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축구의 함성 메아리쳐라
- 축구인의 이름을 대회명칭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대회 ‘금석배’
- 전국학생 축구대회 ‘금석배’, 10년만에 학기 중에 대회 개최
- 6월 2일부터 12일까지 월명 축구장과 보조 경기장에서 열려
- 대학 수시 입시 반영, 대회 부활요구 반영 결과
- 떠들썩한 군산시내, 학생 축구열기 확산 기대
‘공부하는 축구’를 내건 주말리그 도입 후 줄 곧 겨울방학(1~2월)과 여름방학(7~8월) 기간에만 열렸던 전국학생 축구대회가 10년만에 학기 중에 개최된다. 벌써부터 군산시내가 학생 선수들로 떠들썩하다.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가 전국 37개팀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군산월명종합경기장 외 4개 구장에서 총 70경기가 열린다.
운동부 선수들도 공부하는 걸 기본으로 하는 정책 시행 이후 경기력 약화와 특기와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교육 정책이라는 등 논란이 많았다.
이번 금석배 대회 학기 중 개최는 전국대회 입상 실적이 대학 수시에 반영되기에 학기 중 대회의 부활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
군산의 긍지, ‘금석배’ 바로 알기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금석배’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대회 중에서 당시 실존하는 현존 인물을 대회명으로 사용하고, 지방경기단체인 전라북도 축구협회가 창설, 주최하고, 초등·중등·고등부가 한꺼번에 열리는 등이 유일한 대회로 기록된다.
군산출신 고 채금석 옹의 축구발전 공로와 우수 선수 발굴을 목적으로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1991년 금석배 조기축구대회를 창설했고, 이듬해 1월 11일 대한축구협회의 인준을 받아 정식 대회로 개최되었다.
이후 중·고교와 초등부로 분리되어 익산, 전주, 군산 등을 돌아가면서 열리다가 지난 2009년부터 채금석 옹의 고향 군산에서 영구 개최하기로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는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의 우상인 차범근 FIFA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이 참석해서 선수들을 격려했다.
채금석 옹이 배출한 축구인재들
축구인 채금석 옹의 제자들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만 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1970년대 국가대표를 지낸 1대 제자들만 해도 김성철, 정태훈을 비롯 최재모, 박문갑, 강 철, 유동춘(현 제일고 감독), 이길환 등과 수제자격으로 선생님을 보살피다 작고한 문동환 등이 대표적이다.
군산시청 공무원이었던 양아들 황홍근씨, 박준규, 김완전, 차도만, 고영권, 김재훈, 서원상(현 군산FC 감독), 김영철(축구해설위원), 김윤호, 정환식 등이 2대 제자들로 분류된다. 여기에 군산에서 활동하였던 김철희, 박금서, 이중석 등도 있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노수진, 유동관, 조긍연(축구협회 경기위원장), 조덕제(전 수원FC감독), 차종복(전 전북현대/ 작고), 노상래(전 전남FC 감독)등이 있으며, 현 전북축구협회장인 김대은 회장도 직계 제자이다.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의 변천과정
지난 1991년 제자들이 대회 운영비를 모아서 조기축구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는 이듬해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로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거쳤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공인된 1993년 이후 2005년까지는 초·중·고대회가 한꺼번에 열렸고, 전북도내의 각 도시를 돌며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격년제로 초·중등부와 초·고등부로 나누고, 2009년부터 주말리그가 시작되면서 학생축구 전국대회가 상당수 폐지되거나 방학기간으로 대회가 옮겨졌다.
대부분 5월~6월에 열렸던 금석배도 주말리그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겨울방학 기간으로 경기 일정이 바뀌었으며 2009년부터 2월에 대회가 열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대회가 열리고, 대한축구협회가 참가 학교 팀수를 제한하면서 대회 규모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채금석 선생의 축구발전에 기여한 혼을 기리는 대회가 그의 고향인 군산으로 영구 유치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었고, 전북축구협회와 군산시가 2009년 대회부터는 군산에서 영구 유치키로 합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채금석 선생은 누구인가
채금석 선생님의 별명은 오토바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170센티도 안되는 작은 키였지만 잔발을 띠며 가볍게 날아다니던 모습과 잘 어울리는 별명이다.
필자는 6살 때부터 새벽운동에 나가 선생님께 인사이드 패스를 주고받았던 코흘리게 제자였다. 바른 자세로 패스가 나갈 때면 어김없이 ‘나이스’ 해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생하다.
1904년 군산에서 태어난 선생은 91세가 되던 1995년 12월 26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오로지 축구인으로 후진 양성을 위해 살았다. 구암동의 생가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영명학교 운동장에서 새벽 운동을 시작하여 밤늦도록 훈련을 시키며 선수들을 만들어 냈다.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서울 경신중 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며, 1933년 제 2회 경평전에서부터 1944년 경성 대표로 활약했다. 1934년 베를린 올림픽 예선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고, 고향 군산으로 돌아와 53세까지 일반부 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1934년 광주학생사건 무렵 일본인 관원을 구타한 사건으로 퇴학당했던 선생님은 1985년 뒤늦게 경신중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제일중과 제일고 축구부 창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1980년대엔 뇌졸증으로 쓰러졌지만 오뚝이처럼 일어섰으나 1990년대 초 구암초와 제일중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오던 중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시들기 시작했다.
병마를 털고 나와서도 곧바로 제자들과 축구를 하고 또 아이들과 놀아주었던, 평생 축구인이 바로 채금석 옹이다.
올해의 금석배와 전북권 학교들의 전망
올해 금석배에 출전하는 37개 팀들 중에서 준수한 성적이 예상되는 팀은 전통의 강호 서울 재현고, 중동고와 부산의 동래고, 천안제일고 등이다. 2017 금석배 고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제주유나이티드 U-18은 이 대회에는 프로 유스팀들이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불참했다.
따라서 학원 축구와 클럽팀들의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그런데 대진표 추첨결과 우승권으로 점쳐졌던 재현고와 중동고, 그리고 제주 백호기 대회 우승팀인 서귀포고와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전남영광FC가 4조에 몰리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홈팀인 군산제일고를 비롯하여 이리고, 전주공고, 고창북고, 백제고, 단풍FC 등 6팀이 출전하는 전북권팀들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산제일고는 목포공고, 제주 중앙고와 3조에 속했다.
하지만 예선 풀리그를 거쳐 상위 2팀이 진출하는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 경기를 벌일 경우 고등학교 축구의 특성상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인터뷰- 김대은 전북축구협회 회장>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는 대한민국 축구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축구인의 이름을 딴 대회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위대한 대회의 하나입니다.”
김대은 전북축구협회장은 금석배 개막경기가 열리는 군산월명운동장에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금석배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축구선수로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축구행정가로 성장해 온 김 회장은 우리나라 축구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범 협회장이다.
김대은 전북축구협회 회장은 “금석배는 스승인 채금석 선생을 기리는 대회가 제자의 한 사람으로써 자랑스럽다.”면서, “이 대회를 통해서 우리나라 축구발전을 위한 훌륭한 선수가 배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또 “자랑스런 전북의 축구 열기를 금석배 축구대회가 이어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