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가는 울산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5월12일 마지막 배를 진수하고 나서 서서히 도크를 폐쇄할 수순이다. 전 세계적으로 침체된 조선경기와 우리나라 조선업의 수주물량 절벽에 막혀 더 이상 배를 건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군산시민들은 이런 상황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지킴 100만 서명운동’을 펼치고 28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국회와 울산 현대본사에 서명부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평창동 정회장 자택앞에서 2월부터 3월까지, 더불어민주당사 앞과 국민의당사 앞에서 4월 한 달 등 총 석 달 동안 1인 시위를 펼치고, 2월에는 1만여명이 넘는 시민이 모여 현대중공업을 지켜내자는 집회를 열었고, 대선 후보 진영에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지켜 달라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나름의 대안을 마련하였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부 지원을 통한 방안마련, 홍준표 후보는 근본적 대책마련을, 유승민 후보는 조선업 전반의 해법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군산조선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쇄 수순을 밟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군산조선소 전체 협력사 86개중 47개사가 폐업을 했고 근로자는 5,20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3,200여명이 줄어들었다.(‘17.3월 현재) 매년 1조 2천억원의 매출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 그리고 협력사와 근로자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던 지게를 헌 신짝처럼 버리고, 전북도민과 군산시민의 열열한 환호와 지지를 뒤로하고 친정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세계경기의 흐름과 조선경기의 침체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하지만, 단 하나의 도크만을 가진 군산은 한번 문을 닫으면 협력사의 협조체계와 일 할 근로자의 모집 등 인프라의 구성이 어렵고 특히 세계최대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는 도크로 대형선박을 건조하기에 적합하게 설계된 군산조선소는 규모와 맞지 않는 소규모의 배를 건조할 처지도 아니어서 언제 빛을 볼지 모르는 캄캄하고 긴 터널에 막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어버린 3,200여명의 생명의 염원, 이미 문을 닫은 47개 협력사의 간절한 바람, 그리고 군산시의 제조업중 4/1을 차지하고 전라북도 수출의 8.9%를 점유하고 있던 군산조선소가 다시 문을 열고 힘찬 기계소리를 울릴 날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호응에 아무 말 없이 뒷모습을 보여 버린 현대.
씁쓸한 모습의 현대를 보면서 고려속요의 가시리가 떠오른다.
가시리 가시리 잇고 버리고 가시리 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 잇고
잡사와 두어리 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셜온 님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도셔 오쇼셔.
가는 님을 붙잡지도 못하고 보내야만 하는 정이 애틋한 5월, 군산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