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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피 채만식 생가터를 둘러보며' 한상희 작가
글 : 한상희 작가 /
2020.07.01 17:17:4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채만식 생가터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오랜만에 임피 소재 채만식 생가터를 다시 둘러봤다군산에 정착한 후 이번이 3번째다그런데 아직까지 정비되지 않은 채 잡초 등이 무성한 그의 집필실과 묘지 주변을 보는 순간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다른 문학 애호가분들이 이곳을 찾았다면 제일 먼저 군산시 당국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그래서 그런지 평소 그럴싸하던 향교 앞 채만식 도서관도 오늘따라 왠지 초라해 보였다.

 

내친 김에 임피 역사와 그 주변도 관심 깊게 둘러봤다여기서는 옛 새마을’ 호 열차 2칸에설치된 내용들 대부분이 채만식 작가의 작품세계를 홍보하는데 더 주력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역사(驛舍이력 배경보다는……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걸 보는 순간군산 시 당국의 이율배반적인 처사가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그렇다고 홍보물이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굳이 부연 설명하자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뜻이다.

 

돌아오면서채만식 문학관도 다시 찾아봤다이곳 역시 문학관 운영 전략과 관련여러 면에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였다채만식 문학사업 추진 당면과제에서 소요 예산보다 그의 친일전력이 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다음날 고창군에 있는 서정주 문학관(미당문학관)을 급히 찾았다서정주 시인도 채만식과 마찬가지로 친일전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내가 알기로는 그의 친일문제는 채만식보다 심각하다.

 

군산시는 역사박물관과 곳곳의 적산가옥 등 일제 잔재들을 내세우면서관광자원 알리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러나 군산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하며 그 대상들을 관심 깊게 살펴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노력이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다전시물들 대부분이 엄마아빠 손잡고 따라 온 아이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군산시는 한 걸음 더 진보하지 않고 계속 이런 식의 관광객 유치에 만족하고만 있을 것인가그렇다고 기분 나빠하지 말았으면 한다군산을 진정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직언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채만식과 서정주 모두에게 있어 각자의 문학적 우수성 차이 여부를 떠나 씻을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친일전력이다이들 모두 1949년 반민특위에 잡혀갔었다여기서 서정주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강력히 믿었다.” 라는 등 구차스런 변명만 늘어놓았었다이 때 함께 잡혀간 춘원 이광수 외 기타 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군산이 낳은 채만식 작가만은 확연히 달랐다그는 이보다 1년 앞선 1948년 <민족의 죄인>이라는 중편소설을 통해 자신의 친일행적을 공개 참회했었다문인들 중 어느 누가 그처럼 과감히 공개 참회한 적이 있었던가지금까지 채만식을 연구한 국문학자문학가들도 그의 친일행적을 <메밀 꽃 필 무렵>의 저자 이효석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게다가 그는 1919년 4.4일 임피 만세사건 때 참여했다가 일본경찰에 잡혀가 8개월간의 옥살이를 치르기도 했었다.

 

공개 질문해보자지금 대한민국 어디에서어느 누가 이효석을 친일작가로 강력 매도하고 있는가군산 내에서 친일작가라고 매도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권위 있는 그런 학자들만큼 채만식의 문학성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다시 말해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뜻이다혹여 자신의 어떤 민감한 이해관계에 따라 채만식의 친일전력에 매몰돼그 같은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필자는 이 점이 가장 궁금할 뿐이다.

 

역설적으로 얘기해그럼 고창군과 군민들은 생각이 모자라 서정주 문학관을 오늘 날처럼 일관되게 추진해 왔을까? 2014년에는 고창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도 마쳤다그런데 서정주 씨에게 친일전력만 걸려있는 것은 아니다그는 1981년 TV에 출연해 5.18의 원흉 전두환’ 씨를 공개 지지하는 어리석음(?)까지 보였다문인이 정치에 관여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전라도 태생이 어찌 그렇게 할 수 있는가정상인이라면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다시 말해 천성적으로 시류 편승에 능한 자라 아니할 수 없다나쁘게 말하면 간쓸개도 없이 영혼 팔았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고창군에서는 군산만큼 서정주의 친일전력이나 정치편력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물론 그곳 태평양 유족 등이 여전히 그의 친일전력을 제기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어쩌면 그들의 주장이 정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그에 대한 필자의 견해 피력에 대해선 생략하겠다.

 

 

친일과 인간성 문제는 별개로 두고이제 대한민국의 문학적 미래를 위해 그들의 문학성과 업적들에 더 초점을 맞추어 추모 사업을 강력히 추진해나가야 할 때도 됐다고 본다우리는 192030년대에 팽배했던 대동아공영 분위기를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그 때는 조선이 일본 수중으로 완전 넘어갔다고 믿는 사람이 압도적이었다당시 감성이 앞서는 문인들에게 일제의 회유협박에 무슨 힘으로 버텨낼 수 있었겠는가정말 친일 단죄 문제를 논하고 싶다면저기 동작동 등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악질 친일인사들의 묘부터 파내자는 목소리가 급선무다.

 

사견임을 전제로필자는 그간 이루어 낸 이 두 사람의 문학적 업적을 냉정히 비교해 볼 때 지체 없이 채만식 작가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싶다채만식이 서정주처럼 장수했다면 지금처럼 친일전력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을까서정주는 친일도 모자라 박정희뿐만 아니라 전두환 신봉자로 변신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대중으로부터 문화훈장까지 수여받은 사람이다채만식도 장수했다면 분명 대통령 문화훈장이 아니라 그 보다 더한 서훈을 수여 받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서정주 씨보다 문학성이 더 우수한 천재작가였기 때문이다채만식작품을 깊이 연구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 점에 대해선 이의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함부로 채만식 친일전력 거들먹거리면서 자신의 무식을 만천하에 은연중 드러내지 말기를 바란다소설가 황석영 씨도 채만식을 조선 3대 천재 작가 중 한명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던가탁월한 문학적 자질에도 불구하고 채만식과 비슷한 친일전력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가 바로 사슴의 시인 노천명이다이들에게 있어 공통점은 도도하기는 했지만문학적 천재였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올곧고 단명(短命)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군산에서는 어떤가군산시에서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그의 친일 전력을 강력히

내세우고 있는 반면시민들 대부분은 이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정말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이제부터라도 뜻있는 인사들이 중지를 모아 채만식 문학관 후속사업들 추진에 강력히 앞장서야 한다이는 어쩌면 군산시민의 문학적 자존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또 하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다른 시도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것 같은 군산시 당국의 문화적 마인드다.

 

하다못해군산시 해당공무원들은 전남 순천에 있는 <뿌리 깊은 나무발행인 한창기 박물관과 국가정원 내에 있는 장편소설 <무진기행등의 저자 김승옥 문학관그리고 벌교에 조성돼 있는 조정래 문학관 등을 한번 둘러보고 강한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한편서정주 문학관이나 한창기 박물관 등을 찾았을 때 정말 감동받은 것은 문학을 전공한 국문학 박사급 학예실장 운영 실태였다더 상세히 얘기해서 무엇 하리오이 점과 관련해군산시 당국과 채만식 문학관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군산시가 지역 번영을 꿈꾼다면 기업유치 노력 못지않게 하루속히 차원 높은 문화예술 사업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문화예술 사업을 동반하지 않는 국가치고 선진국이라는 칭호를 받은 나라는 없었다웰빙(well-being)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환경 등을 보유하고 있는 군산시가 여태까지 채만식 문제 해결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을 뿐이다.

 

불문곡직하고군산시와 무조건 채만식 친일전력을 빌미삼고 있는 인사들의 각성이 절실해 보인다. <혼불>의 저자 최명희 작가나 <태평천하탁류등의 채만식 작가는 정말 전북이 낳은 위대한 작가들임에 틀림없다이는 전국적으로 볼 때 전북의 민감한 자존심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고로필자 역시 공직에서 30년간 재직하다 은퇴하기까지 재외공관 근무를 포함해 유럽전역과 미주지역 박물관미술관 및 문학관들을 관심 깊게 둘러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그 이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그런 곳들을 찾아다니곤 했다이 기사를 쓰는 것도 그간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기반을 토대로 한 것이니한 치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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