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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하모니_군산시립교향악단 Maestro 정낙복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2.05.01 10:14:4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지난 1990년도 창단되어 수준 높은 연주로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군산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이 오늘날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하기까지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보고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것도 시민의 문화적 자긍심이 고양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그와 관련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낙복(58) 상임지휘자를 만나보았다. 

 

맥군_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 시향 공연에 자주 가는 편인데 객석에 앉아 먼발치에서만 지휘자님을 보다가 이렇게 직접 마주 앉게 되니 너무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매거진군산 잡지는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잡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획이나 내용도 탄탄하고 제본도 훌륭하더군요.

 

 


 

맥군_ 억양이 군산 분은 아니신 듯한데, 우선 음악을 하시게 된 동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서울이 고향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누나들이 피아노 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기도 하고 형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그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사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음악 전공하는 것을 반대하셨는데 제 고집을 꺾지는 못 해서 중고 시절에는 밴드부에 들어가 관악기인 트럼본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고요. 그리고 졸업 후 82년도에 유럽 유학을 떠나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 리에쥬 왕립음악원,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리스트 음악원 등에서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하였는데 바이올린을 전공한 지금의 아내도 유학 시절 만나서 결혼하였고, 유럽 유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들어가 한 때 신학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16년의 세월을 공부하느라 타국에서 보낸 셈이네요.

 

맥군_ 귀국은 언제 하셨으며 귀국 후 활동은?

IMF 직후에 귀국해서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고  KBS교향악단, 국립교향악단을 위시해서 객원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수원시향, 부산시향, 성남시향, 마산시향 등을 지휘한 적도 있습니다.

 

맥군_ 군산시향과는 언제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지난 2009년도, 지휘자를 공모한다는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몇 분이서 경합이 있었지만 제가 8대째 지휘자로 임명을 받아 오늘까지 열심히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데 어느덧 3년이 되었군요.

 

맥군_ 시향의 규모, 그리고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원의 규모는 상임지휘자인 저와 단무장을 포함해서 스텝 4명, 현악 47명, 관악 및 건반악 25명 등 총 76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군산 분들은 30%정도이고 익산이나 멀리는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단원들이 많은데 실력은 물론 의욕이나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지요.  연중 주된 행사로는 정기연주 3회, 기획연주 3회를 실시하고 있는데 정기연주회가 문화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정통의 격조를 지녔다고 한다면 기획연주는 대중성을 가진 영화음악 등 주로 가족이나 어린이를 위한 연주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찾아가는 음악회’라고 해서 단원 중 일부로 구성하여 연간 50회 이상 야외나 공공장소에서 시립합창단과 함께 콘서트를 열기도 하는데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예술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청소년관현악단을 만들어 음악적 꿈나무들을 지도하고 있기도 한데 후일 시향의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 됩니다.

 

맥군_ 생각했던 것보다 연주회나 행사가 엄청 많군요. 그렇게 많은 횟수의 연주를 위해서는 연습량도 대단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거의 연습을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스케줄이 빡빡합니다.  그렇다 해서 조금이라도 소홀하게 되면 무대에서 바로 표가 나기 때문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단원들 모두 자기 위치에서 너무도 열심히 연습에 참여하고 있고 공연 후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는 순간 비로소 긴장이 풀리고 피곤함이 싹 가십니다.  성취감과 보람도 뒤따르고요. 

 

맥군_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주회가 있다면?

제가 부임한 뒤 수많은 연주회가 있었지만 작년에 가졌던 시향 창립 20주년 기념 음악회를 비롯하여, 제100회 기념 연주회, 그리고 한국 최초로 구노의 심포니 1번을 연주한 것은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구노의 심포니 1번은 1960년대에야 악보가 발견되어 생소해선지 국내 오케스트라 거의가 연주를 기피하는 곡이나 군산시향에서 성공적으로 초연을 하게 되어 제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맥군_ 지휘자님께서 추구하는 시향의 방향성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으로 수많은 오케스트라가 있지만 하나하나가 저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과 같아지려고 따라만 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아류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군산시향도 우리만의 독자성과 색깔을 가져야 하며 그것은 단원 개개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연주를 들을 때 눈을 감고서도 군산시향의 연주라는 것을 알아채게 된다면 우리만의 색깔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음악성과 수준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정착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맥군_ 시향 단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리는 한정된 반면에 지원자는 많아 솔직히 지금은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그만큼 음악을 전공한 실력자들이 많다는 것이겠지요.  예컨대 바이올린 같은 경우는 30대1이 넘고 첼로도 18대 1의 경쟁을 보이고 있을 정도인데 결국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보다 몇 배 피나는 연습과 공부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바꿔 말하면 현재 단원들은 모두가 그런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로서 우리 시향이 국내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반열에 든 것도 그만큼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맥군_ 지휘자로서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요.

특별히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제 경험을 비춰보아도 오케스트라의 경우 인원이 많고 모두가 음악적 자존심이 대단한 분들이어서 간혹 보이지 않는 알력과 불협화음을 겪기도 하는데 우리 시향 단원들은 연습도 열심이지만 모두 심성들이 곱고 화합을 잘 이뤄 마음이 놓이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자에 낙(樂)자와 복(福)자가 들어간 것으로도 제가 음악적으로 복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웃음).  그리고 아쉬운 점은 일부 노후한 악기의 교체가 시급한데 시에서는 예산상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팀파니의 경우 20년 전에 그것도 중고를 구입해 여태 쓰고 있고 콘트라베이스나 하프 등도 교체할 시기가 지났는데 게 중에는 구입비용이 억대가 넘는 것도 있어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어려운 악기들이어서 이 점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음악은 어디까지나 좋은 악기를 통해서 구현되는 것이니까요.

 

 

맥군_ 우리 군산시민들의 문화 예술적 수준, 그리고 청중의 매너 수준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군산의 문화 예술적 토양은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되고 있다고 보며 인구 자체가 적어 문화적 인구 역시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청중의 매너도 좋은 편이고 클래식 애호가들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서울에서 연주차 내려온 분들의 평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민들 상대로 가장 듣고 싶은 음악 설문 조사를 해보면 클래식이라는 문항이 61%로서 가장 많고, 다음이 영화음악, 가요 순인데 그 만큼 클래식의 애호가가 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하며 저희도 연주 때마다 시민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데 호응도 커서 이제는 일정 부분의 고정 마니아 층도 확보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맥군_ 공연 시 맨 앞 현악 대열에서 서구 외모의 남녀가 연주하는 것을 매번 보았는데 정규 단원인지요?

우크라이나 출신인데 두 사람이 부부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남편은 7년 전 단원으로 들어와 현재까지 악장 직을 맡고 있을 만큼 뛰어난 실력의 보유자이고 미모의 부인은 비올라 연주자인데 역시 실력파입니다.  그들 모두 아주 열심이고 아들도 군산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만큼 군산 시민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매사에 아주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음악인들입니다.

 

맥군_ 시향의 향후 연주 계획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4월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12 교향악축제’가 열리는데 군산시향도 초청을 받아 18일(수)에 연주회를 갖습니다.  교향악축제는 지난 1989년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기념으로 시작되어 올해로 스물네 번째 무대를 맞게 되는데 예술의전당이 자랑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우리나라 음악문화 발전의 견인차 평을 받고 있는 최고, 최대의 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축제에는 규모나 실력 면에서 일정 부분 수준을 갖춘 오케스트라에게만 제한적으로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뿌듯한 긍지를 느끼기도 하지만 연주 후 평론가들의 냉정한 평가를 생각하면 긴장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맥군_ 교향악축제에서 연주 할 레퍼토리와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엘가의 ‘카락타쿠스 Op.35 중 개선행진곡’ 과 마르티누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3중 협주곡 H.232’를 비롯해서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닉 댄스 Op.45'를 연주하는데, 엘가 트라이 엄팔 마치의 낭만적 서정성, 피아노 트리오의 현대적 역동성과 부드러움의 조화, 라흐마니노프 심포닉 댄스의 장엄함 등 이러한 곡들의 음악적 대비도 느껴 보면서 감상하셨으면 합니다.  특히 마르티누의 피아노 트리오 곡은 국내에서 거의 연주가 없었던 곡으로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맥군_ 군산시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 역할은 군산시민들을 위해 공연해야 하고 더불어 지역 문화 예술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인데 그에 따른 자부심과 책임감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 클래식 음악이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품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이견도 있지만 저는 공연예술의 본질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한 정서적 공유에 있다고 보며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는 공연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저희 시향은 앞으로도 문화 예술의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시민에게 다가가고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시민들께서도 클래식은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버리시고 한 번이라도 공연장을 찾아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공연을 보시게 되면 클래식도 이렇게 재미있고 신나는 것이라는 신선한 감동에 젖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맥군_ 끝으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내려와 지내시는 것으로 아는데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주말엔 제가 올라갈 때도 있고 집사람이 다녀가기도 합니다.  제가 주변 환경이 비교적 한가로운 오랜 유럽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 들어왔을 때 첫 느낌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주차 공간도 부족하고 공기도 탁하고, 그래서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하지만 군산에 내려와 보니 이곳은 바다를 비롯해서 아름다운 산과 호수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그에 비해 인구는 많지 않은 편이어서 모든 면에 여유가 느껴져 참 좋습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과 비슷한 정취도 느껴지고요.  또 한편 시민들의 문화 예술적 잠재력이나 수준도 기대 이상이어서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심적으로 여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맥군_ 연습 스케줄이 많아 피곤하실 텐데도 여러 가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향의 멋진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매거진군산도 나날이 발전하길 바랍니다. 

 

무대 위 지휘봉을 손에 든 검은 연미복 차림의 정낙복 지휘자의 열정적인 모습은 일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후한 체구에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표정에서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경륜이 드러나는 노련하면서도 리드미컬한 그의 지휘는 작품이 지닌 역동성과 낭만성을 최대한 구현해냄으로써 개성을 잘 살린다는 찬사가 뒤따르고 있다.  그의 음악적 스케일은 오케스트라 각 파트 간 고유의 특성을 살려 멋진 앙상블을 펼치는데 그 당당함이나 위풍스러움은 특히 후기 낭만 음악에서 그 빛이 더 발현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혹자는 지휘자를 복잡하게 꼬여있는 실타래를 풀어내 아름다운 옷감을 짜는 재단사와 같다고 비유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재료를 잘 버무려 멋지고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쉐프와 같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는 핸들을 잡은 운전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근래 들어 군산시향이 실력으로 인정받고 전에 비해 위상이 한층 제고된 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그의 역할에 힘 입은바가 크다고 보여 진다.  그가 군산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면서 시향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감춰진 역량을 발현케 함으로서 진일보를 이룬 것은 먼 미래로 볼 때 무한한 가능성의 하나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터다.  아무쪼록 시향이 더욱 내실을 다지는 성장을 거듭하여 국내는 물론 세계에도 명성을 떨칠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우리 군산이 명실 공히 문화 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 받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기를 모든 시민과 더불어 바라는 마음이다. *  

군산시립교향악단

군산시 나운1동 796(군산문화원 / 구 KBS건물 3F)

T. 063) 450-6313   F. 063) 442-8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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