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刺繡)공방
‘들꽃이야기’
공예가 이미정 작가
개복동 시민예술촌(구 우일극장)앞에 위치한 자수공방 ‘들꽃이야기’는 자수공예가 이미정 작가의 작업실 겸 강습실이다. 본래 전남 해남 출신으로서 단국대 도예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대학시절엔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 학생이었다는데 동급생이었던 군산 남자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일찍 결혼, 시댁인 군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녀의 전공은 도예였지만 취미로 옷을 만들거나 수를 놓거나 하는 일이 오히려 더 적성에 맞았고 소질도 드러났다. 자수에 매달린 지 10여 년, 이제는 독자적 기법으로 일가견을 이룸으로써 이런저런 대회에서 수많은 수상 경력도 쌓은 그녀는 4년 전 지금의 공방 ‘들꽃이야기’를 열었다. 그래서일까, 공방에 들어서면 갖가지 천에 들꽃처럼 아기자기하게 놓인 수채화 같은 수(繡)들이 실내를 가득 장식하고 있다. 현재 그녀의 작품이나 포트폴리오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람 등 온라인에 소개되어 모방 사례가 늘고 있을 정도며, 작업과 강습 상담, 수강생 지도 등으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이 작가가 들려주는 자수 이야기
자수(刺繡)란 바탕천에 갖가지 색실로 그림이나 글자, 문양 등을 수를 놓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옛 여인들은 바느질을 몸가짐과 용모, 말씨, 길쌈과 더불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수를 만든다거나 꾸민다 하지 않고 ‘놓는다’고 한 것은 색실을 천에 바늘로 찔러서 사뿐히 올려놓는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바느질은 치유의 기능도 있다.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집중하되 고운 실로 자연의 온갖 색감을 아름답게 끌어내는 창조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결과물은 성취감과 함께 생활 속에서의 정서를 풍요롭게 가꾸어 준다.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별이 놓은 수(繡)때문이 아니겠는가.
사실 이미정 작가가 오늘날 전문가 반열에 서기까지는 거의 독학에 의한 지독한 수련의 과정이 있었다.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기법을 연마하는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고난 눈썰미와 손재주로 습득 기간이 남보다 월등히 빨랐으며 그녀만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그러다보니 창작에 대한 부담감도 생겼다. 기성품의 재현이 아니라 그녀만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드러나는 작품을 구현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산고(産苦)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작품에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온갖 잡다함을 잊는 그야말로 무념무상, 무아지경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자수의 유래와 기법
-동양자수-
동양자수는 페르시아에서 시작되어 인도, 중국을 거쳐 고려 고종 때 처음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의 전통자수는 화조도(花鳥圖),산수도(山水圖),길상문(吉尙文),경직도(耕織圖), 십장생(十長生)등을 소재로 조선시대 들어 회화(繪畵)를 능가하여 자수화(刺繡畵)로서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면서 특색 있는 문양과 색채로 직물의 표면을 장식하는 조형예술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병풍자수를 비롯하여 복식(腹飾)자수, 생활자수, 불교자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었고 주요 기법으로는 자릿수, 자련수(刺練繡), 평수(平繡), 이음수, 징검수, 매듭수, 사슬수 등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 1950~1960년 대 시기를 거치는 동안 일본의 영향과 의식주 문화의 서구화로 서양자수 교육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융합한 독특한 자수 양식으로 변천하게 된다.
-서양자수-
프랑스 자수라 일컫기도 하는 서양자수는 고대 이집트의 콥트 직물 꽃무늬에 색실로 자수한 유물이 있어 기원을 짐작케 한다. 이것이 아시리아, 아라비아, 페르시아 등 각지에 전해졌는데 프랑스에서는 10세기경부터 성행되어 중요산업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자수의 기능자를 특별히 국가에서 보호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영국을 거쳐 유럽 전역으로 확산, 각 나라마다의 국민성과 문화를 접목하여 발전시키면서 아름다움을 겨루게 된다. 이것을 총괄하여 동양권에서는 서양자수, 도는 프랑스 자수라 하거니와 수를 놓는 바탕천, 기법, 부속재료에 따라 튈자수, 리넨자수, 수단자수, 코드자수, 하뎅그워크, 드론워크, 스모킹 등으로 구분되고 그 밖에 라파이어자수, 비즈자수, 리본자수 등이 있으며, 스티치 기법으로는 새틴, 아우트라인, 체인, 버튼홀 등 무려 100종 이상의 것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작가의 작품들
수(繡)공예가인 이 작가는 옷도 가방도 잘 만든다. 일찍이 취미로 미싱을 습득했던 터라 의상제작에 있어서도 웬만한 디자이너에 못지않을 정도다. 공방 안 전시된 다양한 수공예품들과 함께 원피스, 치마, 블라우스 등도 전시되어 있는데 천이나 색감, 모양 등에서 일견 소박하면서도 은근한 기품이 느껴진다. 이러한 수공예품과 옷들은 모두 주문제작으로서 그녀의 창작품이다. 기성복은 취급하지 않는다. 또 목공예도 배웠던 터라 탁자나 진열대, 선반 등도 모두 그녀가 손수 만든 것들로서 한눈에도 수준급이다. 공방 한 쪽에 판매를 위해 진열된 크고 작은 도자기 그릇들 역시 전공자인 그녀의 작품들과 함께 이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작가들의 작품으로서 문양이나 고려청자를 연상케 하는 오묘한 색채 등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강습
그녀의 공방은 수예 교실이기도 하다. 수강자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의 여성들로서 취미를 가꾸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연령대는 다를지라도 성향에는 공통점이 있다. 수(繡)는 차분하면서도 끈기와 꼼꼼함이 요구되는 분야인지라 대체로 조용한 심성을 지닌 이들에게 적합한 때문이리라. 현재 수강생들은 군산 주민을 위주로 익산, 김제 등에서도 찾아오고 천안, 구미, 진주 등 먼 타지에서의 수강 문의도 심심찮게 들어오고 있으며, 게 중에는 Oneday Class수강을 제의해오는 경우도 있다. 그녀의 지도는 친절하면서도 세심하다. 쉽고 편하게 가르치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자신의 바늘 끝에서 생명력으로 탄생하는 갖가지 수 문양에 재미와 신기함을 느끼는 듯하다. 또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어가면서 맛보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강습 커리큐럼은 2개월 과정인 기초반과 중급, 고급반으로 나뉜다. 하지만 수강생의 출석 여하에 따라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각 반별 기량 차이는 당연하다 하겠다. 또한 주1회 장애인협회에 봉사 차원의 출강도 한다. 그 외 여러 기관, 단체에서의 출강 요청은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정중히 거절한단다. 수강생 중에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진 자격증 발급을 안 하고 있다. 물론 자격증 취득반을 만들어 운영하면 본인에게 경제적 수입은 되겠지만 사회적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격증이 남발되어 권위를 실추시키고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던 터라 이 문제는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싶어서다. 창작 구상과 수업, 작품 제작, 블로그(ID/베르니)관리 등에 몰두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밤 10시, 그녀는 거의 그 이전에 귀가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공방엔 언제나 늦게까지 불이 켜있다.
들꽃이야기 자수공방
베르니작업실
군산시 중앙로1가20-10
HP.010-9265-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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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刺繡)
-허영자/시인-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실
따라서 가면
가슴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번뇌(世事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정토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