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산의 최대 이슈는 ‘새만금 행정구역 통합’이다. 여의도의 140배 면적이라는 새만금은 과연 어느 시군에 귀속되는지를 둘러싼 부안, 김제, 군산의 셈법은 각각 다르다. 전북이나 전주권도 나름대로의 대안을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새만금이 제대로 개발되기 위해서, 세계적 명품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분할할 것이 아니라, 아예 새만금을 포함한 3개 시군을 통합해야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그 논의의 중심에 군산대 최연성교수가 있다. 5월 13일 시립도서관에서 열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주관의 '새만금 구역관리체제'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는 그를 만났다.
맥군_새만금 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누구 땅이냐를 놓고 이웃끼리 분쟁이 일다니 어찌된 일인가?
사실 개발 초기에 정리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초기에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 와중에 이 땅의 임자가 누구냐를 놓고 3개 시군이
충돌했다면 원활한 방조제 공사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찌되든 방조제부터 막고 보자는 공감대가 3개 시군에 암묵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둘째,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군산은 당연히 현재의 해상경계선으로 분할되리라고 보았고, 김제와 부안은 설마 군산이 71%나 차지하겠느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맥군_새만금 개발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나?
우여곡절 끝에 올 3월에서야 새만금종합개발계획(마스터플랜)이 확정되었다. 만사지탄이다. 앞으로 이 계획대로 간다고
봐야 한다. 다만, 향후 10년간 22조원이 소요되는데,이를 어떻게 조달할지가 관건이다. 대통령 공약도 손바닥 뒤집듯이 뒤
집고, LH공사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계획도 조령모개식인데 낙관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정신 바짝 차리고, 반드시 차기 대선
후보들에게 확답 받아야 한다. 내년이 중요하다. 현재 방수제 축조와 새만금산업단지 매립, 부안 측 방조제 도로높임 공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야미도와 신시도 사이의 다기능부지는 이미 완공되어 호텔 등 시설물 건축을 앞두고 있다.
맥군_내년이 중요하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혹시 무슨 복안이라도 있나?
없다. 다만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대선공약을 준비해 보려고 한다. 새만금사업이 핵심이 될 것이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대선공약으로 준비할 때에 새만금을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호남에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과학벨트 충청권 공약’은 백지화되었고, 호남과 영남에도 기회가 왔다. 그러나 전북은 LH공사에 올인 하느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큰 것을 놓친 게 아쉽다.
맥군_전주 - 완주나 청주 - 청원 등지에서 보듯이 통합은 매우 어렵다. 71%를 확보한 군산 입장에서 굳이 어려운 길을 가야할 필요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71%가 군산 땅이라는 그런 말 하지마라. 그것은 행정적이고 법적인 판단이지 문화나, 지리나, 역사적인 판단은 아니다.
더욱이 주민들의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 법적 결정은 최후의 수단이다.
김제나 부안 분들 만나보라. 새만금을 그 누구 못지않게 사랑한다. 개발로 인한 손해에도 불구하고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희생한 분들도 많다. 새만금 방조제를 쌓은 석재의 대부분은 부안에서 가져왔다. 새만금은 김제의 벽골제를 현대화한 것이며, 애초에 만경평야를 확장하여 식량을 자급자족하기 위하여 시작된 것이다. 군산 주장대로 금이 그어진다면 그 금은 행정경계가 아니라 이웃 간의 마음의 금이 될 것이며, 그로 인한 소통의 단절과 불신의 벽은 새만금 개발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맥군_지금 거론되는 안은 크게 3개인 것 같다. 군산, 김제, 부안으로 각각 분할하거나,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독립시키거나, 통합하는 것인데 만일 합의하지 못하고 분할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분할하면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군산 안대로 된다면 김제와 부안은 패자가 되므로 크게 반발할 것이고, 김제나 부안의 안대로 된다면 군산에서 마찬가지로 크게 반발할것이다. 20년 동안 새만금에 걸었던 희망이 상실됨으로 인하여 주민들은 큰 상실감에 빠질 것이며, 매우 큰 소요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3자를 다 만족시킬 분할 안은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갈등과 반목은 누가 책임지나?
맥군_분할된다면 개발도 순탄하지 못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새만금명품도시는 군산과 부안으로 나눠진다. 한 도시에서 어느 식당은 군산에 세금 내고 그 옆 식당은 부안에 세금 내며, 어느 집은 군산시의원 뽑는데 투표하고, 그 옆집은 부안군의원 뽑는데 투표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개발은 각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기형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서 7조6천억을
투자한다고 하는데 그 예상부지는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이래서는 투자유치도 어렵다.
멕군_이렇게 싸울 바에야 차라리 '새만금시'로 독립시키는 편이 낫다는 말도 있다.
말도 안 된다. 이런 주장하는 사람들은 흑심을 품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해상을 매립하여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만든 사례가 없다.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며 광역화하는 추세인데 인구도 없는데 독립시킨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억지다. 지금 새
만금에 누가 살고 있나? 개발이 완료되는 10년 뒤에는 몇 만이나 살 것인가?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이런 소도시로 중국 상
해나 천진과 경쟁하며 암스테르담이나 싱가포르를 만든다는것은 가당치도 않다. 셋 다 합쳐도 부족하다. 만일 그런 일이 벌
어진다면 군산, 김제, 부안은 당장 새만금보다는 자기 지역 개발에 열을 올릴 것이며, 타 지역의 개발을 위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방조제와 새만금 앞 해상의 관리자인 군산시의 협조가 없이는 새만금 매립토 조달, 신항만, 국
제공항 건설 등이 불가능하다. 아마 자기네 앞 바다를 매립하여 다른 도시에 내어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상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지역을 중앙정부나 전라북도 직할 관리한다는안도 나왔는데 이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어긋나 위헌의 소지가많다. 개발청이 신설되어도 그것의 권한은 개발에 국한되어야지 행정까지 손대서는 안 된다. 독립은 3개 시군을 모두 패자로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맥군_OCI가 새만금에 10조원을 투자하여 세계적인 태양광공장을 건설한다고 했는데, '새만금시'로 독립되면
어떻게 되나?
군산 소재의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군산과는 무관해진다. 물론 군산은 간접적인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세수는 없다. 군산시민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겠나?
맥군_통합해야 서로 이익이라는 말인가?
그렇다.통합은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있다.통합은 3개 시군 모두가 새만금을 통째로 소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패자가 없다. 통합은 경제적 이익, 행정의 효율화, 주민 편익 증대, 국토의 효율적 이용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군산은 상공업에서, 김제는 농축산업에서,부안은 관광산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서로 조화를 이뤄 힘을 모우면 큰 시너
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맥군_행정안전부(장관 맹형규)는 작년 10월 ‘중앙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새만금방조제 명소화사업」추진을 위해 새만금방조제 총 33KM 가운데 포험한 군산시 비응도항~신시도 구간의 14KM를 군산시 관할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
방조제는 완공되었고, 그 앞의 다기능부지도 완공되어 분양을 앞두고 있으니 지적을 등록하고 행정구역을 정해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3개 시군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니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의결한 것이다. 이는 해상경계선을 존중하는 헌법재
판소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 군산시의 손을 들어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분쟁조정위원회는 이 결정에 그치지 않고 정
부가 주민편의와 행정효율 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새만금전체구역에 대한 행정구역 재설정을 포함한 합리적 구역관리
체계를 검토 시행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다시 말해 우선 급한 부분은 정해주지만 나머지 부분은 정부 주도로 재설정하라
는 것이다. 군산시의 손을 들어주었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권고에 따라 정부는 새만금행정구역에 대하여 전문가의 연구결
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개최된 세미나도 그 연구의 일환이다. 결과는 8월에 나온다.
맥군_갈 길이 멀고도 험한 것 같다. 새만금문제가 의외의 복병을 만난 느낌이다.
변수가 너무 많은 방정식이다. 김제시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제소했다.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만일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나 분쟁조정위원회와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새만금 행정구역은 미궁에 빠질 것 이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매립지역이 생길 때마다 법적 공방을 벌인다면 새만금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고, 명품도시니 동북아경제중심이니 하는 우리의 꿈은 백일몽으로 끝날 것이다.
맥군_통합을 위하여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았는가?
절차는 간단하다. 3개의 시군의 주민들께서 동의하시면 내일이라도 당장 통합된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으시면 불가능하다.통합에 대한 구체적 절차는 작년 10월에 제정된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소상히 나와있다. 여기에는 통합하게 되면 취할 수 있는 행재정적인 혜택이 적시되어 있다. 정부에서도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을 발족시키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기구도 통합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
으로 안다. 아무리 혜택이 많아도 기분이 동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통합은 상대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진행되어
야 한다. 통합시의 명칭, 통합시청의 위치, 통합시의회 구성, 통합시의 선거구 등 민감한 문제들도 많다. 미래를 위하여
군산시가 많은 부분에서 양보하고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맥군_창원-마산-진해가 통합된 2009년 가을, 전주-완주도 통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갈등만 부추기고 실패로 끝났다. 무엇때문에 실패하는가? 그리고 통합 타이밍은 언제가 가장 좋을까?
정치인들이 나서지 말아야 한다. 통합의 주체는 주민이지 정치세력이나 관료가 아니다. 문동신 군산시장도 '3+1'이라는 이름의 통합안을 제시했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건식 김제시장이 주장하는 1/3씩의 균등분할도 현실성이 없다.
통합은 민의에 따라야 하며, 정치인들이 나서서 분위기 잡는일이 없어야 성공한다.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내년에
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올해를 놓치면 2013년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때까지 새만금 행정구역이 획정되지 않으면 개발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우리는 전주-완주처럼 느긋할 수 없다. 이제라도 민간주도의 3개 시군이 협의하여 ‘통합추진기구’를
구성하고 가을에는 주민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새만금지역이 통합하게 되면 받게 될 이익과 불이익,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다 오픈해야 한다.
맥군_부안, 김제, 군산 외의 지역도 통합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 않나?
있다. 익산, 서천과의 통합을 우선해야 한다는 분이 계신다. 새만금-금강권의 그랜드통합을 처음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주장한 분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김석철교수이고 여의도를 설계하셨다. 박양일 군산상공회의소 회장도 그랜드통합을 일찍
이 주장하였다. 고석강 군산시의회 의장도 서천과의 통합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새만금 3개 시군의 경우는 그 지역들과는
다르다. 그 지역들은 통합하면 좋겠지만 안 되도 그만이다. 그러나 새만금은 다르다. 지금하지 않으면 개발이 지장을 받
는다. 매립하면 그것이 누구 땅이냐를 놓고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맥군_3개 시군의 감정의 골이 깊은 것 같은데 통합 이전에 그것부터 치유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하다. 사실 통합해도 인구는 채 50만이 안 된다. 통합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갈등해소와 화해이다. 20년이 지났건만 3개 시군은 새만금문제를 논의할 협의체 하나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만금 방조제 개통으로 1천만 명
의 관광객이 찾아와 3개 시군을 거쳐 갔지만 그들을 어떻게 맞이할지를 놓고 한 번도 협의한 적이 없다. 3개 시군이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타 지역에 더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의 정신이다.
올 가을에는 3개 시군이 모여 새만금운동회라도 열어 보자.
맥군_마지막으로, 혹시 통합이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통합이 무산되면 각자 '땅 따먹기' 게임에 목숨 걸 것이고, 갈등의 골은 한없이 깊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비록 행정구역은 달라졌지만 새만금을 공유하고 있는 이웃끼리의 화해와 상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볼 참이다. 그것이 통합을 원했던 우리가 할 일이다.
나는 환경단체와 충돌이 많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들의 입장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새만금의 친환경개발을 위해 그분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 함께 할 일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