 지켜보며 철도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교류를 비롯하여 종전선언 등으로 이 땅에서 전쟁을 종식시키고 남북화해협력이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어느 것도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미국은 사사건건 남북 화해에 찬물을 끼얹으며 우리 땅에 중국을 겨냥하여 전쟁기지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새만금의 파괴와 군산과 평택 대추리, 그리고 제주 강정마을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전쟁벨트를 참혹하다는 말로 압축한다.
따라서 평화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뜻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서고 시민들이 동참한다면 더 큰 목소리와 가열 찬 응집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날의 행사는 하제의 문화 생태적 가치에 대해 양광희 씨의 설명이 있었고 박찬중 외 1명의 노래공연, 전북한살림 이사 문정숙 님의 하제지킴이발언, 군산지역미디어프로젝트 난리법석 김설해 님의 팽나무지킴이발언, 노래패 놀자 신흥순 님의 노래를 비롯하여 한국시낭송문화 군산디딤돌 회장인 채영숙 님이 자작시 ‘뿌리깊은 하제팽나무’를 낭독하여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결의문 채택
마지막 순서로 ‘군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박운옥 대표와 ‘민주노총’ 군산시 최재춘 지부장, ‘보건의료노조’박정원 전북본부장이 단상에 올라 “군산 미군기지가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 되는 것을 하제, 팽나무 지킴이 결의대회에 참가한 우리는 반대한다. 우리는 하제마을 평화문화제 ’팽나무 팽팽 문화제‘를 열면서 하제 지역이 문화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팽나무의 큰 그늘과 포근함을 느꼈고, 소나무의 곧고 힘찬 기백, 하제의 과거를 만났다. 국방부는 미군에게 우리 땅을 넘겨주기 위한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직접 관리해야 한다. 계속되는 군산 미군기지의 확장을 막아내고, 하제마을의 역사와 생태를 지켜냄으로써 전쟁을 위한 기지로 지켜지는 안보와 평화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평화,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는 평화의 하제마을, 군산을 만들어 가기를 원한다”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참석자 모두의 열띤 호응과 우렁찬 박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행사에 참여한 사회단체 및 시민들 모두는 남의 땅에 야금야금 전쟁기지화 확장을 획책하는 미국에 대하여 이 땅의 주인으로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갈구하는 이 날의 진정어린 목소리와 염원이 국방부 당국자, 그리고 미국에 전달되기를 깊이 공감했을 터이다. 위기에 처한 600년 팽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멀리 제주 강정마을에서까지 날아와 참석한 문정현 신부는 팽나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행사가 있을 때 빠짐없이 오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 문화제는 뜻이 관철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