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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집 '퍼즐' 비열한 동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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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1 14:21:35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영감과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다. 원금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큰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완불해버린 임야 값을 돌려받을 수는 더욱 없는 일이었다. 해서 할 수 없이 영감에게 실토를 했다.

  “세금도 있고 해서 이번  먹잇감은 제 앞으로 계약을 해놓겠습니다.”

  “말이 틀리지 않은가?”

  “사정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나는 모르는 일이네. 약속한 일주일이 지났으니 원금을 돌려주게.”

  “이번 사냥은 쉽지가 않네요.”

  “처음부터 자네가 한 일이네.”

  “그게 그러니까 먹잇감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습니까?"

  “자네가 갖고 내 돈은 돌려주게.”

  “우린 동업자 아닙니까?”

  “시끄러워. 어떻게 자네와 내가 동업자인가? 자네는 알선업자일 뿐이라 그 말씀이야. 그러고 보니 이제야 알 것 같군. 내 돈 갖고 자네 혼자 해 먹으려 한 거지?”

  “아닙니다. 천부당한 말씀이십니다.”

  “아니긴, 자네 검은 속 다 알았네. 지금껏 자네가 나를 속이고 혼자서 얼마나 해먹었단 말인가?”

  “아닙니다. 결코 이번 한 번 뿐입니다.”

  “시끄러워. 오늘부터 자네와는 남이야.”

  “좋습니다. 찢어지지요.”

  어차피 춘삼도 바라는 바였다. 지겨운 영감에게 더럽게 끌려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래? 돈 내놔.”

  “부동산 팔아서 드리겠습니다.”

  “너, 지금 배짱이냐? 이번 일은 분명 사기다.”

  “동업도 사기입니까?”

  “언감생심 나와 동업이라? 사기라는 것이 거짓말 하는 것이다. 분명 전매를 하겠다고 해놓고서 혼자 네 앞으로 등기를 했다. 좋다. 경찰에 가서 그렇게 주장을 해봐라.”

  “그러지 말고 지금껏 정을 봐서 좋게 끝냅시다.”

  “어떻게.”

  “제가 차용증을 써 드릴 테니 팔릴 때까지만 기다려주십시오. 이자는 후하게 드리겠습니다.”

  한참동안을 장고하던 영감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순순히 차용증을 받아갔다.

  제까짓 게 별 수 있어? 들어가는 영감의 등에 대고 춘삼이 비웃어주었다. 아니 잘한 일이라고 스물 스물 웃음까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영감을 너무 쉽게 본 실수였다.

  “이봐 허 사장 있는가?”

  월말이 되자 영감이 춘삼이 살고 있는 선양동 꼭대기 집으로 찾아왔다. 하도 엉뚱해서 놀라 뛰어 나왔다.

  “영감님이 예까지 웬일이십니까?”

  “왜 내가 못 올 곳을 왔던가?”

  “무슨 볼일이라도?”

  “월말에는 당연히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결산 좀 하세.”

  “뭘 말입니까?”

  “이자라고 모르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이거 말이야.”

  영감이 주머니에서 일전에 부동산 대금으로 써 준 차용증을 꺼내 들고 코  앞에 흔들었다.

  “부동산 대금 아닙니까? 팔리면 한꺼번에 계산을 하는 겁니다.”

  “그건 자네 계산법이고 내 계산법은 아냐. 차용증을 썼으면 월말 계산을 해야지.”

  “이자를 얼마나 달라는 겁니까?”

  “시중 이자로 5부만 치자고.”

  “한 달에 백 오십 만원 달란 말입니까?”

  “왜? 더 줄 텐가?”

  “원금이고 이자고 지금은 없습니다.”

  영감의 몰지각한 행동에 오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럼 해 볼 텐가?”

  “마음대로 하슈. 누가 사기인지 가려봐야 할 일 아닙니까?”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튿날 새벽 4시에 또 영감이 나타났다. 세 들어 살고 있는 단칸방이다. 전날 송 영감에게 억지 큰소리는 쳐놓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에 잠까지 설쳤다. 새벽녘 잠깐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가 요란하게 방 문고리를 잡아 흔들었다.

  “누구야?”

  마누라가 놀라 소리쳤다.

  “날세.”

  착 가라앉은 영감의 목소리였다.

  “꼭두새벽에 무슨 일입니까?”

  “이자 받으러 왔네.”

  허겁지겁 일어난 마누라가 속치마를 챙겨 입기도 전에 영감이 방문을 벌컥 열어버렸다. 마누라가 기겁을 했다. 대학 간판을 셋씩이나 달고 다니면서도 인간의 예법 따위는 배운 것이 없다. 아마 평생대학에서는 도리 따위는 가르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송 씨 이러기요?”

  순간 악에 받쳐 순간적으로 영감이라는 호칭은커녕 그냥 주먹으로 한 대 갈겨버리고 싶었다. 눈치가 있는지 모르는 채 하는 것이지 영감이 느물거리면서 방안으로 기어들어왔다. 

  “이제 막보기로 송 씨인가?”

  “영감은 얼어 죽을 영감이요. 땡감이라고나 합시다.”

  “마음대로 하시게. 나는 이자만 받으면 그만 일세.”

  “팔면 준다니까.”

  “어느 세월에?”

  “지금 몇 시요?”

  “나야 모르지. 늙으면 잠도 없는 법이네. 손님이 왔으면 담배라도 한 가치 내 놓소.”

  “사 가지고 다니쇼.”

  “이자 받아서 사서 피우려고 맨 손으로 왔네.”

  “흐이고, 이거 미치겠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사람이 미치면 되겠는가? 이자만 주면 끝나는 일이네. 제발 미치지 말소.”

  “영감님, 우리 이렇게 하지 말고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서 밝은 날 복덕방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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