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학포럼(회장 장윤익 동리목월문학관장, 전 인천대/경주대 총장, 문학평론가)은 지난 5월 문인들로 구성된 회원 31명과 함께 압록강 2천리를 탐사하였습니다. 압록강 주변 북한 국경지대의 주민생활상을 문인들이 실제 관찰함으로써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실상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작품활동에서 통일의식을 강화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중국 단동의 압록강 하구에서 출발한 탐사단원들은 일주일 동안 압록강 건너 북한 쪽 대안인 평안북도 신의주, 의주군,
창성군, 수풍댐을 비롯하여 자강도 만포시와 중강시, 양강도 혜산시, 보천군, 삼지연군, 백두산 남파를 관찰하였습니다.
<사진과 글전>은 문학인들이 본 현장의 기록을 독자들께 사진과 글로 전하려는 것입니다. 압록강 주변의 북한을 생생하게 촬영한 총 39점의 사진과 사진에 따른 곁글 25점이 전시 되었습니다.
통일문학포럼은 통일을 추구하며 통일과 북한에 대해 공부하는 작가들의 모임으로 2011년 3월 25일 발족하여, 현재 90여
명의 문학인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월 월례세미나를 개최하고, 오는 10월 13일에는 두만강 1천 4백 리 탐사에 나섭니다. 사진은 네이버 통일문학포럼 카페(http://cafe.naver.com/tongilmunh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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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혀를 웬 남정네들이 시뻘건 인두로
지지고 있었습니다.
... 탈북하다 잡힌 여자!
강 저쪽에서 누군가 외마디 소리쳤습니다.
한여자가 피 흘리며 죽어 갈 때
강의 저 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세상은 모른다고 눈을 감았습니다.
김성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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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기억한다.
남쪽에서 치달려온 군인들이 강물을 떠 마시던 푸른 순간을 압록강은 잊지 않았다.
피리 부는 군대들이 얼어붙은 강바닥을 건너던 칠흑의 밤을 압록강은 흐른다.
어제 그리고 내일 쓸어 안는 바다의 예감에 고조되어 폭격에 무너진 다리 밑을 출렁이며 흘러간다.
박유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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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을 받아 끊긴 철교의 잔해들을 살펴보는 사이, 거센 강바람에 휘청 다리가 흔들렸다.
그대로 강물 속으로 처박힐 것 같은 두려움이 한 순간 온몸을 감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각만 강물 위에 섬처럼 떠 있고, 단교 끝에서 보이는 북한의 신의주가 손에 닿을 듯하다. 이산가족들이 유람선에서 신의주의 가족들을 향해 서로 깃발을 흔들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박명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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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기섭이 어머니가 진작부터 야메시장 바닥을 나돌며 아귀다툼을 벌리지 않았더라면 식구 모두가 진즉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을 상황이다. 그러니까 온 식구가 지금까지 밥을 굶지 않고 지냈던 것은 공화국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아버지의 소 사육의 보상도 아니고, 뙈기밭에서 수확하는 옥수수 덕택도 아니다. 정말 기적처럼 그날그날을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어머니가 장터에 나가 뭔가를 팔고 산상 행위에서 얻어진 작은 이문 덕분인 것이다.
백시종(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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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비명을 질렀던가. 누군가 비수를 내 등을 향해 내리꽂는 순간 퍼떡 눈을 떴다. 꺼림칙했다. 얼마나 잔 것일까. 나는 핸드폰의 폴더를 열고 시계를 보았다. 자정을 지난 지 한 시간. 나는 안도했다. 결행의 시간까지 한 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 두터운 어둠이 빈틈없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 발아래 강물 흐르는 소리가 치런치런 들렸다. 강 건너 만포시는 까맣게 지워져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를 한국으로 데려갈, 거금을 주고 만든 위조여권을 만지작거렸다.
김중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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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중국 간 가장 많은 물동량 운송이 이 신철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신의주항의 화물선 <평안북도 신의주> / 사진 김석구
보기 드문 구식 목선이다. 그들의 가난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고무 공장 <자강도 만포시> / 사진 김석구
만포시에 있는 고무공장이다. 탐사단이 연기가 오르는 굴뚝을 본 것은 이것이 유일한 것이었다.
공장 뒤편 벌거숭이 산은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