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안전망’ 보완 필요하다.
지난 8월 11일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방역·학습·돌봄의 3대 안전망 방안을 발표하였다. 현재 우리는 온라인 개학에 이어 원격-등교수업 병행까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원들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처음 시도해보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며 갑작스러운 변화였지만 별 다른 문제없이 수행해 왔고, 오프라인 등교가 시작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왔으며, k-방역에 더해 k-교육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고 특히 심각해지고 있는 학습격차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교육계 모두의 과제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다음과 같이 3대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발표는 여러 교원단체와 현장의 목소리들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어서 환영할 만하지만 몇 가지 보완점도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3대 안전망에 대한 내용과 그 보완내용을 제시해 본다.
첫째, 방역 안전망이다. 방역과 관련하여 알림 기능을 탑재한 자가진단 앱 제공, 교육(지원)청에 감염병 방역 분야 전문가 배치, 학교방역지원 소통채널 운영, (기초)지자체와 연계한 학교 방역 활동 인력 지원, 학교 심리 방역체계 강화 등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보다 발전한 방안들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자가 격리자와 확진자에 대한 전문적 상담 지원에 더해 확진자 발생에 따른 따돌림 문제의 예방적 접근 및 상황 발생 시 학교 구성원의 심리상담 지원 시스템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확진자가 될 수 있고 아이들이 확진가가 될 경우 따돌림문제와 함께 구성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학습 안전망이다. 우리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학교와 교육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관계 맺기로부터 출발하여 총체적인 교육의 결과물로서 전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다. 지난 1학기 원격수업을 실시하면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학습격차 심화’가 최대 문제로 떠올랐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발표된 학습 안전망 대책은 여전히 원격수업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원격수업으로 발생한 교육격차를 원격수업 강화책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식은 교육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I를 활용한 학습 관리 프로그램, 기초학력 부족 학생을 위한 1:1 또는 소그룹 맞춤형 대면 지도 확대, 기초학력 집중 지원을 위한 기초학력 담당교원 배치 추진, 교육용 콘텐츠 통합 플랫폼 개통 등의 조치는 일견 타당해보이고 효과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등교수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학급당 학생 수 감축(20명 상한제)을 통해 ‘수업에서의 학습격차 해결, 방역에서의 상시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교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돌봄 안전망이다. 교육부는 돌봄 안전망 방안으로 “범부처 협업(교육부·복지부·지자체·교육청 등)을 거쳐, 초등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교실을 제공하고 지자체가 돌봄을 운영하는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돌봄 운영의 주체를 지자체로 명시하고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매우 진일보 한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부모들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돌봄은 매우 중요하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되, 지역 사회 인프라 확충을 통해 협업체계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 교육의 정상화와 돌봄의 질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지만 교육의 불평등을 가속화 시킬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교육을 다시 설계하는 발상의 전환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가 온전히 수업과 상담·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시스템을 개편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개별교육이 가능한 상태로 낮추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과 돌봄을 수행하는 등의 조치는 우리 교육의 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는 본질적인 토대가 될 것이다.
모든 학생들을 위한 교육 안전망은 교육부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다. 저출생시대를 맞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을 가정에만 맡겨둘 수 없다. 어른들 모두를 포함하여 국가와 지역사회가 손을 잡아야 한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경청하고 현장을 지원하는 중심의 정책을 수립하며 교육 3주체들의 지혜를 모아 보다 안전하고 든든한 교육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