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시로 쓰는 동화>
여울 김준기(시인)
웅이와 종이는
대왕바위 마을 바닷가 언덕 오두막에서
속 정이 깊은 욕쟁이 할매와
엇질이 아빠랑 함께 산다네.
대왕바위 깊은 바다 용궁 선녀가 되었다는
엄마를 그리며 산다네.
Ⅹ-9. 엄마 찾아 용궁으로
쫑이와 웅이는 서로 얼굴을 마주봅니다.
땀으로 흠뻑 젖어 얼룩진 웅이의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와 귓볼 아래로 떨어집니다.
쫑이의 두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웅이도 쫑이도 얼른 눈물을 훔칩니다.
“웅아, 나 울 엄마 봤다!”
“…………”
“있쟎나, 색동옷 입은 일곱돔배기랑
까만 얼굴 흑돔이랑
또 빨갛고 파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산호 알지? 그지?
빨간 산호랑 미역들이 꽈악 찬 바다 속에서
울 엄마가 종을 치고 있드래이.”
쫑이는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혼자 말했습니다.
바다는 어느새 너울을 일으키며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댕 대앵 뎅그렁 뎅그렁’
쫑이는 수평선 너머 깊은 바다 속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웅이는 무지개 너머 하늘 저 높은 곳에서 울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웅아, 덥지? 헤엄 안칠래?”
쫑이는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첨벙 바다로 뛰어듭니다.
쫑이는 개구리처럼 물속으로 숨었다 나왔다 하면서
바다 가운데로 헤엄쳐 나아갑니다.
웅이도 머리를 거꾸로 숙이고 두발을 힘차게 차면서
물속으로 헤쳐 들어갑니다.
바다 속에는 미역 진저리 바닷말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온갖 풀 사이로
까치망성어 고래치 흑돔 새끼들과 일곱 빛깔 색동옷 돔배기들이
춤추듯이 헤엄치고,
빨간 불가사리하며 밤송이 성게, 뿔 소라 진주 전복들이
바위 등에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황새모가지처럼 두 눈을 곧추 세운 꽃게들이
깜짝 놀라 긴 눈을 움츠리고 바위틈으로 숨어버립니다.
거기 어디에 정말 커다란 종이 있고
쫑이 엄마가 그 종을 치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꼬리치며 달아나는 고기 떼를 좇아
웅이는 바다 속을 헤엄쳐 갑니다.
뽀글뽀글 웅이의 입에서 내 품는 공기방울이 멎었습니다.
숨이 가쁩니다.
웅이는 몸을 바로세우고 물위로 솟구쳐 올라와
후웃 하고 큰 숨을 내쉽니다.
웅이는 바다 깊은 곳에서
기와지붕이 으리으리한 용궁을 보았습니다.
(→ 다음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