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립예술단이 노동조합으로 간 까닭은?
- 민노총 군산시립예술단 김창수 지회장에게 듣는다
- 예술단의 가치 인정해주는 사회 인식 필요
- 정당한 대우는 인권, 예술적 자존심은 상생
- 예술단의 위상=군산의 품격
-박청숙(편집위원)
예술인들은 노동하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노동을 하는 공연예술가들인가. 예술인들, 특히 시립예술단원들은 어렵고 힘든 문화예술 현장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화려한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는 전문 예술인 단체인 군산시립예술단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약까지 마쳤다.
예술가들이 힘을 모아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실 ‘예술인’과 ‘노동자’의 이미지가 다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예술이 주는 공공성 측면에서 노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우리보다 문화예술이 더 발전한 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다. 이미 1288년 유럽에서 광대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예술인 노조의 뿌리가 되었다.
군산시립예술단은 1983년 봄과 1990년 여름에 각각 창단한 시립합창단과 시립교향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70명의 교향악단과 45명의 합창단 등 115명이다. 예술의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위해 단원들은 2018년 10월 10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군산시립예술단의 민주노총 가입에 따른 관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김창수 민노총 군산시립예술단 지회장을 만났다.
군산시립예술단 지회장은 맡은 이유?
군산시립예술단은 교향악단과 합창단으로 나뉜다. 지회장을 맡은 나는 교향악단 플루트 연주자이다. 예술가로서 30여년의 길을 가고 있는 제가 음악적 경험과 연배가 많다는 이유로 추천해주셔서 예술단원의 권익을 위한 창구역할을 맡게 되었다. 몇 년 후면 은퇴할 제가 단원들 앞에 서는 이유는 후진들에게 내가 겪었던 환경 그대로를 물려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다. 시립예술단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 환경을 만들고 싶다. 노조활동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예술에만 전념하려고 하는 예술단원들의 최소한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예술단원들에게 노조가 왜 필요 했는가?
우리나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수많은 예술단이 존재한다. 전국의 예술단 소속 공연노동자들이 가입해 노조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립예술단에 소속된 예술인들도 노동자이기에 노조를 설립하고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우리 군산시예술단이 가입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문화예술협의회는 일반 노동자와 다른 근로지위를 가진 예술 종사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07년 출범한 조직으로, 전국예술단체의 약 95%가 현재 가입되어 있다.
시립예술단의 현실적 고충과 환경?
100여명이 넘는 예술단원의 권익과 처우에 관해 군산시와 창구역할을 그동안 지휘자와 단무장(사무장)이 주로 담당하다 보니 단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행정중심의 획일화된 군산시의 근무 지침과 군산시의회와의 불협화음이 발생하게 되면서 예술단에 대한 군산시민들의 오해가 생겼다. 가령 단원들은 2008년부터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8급 공무원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있으며, 매년 호봉제로 임금이 인상되었다고 하지만 실상은 공무원 수당체계와 전혀 다른 차별적인 수당으로 예능수당만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게다가 운영 조례상 복무규정으로 인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원칙적으로 개인 레슨 등 2중직은 금지되어 있다. 시민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좋은 환경이 아니다.
노조 가입 후 앞으로의 활동은?
5차례에 걸친 단체교섭을 통해 2018년 11월 6일 예술단원의 기본적 신분보장을 위한 군산시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는 노사로 거듭나갈 것이다. 올해는 적정 임금체계를 수립하여 현실적인 임금협상을 진행할 것이다. 예술성이라는 독특한 환경에 맞도록 문화적 마인드를 가진 탄력적인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과 소통하며 그 눈높이에 맞춰 예술활동에 전념하고 싶은 것이 노조의 바람이다. 예술 업무의 특성상 일반 공무원과 같은 행정적인 조직구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개선할 부분을 군산시와 계속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 또한 작년 군산시의회가 일방적인 인원감축을 결정했는데, 군산시 인구비례에 따라 80명의 교향악단을 50명으로, 합창단도 60명에서 점차 40명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케스트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써 앞으로 시의회에 잘 설명하고 조정하여 전원 원상복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시민예술단 활동소개 및 계획은?
매년 시립예술단에서는 정기연주회 8~9회, 찾아가는 작은음악회를 평균 40회 정도 하고 있다. ‘찾아가는 작은음악회’는 ‘시립’의 본분을 되찾고 친근한 문화의 전령사로 시민 곁으로 다가서자는 게 그 취지이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뮤지컬’이나 ‘영화음악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로 연출하기도 하고, 팝송과 가요 및 영화음악을 선사함으로써 시민들의 정서 함양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군산이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쾌적한 문화예술도시라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심어주는 전령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소외된 지역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악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작년 신시도 초등학교 전교어린이 20여명을 초청하여 악기수업와 연주를 해주었는데, 어린이들에게 예술적 꿈을 꾸게 한 점은 지금도 뿌듯하다. 올해는 “군산시립예술단과 함께하는 클래식”이라는 시민참여형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무보수 봉사서비스이지만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높아 벌써부터 교육용 악기를 구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시민에게 한마디?
군산시립예술단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해서 공연하는 단원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은 없다. 단지 예술인들의 자부심에 맞는 기본권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아주셨으면 한다. 시립예술단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군산의 품격과 예술을 높이는 일이다. 문화예술계의 관료적 문화행정을 개선해서 예술가들에게는 전망이 보이는 문화양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고급 예술의 향유권을 누리도록하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말씀드린다. 시민들에게 선사해 줄 수준 높은 음악은 예술인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예술적 자존심을 지켜 나갈 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는 존중받고 보장받아야 한다.
인권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이지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군산의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군산시립예술단원들에 대한 인권과 기본권 개선, 그리고 지역 문화 예술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문제 또한 지나칠 수 없는 현안이다. 하지만 시립예술단의 생명은 예술적 기량이며, 이 기량으로 평가받고 수준 높은 예술성으로 시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의무다. 공공예술단체의 노동조합 결성이 현행법상 가능한 일이지만 시립예술단의 노조 가입에 대해 가뜩이나 어려워진 군산시민들 눈엔 그리 곱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군산시와 시립예술단은 그동안 쌓아올린 자부심과 명성에 걸맞게 예술단의 창단의미를 인식하고 진정성 있고 합리적인 관계로 상생하길 바란다. 그렇게 될 때 시민들은 열린 마음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군산시립예술단의 걸음에 응원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