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그 프로에서 소는 누가 키우나 소리치는 코너가 있다. 말이 씨가 됐는지, 요즘 우리나라는 소 때문에 심각하다. 사실 군산은 예전부터 소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도시였다. 수산업과 농업이 주 업종이었고 축산관련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 군산에도 젊은 축산전문가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 불어 닥친 소 문제도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야면 복교리에서 제법 큰 규모의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신만재(36)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맥군_ 현재 몇 마리나 키우고 계시는지?
약 120여두 있습니다. 거세한 수소 80여 마리와 암소 40여 마리를 키웁니다.
맥군_ 농장을 운영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약 7년 정도 됐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익산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제게 맞지도 않고, 미래의 비전도 안보였습니다. 초봉 120만원에 온갖 고생을 다했으니까요. 그렇게 직장 다니면서 가끔 주말이나 휴일에 아버님 논에서 농기계 작업을 도와드렸는데 단 이틀 도와드리고 90만원을 받았습니다. 당시 제가 받던 한 달 봉급과 비교해 보고 화들짝 놀랬죠.(웃음) 그때부터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맥군_ 소를 키우시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당시 농협에서 두 마리의 암소를 사주는 조건으로 새끼를 두 마리 낳으면 그 암소를 팔고, 2년 내에 돈을 갚는 사업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엔 지금보다는 소 값이 무척 좋았습니다. 수소 한 마리 출하하면 8백만 원까지 나갔으니까요. 처음에는 소 키울 곳이 없어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키웠습니다. 암소에서 잘 발병되는 브루셀라라는 병도 유행이어서 소 키우기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세 번이나 옮겨 다녔습니다. 어린 소들은 환경에 적응을 못하면 많이 울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으면 옮겨가고 그랬지요. “젊은 놈이 촌에서 뭐 할게 있다고, 소라도 키워보려고 하는데 주민들이 너무 하네요. 더러워서 소 못 키우겠네요.”라고 동네 형님께 하소연했더니 그 형님이 “팔긴 왜 파냐? 형네 집에서 키워라”라고 해서 그 형님네서 한 2년 동안 키웠습니다. 거기서 12마리까지 늘려서 지금 이곳으로 옮겨왔지요. 소 막을 제법 크게 짓고 12마리만 넣어 놓니 당시에는 휘휘했지요.
맥군_ 소에 대해 많이 알아야겠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계량이니, 초음파니, 등급이니, 그런 것도 잘 몰랐습니다. 처음에 초음파 테스트 등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아버님께서 제가 열심히 하는 게 흐뭇하셨는지 “소 막을 이렇게 비워두면 뭐하니”라고 하시며 암소를 80두 정도 사서 투자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긴 했지만, 공부를 하며 소 사육을 알아가다 보니 제품으로서 가치가 없는 소를 키우면 키우나 마나더군요. 즉 소의 품질에 따라 가격도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키울 때 소는 똑같이 사료를 먹습니다. 사료값은 똑같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또 유통과정에서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아오니 역시 좋은 상품으로 키워서 오로지 경매를 통해서 출하해야지만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제가 키우던 암소를 보니 제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품종이었던 거죠.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한꺼번에 가지고 있던 소를 모두 처분하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맥군_ 그 이후 공부는 어떤 것을 했나요?
그런 일을 겪고 나서 품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소의 씨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소의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 다른 등급의 송아지가 태어나겠지요. 일반적으로 농장으로 수정사들이 와서 인공수정을 합니다만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그 품종이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내 암소가 어떤 송아지를 가지게 될지, 어떤 등급의 소가 될지 전혀 예상조차 못하고 그저 수정사의 결정에 따라 품종이 결정되어 지는 것이죠. 물론 최근에는 이런 내용이 데이터로 잘 정리되어 책으로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맥군_ 수소를 거세를 안 하고 직접 송아지를 낳게 할 수는 없나요?
수소를 거세를 안 하면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무척 사나워져 키울 수가 없습니다. 거의 로데오 하는 소처럼 날뛰게 됩니다. 심지어 울타리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수정을 해야 되는데, 제가 직접 배워서 하고 있습니다. 발정기에 제대로 수정을 해줘야지 경제적인 면이나 소의 건강에도 좋습니다. 한 달이나 두 달 내에 수정이 제대로 안되면 그만큼 농가의 부담은 커지게 됩니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수정사들이 하는 것과 주인이 직접 하는 것은 차이가 크겠지요. 앞으로도 이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맥군_ 수입산 소고기와 한우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호주산, 캐나다산, 미국산 소고기들 중 프리미엄 급 고기의 경우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드시던 분들도 한우 일등급 투 플러스 급 생갈비, 꽃등심을 드시게 되면 수입산 소고기를 다시 드시기는 어려울 겁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양이 적더라도 맛있는 걸 찾게 되는게 인간의 입맛이죠. 결국 무엇보다 육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를 키우시는 많은 농가는 아직도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잘 모르고 계십니다. 얼마 전 티비에 나온 순창에 소를 굶겨 죽인 사건 등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일단 정부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티비에서도 그런 것을 취재하는 자체도 정말 잘못 됐다고 생각합니다. 축산업계에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시며 힘들게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놔두고, 황망한 사건만 방영되니 점점 축산 농가들이 힘들어 지는 겁니다. 소비촉진을 이루는 내용을 방영하기는커녕 한우의 브랜드 가치만 점점 떨어뜨리고 있는 겁니다.
맥군_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송아지가 한 마리 태어나면 그 소의 아빠, 엄마, 외증조부까지 삼대가 전산 데이터로 나옵니다. 정자 번호부터 도축, 등급 번호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 것도 하나의 사업인데 최소한 어느 정도는 알고, 모르면 공부하고 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축산 농가는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부족하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소의 유전적인 측면이 등급을 좌지우지하는데 60~70%를 넘어갑니다. 나머지는 키우는 환경이지요. 그만큼 소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가 많이 필요한 것입니다.
맥군_ 수소와 암소의 차이는 어떻습니까?
수소가 암소보다 더 비쌉니다. 고기의 맛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똑같은 크기의 소를 도축해도 수소가 고기가 더 많이 나옵니다. 그 차이 때문에 수소의 가격이 비싼 거지요. 하지만 암소는 새끼를 낳습니다. 일 년에 한 마리씩은 새끼를 가질 수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기하급수적으로 개체 수는 늘릴 수가 있습니다. 소의 임신기간은 약 9개월 정도 되며, 송아지를 낳고 세달 후에 또 새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어미 소가 두 번째 송아지를 임신 할 시기면, 이미 첫 번째 새끼가 어미 소가 되어 새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소는 14에서 17개월 령이 되면 수정이 가능해지지요.
맥군_ 그럼 암 송아지가 태어나기를 바라겠군요.
그렇지요. 아무래도 개채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암놈을 낳아 주는 게 좋지요. 그리고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새로운 암송아지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현재 키우고 있는 소들의 정확한 출생을 모르고 있고 오직 초음파검사 등을 통한 판단밖에 없기 때문에 좋은 씨를 가진 소를 위해 새로운 암 송아지들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맥군_ 최근의 소 사태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소비자들은 한우 가격이 싸졌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육우’의 이야기입니다. 육우란 얼룩소를 말하는 데, 물론 수입 소는 아닙니다. 육우도 맛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우는 아닙니다. 국내산 소고기지요. 낙농하시는 분들께서는 사실 젖소가 필요하지 수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그 육우의 가격이 그렇게 떨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한우의 가격도 이전 같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은 품질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군_ 지금 백 마리가 넘는 소를 키우시는데, 혹시 특별히 정이 가는 소가 있나요?
물론입니다. 저기 안에 비쩍 말라서 뼈밖에 없이 마른 암소 한 마리가 있는데, 벌써 50개월이 넘은 놈입니다. 6년째 데리고 있는 녀석인데, 그동안 훌륭한 송아지를 많이 낳았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농장에 놀러 와서 그 녀석만 좋아합니다. 절대 팔지 말라고 그러네요. (웃음, 잠시 생각 후) 엊그제 축협에 들렸더니 1,200만 원짜리 소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기가 생깁니다. 7년 동안 노하우가 있는데 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600만 원짜리 소 20마리 키우느니 1,200만 원짜리 10마리 키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차피 같은 가격이 아닌가?” 생각하시겠지만 소는 사료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는 등급이 달라도 사료는 똑같이 먹기 때문에 출하할 때의 수익은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저도 그런 높은 등급의 소를 키우기 위해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맥군_ 소는 얼마나 오래 삽니까?
관리를 잘해주면 20년을 넘게 살지요. 영화 ‘워낭소리’에 나온 소도 그 정도 살았을 겁니다. 하지만 수소의 경우 대부분 태어나서 6개월에 거세를 하고 24개월, 즉 2년이 넘으면 출하하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출하를 서두르기 권장하지만 30개월 령 정도 되어야지 사실 제값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19마리를 출하했는데 평균 650만원을 받았습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이게 사실 바닥시세라 더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맥군_ 농장은 몇 분이서 관리 하시는지요?
저 혼자 합니다. 직원을 쓸 정도 되려면 최소 4~500두 정도는 되어야 하지요. 사료는 하루에 한번만 챙겨주면 됩니다.
맥군_ 그럼 소들은 하루에 한 번 먹고 종일 뭐합니까? 심심하겠네요.
(웃음) 자기 본분의 일을 하겠지요. 수소는 먹고 앉아서 살찌우고, 암소는 새끼 돌보고, 심심하면 운동 삼아 막사 안을 왔다 갔다 하지요.
맥군_ 앞으로 몇 마리까지 늘려서 키우실 계획이십니까?
저희 규모나 제 능력으로 볼 때 150두 정도가 가장 적당한 거 같습니다. 소의 개체가 무조건 많아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저희 막사 하나가 가로 5미터 세로 10미터 사이즈인데, 딱 세 마리 씩만 넣어서 키우고 있습니다. 개체수가 많아지면 소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좋지 않습니다. 물론 단위면적당 생산단가는 떨어지지만 좋은 상품을 위해서, 또 소를 키우는 제 철칙이 있기 때문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키우고자 합니다.
맥군_ 혹시 ‘나도 소 키워볼까’하시는 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소를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추천합니다. 사실 군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축산업을 시작하기에 어렵습니다. 허가가 까다롭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군산이 오랫동안 수산업이 주업이어서 그쪽에 모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보니 각종 허가 사항 등의 업무가 부드럽지 못합니다. 또한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열심히 해보려는 사람들에 대해 조례 같은 법령 개정을 통해서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 거 같은데 그런 부분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당국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의 농장은 군산에서 불과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깔끔하게 정리된 막사와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살고 싶을 정도로 잘 지어놓은 관리건물을 보면서 젊은 나이지만 너무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소의 커다란 눈망울만큼이나 그의 당찬 포부도 예쁘다. 소와 함께 멋진 미래를 설계하는 그의 모습에서 대한민국 한우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었다. 군산에서 소는 신만재씨가 키우고 있다.
신만재씨 소 농장
전북 군산시 대야면 복교리 699-8
mandkli@yahoo.co.kr / 010-8647-3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