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에크~’ 입에서 내는 음률로 장단을 마주며 손과 발은 흡사 춤을 추 듯 흐느적거리다가 어느 순간 상대의 공격을 제압하는 우리나라 고구려시대의 전통무예 택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지난 2011년 11월28일 우리나라 택견을 줄타기와 함께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했다. 택견이 중국 쿵후에 앞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은 공격성이 강한 다른 외국의 무술과는 달리 자기방어위주의 상생공영(相生共榮)적 차별화된 가치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공격보다 상대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것이 중심인‘지키는 무술’택견
유네스코 등재이후 세계 각국에서 관심이 증폭되고 이러한 관심이 국내로, 다시 지역에 영향을 주기까지 이 지역의 택견 계를 묵묵히 지켜온 한 사람이 있다. (사) 대한택견연맹 전북지부 김태일 전무이사(39)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놀림 속에 강인함이 깃들어 있는 그는 지곡동에 있는 그의 전수관을 찾았을 때도 전통 택견 복을 차려입고 아이들과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해맑은 몸짓이 어딘지 전통 춤사위를 닮아 마치 춤을 추는 듯 부드럽고 정겨웠다. 택견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같이 발전하고 공생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경쟁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돕는 원리를 가진 무술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그들의 몸짓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였다.
김태일 전무이사는 “택견 수련은 그 자체가 좋은 인성교육이 됩니다. 왜냐하면 서로의 상대를 다치지 않게 제압하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상생공영의 원리를 몸으로 체득하며 사람을 대하는 올바른 개념을 세우기 때문에 좋은 사회성을 만듭니다.” 밝은 미소로 그는 조용히 설명한다. 김 이사가 말하는 상대를 배려하는 몸짓은 택견을 입문하면서 배우게 되는 ‘품밟기’를 두고 하는 소리다. 보통 2~3개월을 배워야 하는 품밟기는 택견을 하기위해 몸의 유연성을 배우는 몸동작이다. 이는 자신이 공격해야하는 상대를 배려하는 몸짓으로 상대를 아프지 않게 밀어뜨리기 위한 택견의 기본동작인 셈이다.
“다른 무술은 얼굴 등에 보호 장구를 착용하거나 무술적인 요소가 희석되어 실전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택견은 밀어차기 기법으로 배우기 때문에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밀지 않고 때리게 되면 필살기로도 금방 바꿀 수 있는 진정한 놀이이며 무예”라고 김 이사는 설명한다. 그가 택견에 관심을 가진 것을 태권도를 배우면서부터이다. 태권도의 교본을 읽던 중 태권도의 근본이 되는 택견을 알게 되었고 철학과 역사성 그리고 그 우수성에 감동되어 택견으로 종목을 바꿨다. 올해로 17년째다.
이러한 세월이 그에게 쉬운 건만은 아니었다. “아직도 도장을 운영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가끔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유지가 되지요. 잘 알려진 태권도를 계속했으면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았겠지요. 그렇지만 이 길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서로 돕고 협력하는 철학을 몸으로 익히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하며 자칫 외세에 의해 사라질 뻔 했던 우수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자부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버텨올 수 있었단다.
“사실 택견은 유연한 운동으로 잘못된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밀어 차는 기법으로 골밀도를 높여주어 키 크는데 좋은 유산소 운동입니다. 물론 사회성 힘양을 위한 인성 교육에도 그만이고요” 택견을 사랑해 택견과 결혼하고 택견을 논제로 박사논문준비중인 김 이사가 6단으로서의 시범을 보이며 내는 ‘이크~’ ‘에크~’의 장단소리는 마치 우리의 굿거리장단을 듣는 듯 심오했고 한 젊은이의 17년 자부심을 듣는 듯 진한 향기로 울려 퍼졌다.
택견군산전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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