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 양배추 아저씨가 우수 공무원?
흙에 살리라, 꼬꼬마양배추 전도사
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김상기 계장
글 /
이복 회장 & 대기자
얼마 전 군산시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시민편익 증진에 기여한 ‘2020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발했다. 김상기 계장(52)은 원예 불모지인 군산에 ‘꼬꼬마(소형) 양배추’라는 신소득 작물을 도입해 국내외 시장을 모두 석권해 농가 소득을 올린 김상기 계장이 좋은 평가를 받아 우수 공무원으로 선정돼 시장 표창과 함께 성과 상여금 최고등급과 근무성적 평정 시 실적 가산점 등 인사상 인센티브를 부여받게 됐다.
꼬꼬마양배추는 소형 양배추의 종자 이름이다. 20여 년 전 국내 한 종자회사가 개발한 순수 국산 품종이다. 국내 양배추 소비시장은 품질 기준을 크기와 무게로 정한다. 일반 양배추 크기의 3분의 1이어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재배 방법도 까다로워 농가들이 재배하기를 꺼렸다. 농가들의 부정적 시각을 설득해 대한민국 1등 농산물로 키워 놓은 곳엔 김상기 계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복보다는 작업복이 더 어울리는 이웃집 아저씨, 양배추 김상기 계장의 매사에 적극적인 사고와 열정, 긍정적 마인드가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그의 꼬꼬마양배추에 얽힌 사연을 들어본다.
얼굴을 보고 평가하지 마라! 김상기 계장을 보고 저마다의 평가는 다르다. 우선 김 계장을 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다양하다. 곱슬머리를 시작으로 양배추 요리사, 연예인 유해진, 효자, 난닝구 등이 떠오른다. 사람의 얼굴은 중요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 감추어진 진정한 모습을 볼 때 비로소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또 김 계장을 보면 순수, 성실, 열정, 자신감, 긍정, 엄니 등의 단어가 생각난다고들 한다. 그만큼 김 계장은 공무원이라는 인상보다는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웃집 아저씨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농부의 아들답게 흙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김상기 계장을 개정면에 위치한 군산시 농업기술센터 현장에서 만났다. 그의 하루는 사무실과 들녘을 오가는 연속이다.
곱슬머리 양배추 아저씨 공무원
김상기 계장은 임실 출신으로 1998년 농촌지도직으로 군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09년 계장으로 진급한 22년차 군산시의 농업전문 배터랑 일꾼이다.
양배추 머리에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 아저씨의 편안한 인상인데 본인 스스로가 “말 빨이 겁나게 세다”고 자칭하는 공무원이다. 그도 그런 것이 여러 차례의 TV출연을 물론이고 각종 경진대회나 보고회 자리에는 어김없이 피피티 자료를 준비해 군산의 대표작물을 소개 하곤 했다. 또 SNS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전도사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엄니’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욕심을 잠시 벗어나 주말마다 임실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찾아 집안일을 하고 돌아오는 요즘 보기 힘든 효자 아들이기도 하다.
작지만 강한 꼬꼬마양배추 전도사
이제 꼬꼬마양배추하면 김상기 계장이 떠오를 정도로 꼬꼬마양배추는 김상기 계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가 꼬꼬마양배추를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쌀과 보리 중심의 농작물 재배로 상대적으로 원예과수는 취약한 편이다. 농가소득을 올리기 위해 벼를 대체할 수 있는 고소득 밭작물을 재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싹트기 시작했다. 감귤, 수박, 감자 등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작물 발굴에 나섰지만 기후나 여러 가지 여건이 군산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군산에 맞는 작물은 무엇일까?
올해 1인 가구만 하더라도 600만세대로 매년 1인 세대는 증가추세에 있다. 이런 증가추세에 와 맞물려 혼밥, 혼식, 혼술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소비 트렌드가 변화되며 1인용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이미 일본, 대만 등 인근 국가의 소비패턴 역시 1인 세대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이러한 소비패턴을 고려해 볼 때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수출까지 할 수 있는 작물 중 양배추가 적격이라는 판단이 선 것이다.
기존 양배추는 커도 너무 크다. 1인 세대가 양배추 하나를 구입해 사용하기에는 양이 많다. 당연히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냈다. 무게는 줄이고, 아삭하고 단맛이 풍부해 샐러드에 적합한 꼬꼬마양배추를 생산해 보기로 한 것이다. 작지만 강한 꼬꼬마양배추를 통해 수출과 국내 내수시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이다.
3년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이러한 노력 끝에 꼬꼬마양배추는 2019년 국립 원예특작과학원의 ‘원예특작 신기술 보급사업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3관왕에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6월 처음 개최한 농식품 수출 우수 자치단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롯데마트 등 국내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재배와 유통이 안정됨에 따라 이제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 산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눈길을 돌렸다. 일차적으로 출시한 ‘꼬꼬마양배추 죽’은 온라인에서 좋은 평가 속에 절찬리에 판매 중에 있다.
또 이어지는 사업은 양배추에 포함되어 있는 위에 좋은 기능성 소재인 MMSC(속칭 비타민U) 추출이다. MMSC는 위와 십이지장 염증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 소득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9월이면 기능성 소재 추출이 완료된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식품원료 회사의 제안으로 기능성 소재 활용방안에 대한 1차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양배추에서 MMSC 성분 추출은 대한민국 최초가 될 것이며, 그와 관련된 식품과 의약품 시장은 국내에서만 약 300억 원 가량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기대가 되고 있다.
명품 쌀 ‘신동진 쌀’ 품종 보급에 앞장
대한민국에 가장 유명하다는 경기미 못지않게 군산에서 명품 쌀을 한번 만들어보고자 말단 시절, 애착을 가지고 보급했던 신동진 쌀 품종에 대한 기억은 김상기 계장에게 남다르다.
신동진 쌀은 현재 밥맛이 좋고 가장 인기 많은 벼 품종으로, 기존 관행 농업에 익숙했던 농가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급기야 대한민국 제일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만들어 냈다. 신동진 쌀 품종은 전국 점유율이 약 30%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노력에 대해 신문이나 TV, 인터넷 등 그 어느 곳에도 김상기 계장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그 시절 함께 동고동락 했던 농가들의 기억 속에는 남아 있다.
꼬꼬마양배추 향후 계획
전북 군산시가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보급한 꼬꼬마양배추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5년까지 현재의 생산량을 3배 이상 늘려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일본과 대만에 300여 t을 수출하고 롯데마트에 매달 20∼30t을 납품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2, 3곳과 수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어 올해 생산하는 700t을 모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시는 내년까지 30억 원을 들여 꼬꼬마양배추를 보관하는 저온창고 등을 지을 계획이다. 한 해 두 번 재배하던 것을 3번까지 늘리는 것을 농촌진흥청 국립 원예특작과학원과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2025년에는 연간 2500t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꼬꼬마 양배추의 성공 뒤에는 김상기 계장이 있었다. 그의 열정과 노력 끝에 꼬꼬마양배추는 군산을 대표하는 농산물, 대표 작물로 키워낸 김상기 계장이 있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