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전시회
글과 사진으로 보는 ‘우리 어머니展’
이 세상 모든 언어 중 가장 완벽한 단어를 들라면 아마 ‘어머니’가 아닐까 한다. 이 단어에는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신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돌볼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을 만큼 어머니의 존재는 누구에게나 완전하고 절대적이며 그래서 어머니는 사랑, 희생, 눈물, 그리움, 용서...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가난했던 시절의 우리 어머니는 더욱 아리게 다가온다. 하지만 어머니의 품을 떠나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우린 때로 어머니를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 어머니의 존재를 잠시나마 반추하며 회한의 가슴을 치게 하는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나운동 소재 ‘하나님의 교회’ 전시실을 찾아보았다.
교회 건물 4층에 마련된 전시실은 ‘엄마’/‘그녀’/‘다시,엄마’/‘그래도 괜찮다’/’성경 속 어머니‘/ 등 테마 별로 5개의 공간으로 나눠 편안히 둘러 볼 수 있도록 잘 정돈되어 있고, 벽을 따라 어릴 적 푸근했던 엄마의 모습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고 삶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주름만이 가득한 그 엄마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시와 수필 등 다수의 글들도 질서 있게 잘 배치되어 눈길을 끄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반짇고리며 다리미, 다듬이 방망이, 등잔, 인두, 실패, 반지, 편지 등 손때에 절어 닳고 헤진 옛 일상의 소품들도 가지런히 전시되어 추억과 함께 애틋함을 느끼게 해 준다.
전시관에 걸린 작품들은 시인 문병란, 박효석, 김초혜, 허형만, 김용택, 도종환, 아동문학가 김옥림 등 기성 문인의 글 외에도 일반 문학동호인들을 비롯해서 전시회 주관처인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된 독자들의 글과 사진 약 120여 점, 이밖에도 독자들이 보내준 어머니에 관한 애잔한 기억과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 80여 점의 소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전시관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하나의 전시품을 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고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낀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무릇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인지상정이 아닌가 한다. 전문 문인의 시나 수필 사이에 일반인의 수필 중 유독 감동이 진하게 다가오는 사연도 눈에 띄는데 그 중 일부를 아래에 소개 해본다.
‘어머니의 문자메시지’ -멜기세덱출판사 편집부-
집에서 모처럼 쉬고 있는데 엄마가 불렀습니다.
“왜요?”
“저기, 문자메시지...”
“문자메시지가 왜요?”
“응...이거 어떻게 보내냐?”
어머니는 저의 냉랭한 말투에 애써 웃으며 말씀하셨지만 저는 계속 퉁명스런 말투로 마지못해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자, 보세요, 편지 그림 클릭한 다음에...”
“클릭이 뭐냐?”
“아, 그게...하여튼 그거 누른 다음에”
“어, 그다음에?”
“여기 보이는 대로 따라하시면 돼요. 여기 있잖아요, 메시지보내기”
문자메시지를 보내려면 1번을 눌러야 하는데 어머니는 2번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저 시간 없어요. 잘 좀 해보세요. 다시 보내기 누르시고...”
“눌렀다”
“그 다음에 수신 번호 입력하고”
“응. 어떻게?”
갈팡질팡하는 어머니 모습에 저는 결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아, 진짜. 여기 핸드폰에 적혀 있는 대로 차근차근 읽어보세요. 수신자 번호가 뭐에요? 누구한테 보내는 거냐고요”
“좋게 설명하면 되지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설명을 해드려도 모르니까 그렇죠. 자, 다시 해보세요.”
다시 설명을 해드렸지만 어머니는 계속 틀리기만 하셨습니다.
“어머니, 그냥 포기 하세요.”
“안돼, 내 친구들은 다 하는데...”
“전 그만 자러 갈 랍니다. 엄마 혼자서 하세요.”
휴대폰을 붙잡고 계시는 어머니를 뒤로한 채 저는 제 방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방문을 닫자마자 머리카락을 쥐어뜯었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이렇게 돌아서서 후회할 줄 알면서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버린 나.
어머니는 내게 한글을 가르쳐 주셨고, 숫자를 가르쳐 주셨고,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그리고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내게 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면서도 잘 못해도 서툴러도 오래 참고 기다려 주셨는데, 왜 나는 그까짓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 하나 제대로 가르쳐 드리지 못했는지.
심한 후회와 자택을 하고 있을 때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드르륵’하고 울렸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손가락질 하며 떠난다 해도 끝까지 나를 지켜주실 단 한 사람, 그분이 보낸 문자메시지였습니다.
“아들 사랑헤.”
그리운 엄마! -오송월-
그날따라 더욱 미역국을 먹기가 싫었습니다.
밥상머리에서 저는 “엄마, 또 미역국이야”라고 계속 투덜댔습니다.
그러다 그만 뜨거운 국을 다리에 쏟고 말았지요.
금세 다리가 붉어지더니 물집이 잡혔습니다.
엄마는 너무 놀라 저를 업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치료를 받은 후 상처는 나날이 아물어갔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미역국이 밥상에 올라오지 않았지요.
저는 미역국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습니다.
엄마, 그런데 그 일이 지금까지 제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줄은 몰랐어요.
당시 엄마가 병에 걸려 매 끼 미역을 먹으라는 의사의 권고를 듣고 그리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저는 엄마가 수술을 받았으니까 다 치료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해야 된다는 것을 몰랐어요. 엄마의 고통은 알지도 못한 채 철없이 음식 타박을 했던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그렇게 철없이 굴 때에도 엄마는 그저 제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 하셨지요. 엄마의 병이 재발한 게 다 저 때문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다 자라면 효도해야지 했는데 엄마가 저를 기다려주지 않으시네요...
이 전시회는 지난 2013년 6월, 서울 강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6대 광역시와 28개 시,도 지역에서 학생, 주부, 직장인, 외국인 등 35만 여명이 관람할 정도로 성황을 누리고 사회 각계의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는데, 군산에서도 전시회의 감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학생과 일반인을 비롯하여 기업이나 협회 등 단체에서도 찾는 발길이 늘고 있으며 특히 중·고등학교 교장 및 교사들 사이에서 ‘학부모와 학생이 관람하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학생들이 ’어머니 전‘을 관람한 후에 부모를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과 기성세대 간의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부모 자식 간에도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에 대한 한탄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 시대에 ‘우리 어머니전’은 소원해진 가족관계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 공감이 컸다. 누구라도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면 잊고 있었거나 무시했던 어머니의 존재와 사랑이 새삼 일깨워진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전시회는 2월 26일부터 4월 19일 까지 열린다.
전시장소
나운동 823-1(KT건너편)
‘하나님의 교회’
Tel. 063)464-6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