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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약은 잇몸을 튼튼하게 해줄까요?

“저를 포함해서 부모님까지 잇몸이 나쁜데, 이O탄, 인O돌, 이O튼 같은 잇몸약 먹으면 좋을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약에는 어떤 질병을 치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고, 질병을 안전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염증이 심할 때,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항생제 성분이 몸속의 박테리아를 죽이는 역할을 해서 염증을 낫게 하는 것이지요. 이와 달리 고혈압이나 당료 환자가 복용하는 약은 질병을 치료해서 건강한 신체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혈압과 혈당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기능을 해서 환자를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료를 치료해서 건강한 신체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약을 개발한다면 노벨상을 수상하겠지요. TV. 광고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잇몸약들은 잇몸질환을 치료해서 건강한 잇몸으로 회복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주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 잇몸이 붓고 피나는 것, 이가 흔들리는 것, 잇몸이 근질거리거나 아픈 것 등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키는 기능을 합니다. 투약을 중지하면 원래의 치주질환 증상이 그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잇몸약이 치주질환을 치료해서 건강한 잇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고, 치주질환으로 인해 잇몸이 붓고 피나고, 간질거리는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럼 잇몸약을 먹어서 잇몸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는데, 잇몸약을 먹으면 나쁜건가요?” 이런 의문이 떠오르겠지요. 5년 10년 장기적으로 잇몸약을 먹으면 무엇인가 부작용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잇몸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치과에서는 잇몸약을 권하지 않습니다. 잇몸약을 구입하고 하루 2 번, 3 번씩 챙겨 먹는 정성을 칫솔질 하는 것에 투자한다면 잇몸 건강은 훨씬 좋아지게 됩니다. 30살이 넘은 대부분의 사람은 심하든지 가볍든지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고 면역력이 좋을 때는, 가벼운 치주질환의 경우 면역력이 충분히 억제해서 잇몸이 붓거나 피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피곤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는 잇몸이 붓고 피나고, 근질근질하게 됩니다. ‘피곤하면 이가 솟는다.’는 것이 이러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평소에는 건강한 잇몸이었지만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잇몸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면역력이 박테리아를 억제해서 증상 없이 지냈지만,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박테리아가 왕성하게 증식하여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피곤해서 이가 솟은 느낌이 불편한데, 도저히 치과에 갈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서 1~2 주 정도 제한적으로 잇몸약을 먹는 것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 후에 시간을 내서 치과에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잇몸약들은 치주질환을 치료하여 건강한 잇몸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피나고 아픈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질 뿐입니다. 잇몸이 나쁜 분이 해외여행갈 때 준비했다가 필요할 때 드시는 건 효과가 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시면 단골치과에 가셔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셔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