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오월 봄 꽃이 절정을 스치고 새 꽃으로 자리를 바꿀 무렵이면,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들이 떠오른다. 이승하님의 시처럼 어머니, 아버지 발톱을 깎아드린 적이 몇 번이나 되었을까? 하며 못내 아쉬움이 가슴속 깊은데서 뭉클하게 솟아난다. 그리고 꽃봉오리 같은 여린 학생 삼백여명이 물에서 명을 다했던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4월, 아직 물속에서 나오지 못한 세월호, 이제 세월호 인양을 시작한다고 오늘부터 ‘리프트빔’을 투하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세월호의 안전한 인양을 통해 미 수습된 사람을 수습하고 침몰 관련 진상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했던가? 최근 30년 동안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대들보이자 불과 5년 전만 해도 ‘최고의 시절’을 누렸던 조선업은 이제 ‘제2의 IMF 사태’ 뇌관으로 추락했다. 국제 경기침체의 영향이다. 또한 모험적 경영자 소수의 잘못된 판단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 과정만 보더라도 ‘미뤄둔 구조개혁의 산물’이자 ‘한국형 성장모델’이 한계에 달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향신문) 마치 10여 년 전 스웨덴 제3의 도시 말뫼에서 골리앗크레인을 단 돈1달러에 우리나라에 넘기고 시민들의 흘린, ‘말뫼의 눈물’이라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결국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위기와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의 해운산업의 침체가 온 나라를 구조조정과 실직이라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2013~14년부터 소위 조선, 해운 “위기론”이 대두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조선, 해운 산업들은 이 위기를 딛고 일서서기 위해서 “저가수주” “해양플랜트 사업진출” 등 덩치를 더 확장하다가 지난 2014년부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면서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조선업에 깊은 조예가 없다. 그래서 그 깊은 내막은 언론보도를 통해 아는 것 이외 다른 것은 없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번에 구조조정 한다고 대량실업을 발생시킨다면,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실직과 그 가족이 짊어져야 할 더 많은 어려움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채권은행에서 국민의 돈을 회생자금으로 투입하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이익은 기업에게 책임은 사회에게?” 그 낡고 무책임한 대응책은 더 이상 우리사회에 통용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정부는 일본과 스웨덴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한다. 一樹百穫(일수백확)이라는 말이 있다. 한그루의 나무에서 백배의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라 한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대응방안 그리고 근로자의 삶이 가장적정한 선을 유지하면서 가장 긍정의 효과를 도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되, 나 홀로 결정하지 말고 전문가의 의견과 선진국의 경험 있는 사람의 의견을 묻고, 기업과 근로자와 나라가 동반 상생할 수 있는 백배의 수확할 수 있는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지기를 바란다.
10년이 지나 20년이 지나 어머니 앞에서 발톱을 정리 해 드리며, “이 어려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서 이 날이 오게 되었나?”를 회고하면서, 가족이 모두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오월 가족 모두가 행복한 가정의 달을 위해 “위기를 기회로 변화 시키는” 슬기로운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