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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10년 세월, 어느새 우리 동네는 ‘도심 속 빈민 섬’
글 : 이화숙(자유기고가) / lila3006@hanmail.net
2015.12.01 15:00:02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첫눈이 왔다. 11월 25일 군산시 적설량 22.5㎝.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사는 저소득 빈민계층이 가장  힘겹게 보내야 하는 추운 계절, 그 겨울이 보란 듯이 큰 신호탄을 울리며 온 것이다.
군산에서 가장 번화한 신도심인 수송동 그 속에서 홀로 빈민 섬이 된 수송동6통. 이곳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며 가진 건이라곤 오직 집 한 채. 오양순 할머니는 “나는 언제나 따스하게 살아볼까? 올 겨울 춥다는데 어린 우리손녀는 얼마나 더 추워야 할까?” 라며 주변에 첩첩히 쌓인 고급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 높은 언덕위에 맨발로 서서 겨울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어디서들 왔어요?”
언뜻 느끼기에도 호기심과 불신의 표정이다.
“취재하러 왔어요.”
“무슨 취재? 왜 여기 발전시켜 준데요? 맨날 조사하고 가면 뭐해요! 10년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그들은 노골적인 불쾌함을 드러내며 몇 마디 말도 못 붙이게 하고 총총히 걸음을 옮겼다. 군산시가 수송지구를 개발하면서 유독 이곳만을 제척, 군산의 신도심인 ‘수송지구’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각종 개발에서는 외면 받아온, 할 말이 많은 수송 6통 토박이 인 듯 했다.
“오죽하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에게 지난 10년은 기대와 실망이 오간 가슴 졸인 세월이었다. 주거복지를 실현해 준다면서 정부가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한 이후 그 동안 군산시는 개발관련 사업 설명회를 열었을 때 처음에 주민들은 애타게 사업 추진이 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려운 살림은 적절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고 조금 만 돈을 보태면 지긋지긋했던 판자촌 같은 환경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참고 인내해 왔다. 그러나 점차 이 낡은 집에서 벗어나려던 꿈이 제 자리 걸음으로, 공동주택을 개발한다던 민간 사업자들이 줄지어 떠나가 버려 기대는 실망으로, 주민들 사이엔 보상액을 놓고 갈등만 깊어져 그동안 정들었던 이웃 간에 인심도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지곤 했다. 주민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눈만 오면 어린이집 못가는 손녀…석유로 난방 해야 하는 할머니

 오양순 할머니는(73, 수송동6통) 손녀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눈 만 오면 이곳엔 어린이집 차가 안 올라와. 그래서 겨울이면 우리 손녀가 어린이집에 못 갈 때가 많아. 하루 종일 혼자 놀아야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또 얘가 추울까 하여 난방을 해야 하는데 여기는 도시가스도 안 들어와서 석유로 때야 … 정말 겨울만 되면 걱정이 태산여.”


이곳 주택의 구조상 한 지붕으로 두 가구가 살아야했던 이 집에서 30년간 가족처럼 살던 옆집이 떠나간 지도 몇 년이 흘렀다. 그 집은 더욱 낡아 오양순 할머니가 사는 집까지 어설픔이 베어 나오지만 할머니는 내 집이 아니니 손도 못 대고 겉모습은 내 집 같아 마음은 항상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불 꺼진 전등마냥 무거웠다.

 수송동 6통이 주거환경 개선지구로 지정된 건 지난 2005년 12월 당시 건설교통부에 의해서이다. 이후 2007년 사업 검토와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2008년 주택공사와 협약을 맺고 대행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주택공사와 토지개발공사가 통합하여 LH 공사로 출범한 이후 사업 정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곳 수송2지구 개발 사업은 계속 미뤄져만 갔다. 결국 작년 2014년 7월 LH가 사업포기를 선언하면서 공공개발은 그 불씨마저 꺼져버렸다. 불량 주거 환경을 바꿔 준다던 군산시마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간 개발에라도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주민들은 이미 네댓 차례나 시행사가 들어 왔다가 그냥 포기하고 나가면서 보상비를 놓고 주민사이에 갈등만 커져 갔다.

주민들의 보상 기대심리와 개발자 이견 커

 3년 전 적극적으로 주민 동의서를 받으며 민간 개발에 나섰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민간사업이라는 게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보상비와 건축비, 부대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다른 조건도 좋은 것은 아니다. 과열된 주택 경기는 갈수록 더해지고 분양 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선뜻 달려들지 않는 것도 개발의 암초이다. 군산지역은 앞으로 3년~5년 이내에 줄잡아 2만 세대가 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분양을 거쳐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아파트만 해도 미장 아이파크 2차, 지곡 엠코 2차, 대광 로제비앙, 경암 현대 메트로타워 등이 줄지어 서 있고 대우 푸르지오 등 페이퍼 코리아 단지에 6,400 세대가 연달아 분양에 나서며 조촌동 정수장 부지와 미장동 공동주택 부지의 아파트도 공사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명동 하나리움이 1,000 세대 규모로 임대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며, 내흥동 역세권에서도 올해와 내년 초에 거쳐 약 5,000여 세대가 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 중요한 것은 수송동과 미장동에서 동부권으로 주거 지역이 이동하고 있는 추세와 군산지역의 과열된 주택 분양 시장에 비추어 수송 2지구의 분양성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주택업계의 관측이라는 점이다.
 반면 오양순할머니와 이곳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빈집이 많이 생겨. 우리 중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은 건물만 남긴 채 다 이사했어. 남아있는사람들은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야. 주거환경 개선지구라 언제 개발될 지도 몰라 지붕이고 담장이고 화장실이고 모두 안 고치치고 살았지만 이젠 아쉬운 주민들은 하나씩 고치고 살기 시작했어. 아무리 그래도 2008년도 주겠다던 가구당 7천5백만원이상은 줘야지. 우리는 이것밖에 없는 사람들이라서 이곳을 떠나면 어디 가서 집 한 칸이라도  구할 수 있겠어?”
 토지 보상비를 많이 주고는 수익을 낼 수 없는 민간 건설업체의 입장과 최소한 LH의 보상가 보다는 높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요구는 팽배하기만 했다.
 
 수송 2지구의 난제 어떻게 풀 수 있나.

 도시를 개발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주거환경과 관련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30년씩 된 낡고 무너져가는 지붕, 창문 틈은 비닐로 막아도 마구 휘몰아치는 겨울바람을 막지 못하고 언제나 언덕의 미끄러운 눈길은 이곳 노인들에게 악몽이 된다.

 


페인트 벗겨진 담장, 재래식 화장실, 도시가스도 없어 빈민지역인데도 난방비는 오히려 훨씬 더 들여 살아야 한다.
빨리 개발되어야만 하는 이곳 수송2지구 수송동 6통.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들의 기대치에 근접할 정도의 보상비주고서는 토지 매입비 부담이 많아 결국 분양가를 상향 조정해야만 하는 민간 건설사가 투자에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민간건설사가 800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분양가에 미분양 위험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부동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조촌동 정수장 부지 매각 당시와 같이 완충 녹지를 개발 예정지 뒤편으로 재배치하여 토기 이용률을 높였고, 공원지역의 재배치 등 지구단위 계획을 조정하여 주민 보상비를 건설사가 감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사례도 있다. 민간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지구단위 계획을 다시 밟는 등의 적극적인 투자 촉진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라며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군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나와야만 이곳은 그나마 바늘 틈만 한 가능성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군산에서 가장 번화한 신도심인 수송동 그 속에서 홀로 빈민 섬이 된 수송동6통. 이곳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살며 가진 건이라곤 오직 집 한 채. 오양순 할머니는 “나는 언제나 따스하게 살아볼까? 올 겨울 춥다는데 어린 우리손녀는 얼마나 더 추워야 할까?” 라며 주변에 첩첩히 쌓인 고급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 높은 언덕위에 맨발로 서서 겨울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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