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애국가 탄생 80주년, 그리고 애국가를 쓴 안익태 선생의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로서 이렇듯 여러모로 뜻 깊은 해를 맞아 이 의미를 담아 기획된 이날의 공연은 1,2부로 나누어 1부는 한국현대곡과 민요, 그리고 2부에서는 시립합창단과 함께 군산시향, 군산프로젝트콰이어 등 무대를 꽉 채운 약 200여명의 출연진이 박지훈 지휘자가 작곡한 ‘조국이여’를 연주, 한껏 감동적이고 장엄한 무대를 펼쳐보였다.
Program 해설
<1부>
‘가시리’
옛 고려 속요를 한국적인 현대 곡으로 리메이크하여 새로운 느낌을 줌.
‘봄날’
요즘 외국 합창단들에게서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 자국의 정취나 풍경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연주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봄날’역시 우리 민족의 삶에 깃든 여러 가지 소리들과 동요, 구전 자장가 등을 통해서 외국 청중에게는 한국의 정취를, 국내 청중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게 하자는 취지로 구상된 곡으로 ‘한국의 정경’이라는 주제를 가진 4개의 곡 중 첫 번째 곡으로 작곡되었으며 예전 시골에서 보고 느꼈던 해가 뜨고 해가 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곡의 구성은 고향의 마을, 시냇가, 산골짜기에 걸쳐 저마다 시점의 변화에 따라 구분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는 충남 장항의 시골할머니가 부른 자장가를 채보하여 마무리를 지었는데 특징적인 것은 일반적인 현대 기보법에 의거하지 않고 디자인을 공부한 단원과 함께 각 소리를 형상화한 새로운 기호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곡 과정에서 악기로 구현하는 효과음의 경우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가 있다면 별 어려움이 없겠으나 입에서 발성되는 소리는 여러 가지의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어서 박 지휘자 부부가 서울의 서초동과 낙원동 일대의 악기상을 비롯하여 심지어 필리핀까지 헤매고 다니거나 밤을 새워가며 여러 가지 소리를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 끝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박 지휘자의 남다른 열정이 읽히기도 하는데 그는 이토록 어려움을 겪은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며 웃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선지 ‘봄날’ 속에는 우리가 어려서 들었던 한적했던 시골의 모든 정취와 소리들이 어우러져 있다. 빛을 뒤로 한 채 출연자들의 실루엣으로 처리한 무대에서는 새벽닭이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하며 얼음이 풀리고 봄눈이 녹은 뒤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 온갖 새들의 지저귐, 살랑거리는 봄바람 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져 새삼 우리의 잠자던 감성을 일깨우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봄날’에 이어 해금 연주로 듣는 아리랑, 그리고 한국민요 순서로 농부가, 보리타작, 한강수타령, 뱃노래 등의 연주 시에는 북춤과 부채춤, 안무와 연기 등을 선보여 큰 흥을 돋우었는데 이는 기존의 시립합창단 공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지난 두 달 동안 합창단원들의 맹훈련의 결과물로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삶 속에 녹아든 해학, 그리고 다양한 선조들의 모습들이 잘 담겨진 작품이라 할 만하다.
<2부>
‘조국이여’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일상적 행복은 그 이면에 얼룩진 선조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일 터이고 그만큼 선조들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칸타타 ‘조국이여’는 선조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작곡된 작품이다. 따라서 그만큼 많은 사연이 담긴 곡이기도 한데 우리나라 합창음악의 대부로 회자되는 윤학원 교수의 의뢰로 지난 7월 안양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를 위해서 작곡을 시작한 곡이었다. 그 곡들은 합창과 더불어 팀파니, 해금으로 연주되는 곡이었는데 그와 동시에 8월 서울 예술의 전당과 9월 군산 예술의 전당 연주를 위해 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동시에 작업되었다. 이 칸타타는 아래와 같이 4개의 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제침탈과 독립군의 저항을 담은 ‘투쟁’, 위안부 위로의 곡인 ‘꽃잎’, 3·1운동과 독립운동의 모티프를 이루는 ‘만세’, 그리고 광복 이후의 역사와 미래를 내다보는 ‘아리랑’으로 구성된다.
1. 투쟁
광복기념 합창 칸타타 ‘조국이여’의 첫 오프닝 곡으로 실제 독립군가의 가사를 입수하여 만든 곡으로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며 피 흘리고 싸웠던 선조들의 옹골찬 투지가 담겨져 있다.
2. 꽃잎
일제에 의해 순결을 짓밟히고 능욕을 당함으로써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사무치는 원한과 눈물로 살아온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 누님, 여동생들을 위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곡이다. 나레이션 부분은 이현주 님의 시이며 가사는 박지훈 지휘자가 직접 쓴 것으로 슬픔의 역사에 내던져진 어린 소녀를 바람에 떨어져 흩날리는 하얀 꽃잎에 비유하였고, 그녀들의 청순하고 아련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하얀 구름에 비유된다.
-가사-
꽃잎이 지네 새하얀 꽃잎이 지네
그 고운 꽃잎이 꽃술을 떠나 저 멀리 사라져가네
구름이 흘러 새하얀 구름이 흘러
나 없는 그곳에 잘 있노라고 텅 빈 소식만 전 하려나
새하얀 꽃잎이 지네 새하얀 구름이가네
꽃술을 떠나 내 집을 떠나
잘 있노라고 잘 있노라고 잘 있노라고
나 없는 그곳에 전해주오
꽃잎이 지네 새하얀 꽃잎이 지네
3. 만세
방방곡곡에 울려 퍼졌던 3·1운동의 만세 함성을 모티프로 독립에 대한 처절한 갈망과 울림을 담아낸 곡이다.
4. 아리랑
과거의 아팠던 기억들과 슬픈 역사를 떨치고 일어나 세계를 향한, 미래를 향한 한민족의 열정과 성공의 역사를 표현하고 싶었기에 이전의 곡들과 어우러져 아리랑과 함께 광복 칸타타
‘조국이여’로 마무리 하게 된다.
<코리아 판타지>
첫 번째 앙콜 곡으로 안익태 선생의 작품이다. 관객들은 미리 나누어준 태극기를 흔들며 음악과 태극기의 물결이 장내를 숙연케 한 가운데 모두가 하나 되어 나라사랑에 대한 동질감을 고양시킨 곡이다.
<아리랑>
두 번째 앙콜 곡으로 무대 중앙 스크린에 비친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약 200여 명에 달하는 이날의 모든 출연진과 손에 태극기를 든 객석의 청중 모두가 하나 되어 아리랑을 함께 부르는 가운데 2시간에 걸친 막을 내린다.
박지훈 지휘자는 중앙대 작곡과 재학 시 윤학원 교수로부터 지휘 공부를 사사, 음악적 재능과 실력을 쌓아왔으며 그간 작곡한 곡만도 500여 곡이 넘거니와 그 중 ‘도라지꽃’ ‘봄날’ 두 곡은
최근 중·고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입증된 실력으로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미국 합창연합회(ACDA)컨퍼런스에는 한국 대표로 출전한 안산시립합창단이 미국 곡 2곡과 그가 작곡한 세월호의 슬픔을 테마로 한 ‘슬픈 바다의 노래’등 2곡을 우리말로 불러 당시 장내에 있던 세계의 지휘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기립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슬픔을 못이긴 관중들 사이에서 눈물을 닦는 진풍경이 벌어질 만큼 커다란 감동을 전해줌으로써 군산시립합창단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바 있다. 박 지휘자는 앞으로도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적 연주로 의미와 재미를 더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합창단으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는데 아무쪼록 그의 노력과 열정에 힘입어 군산시립합창단이 시민들의 사랑 속에 더 큰 도약과 발전을 거듭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
군산시립합창단
군산시 백토로 203
예술의 전당 B1층
063)454-5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