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끔 듣는 라디오 시사고전은 좋은 한자성어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한번에 3분이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고 좋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팟캐스트 같은 것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물론 저는 가끔 이글에서 ‘라디오시사고전‘에 나온 사자성어 같은 것을 인용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자신이 만든 줄로 스스로 얽어맨다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을 인용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자승자박의 어원은 『한서』「유협전」에 나온답니다. [원섭(原涉)의 노비가 시장에서 말다툼을 벌이다가 백정을 죽이게 되었습니다. 당시 새로 갓 부임한 무릉(茂陵) 태수 윤공(尹公)은 원섭을 엄벌에 처해서 자신의 위엄을 보이고자 했습니다. 원섭은 노비의 살인으로 인해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원섭에게 다음처럼 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노비가 사람을 죽였지만 원섭은 자신의 노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으니 책임이 있으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웃옷을 벗어서 웃통을 드러내고 스스로 줄로 옭아매고서”(肉袒自縛) 무릉 태수의 동헌에 출두하여 사죄를 하라는 것 이었습니다. 원섭은 친구들의 제안대로 하여 태수의 위신도 살리고 자신의 혐의를 벗어날 수가 있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청문회 과정을 보면,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이 현재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과거의 언행이 부적절했다면 원섭이 ‘자승자박’했던 심정을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라디오시사고전 신정근 교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자진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장 문턱을 넘기도 전에 낙마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특히 문 후보자의 사퇴는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진 '연쇄 낙마'라는 점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문 후보자는 첫 기자출신 총리 후보로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여권에 대해 이반된 민심과 여론을 수습할 수 있는 '맞춤형' 총리 후보로 발탁됐지만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명된 지 14일 만에 결국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앞서 안대희 전 후보자도 '국민검사' 칭호를 얻은 데다 대법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개혁 추진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변호사 생활 5개월간 16억 원의 수입을 얻으며 법조계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논란'이라는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월말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에서 초대 총리로 지명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전관예우 특혜뿐만 아니라 자신과 가족 소유 부동산에 대해 투기성 의혹을 받은 끝에 물러난 것을 포함하면 불과 1년5개월 만에 3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한 셈입니다. (SBS 뉴스 인용)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말이 가끔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구속되어 괴로움을 당하게 됨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어지고는 합니다. 그러나 이 원래의 뜻처럼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속죄하는 의미를 되새겨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이나,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 그리고 일상 사회생활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의 부족함을 알리고 속죄하여 그 훗날에는 그렇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일을 맡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청문회 또는 나름의 인사절차과정에서 자신이 감춘 사실이 드러나 본인의 명예만 실추시키고 그 사람을 추천한 사람의 명예 또한 실추시켜 버릴 수 있는 자충수를 두지 말고, 현명하게 나를 열어 세상에 보여주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려본다한들 그것은 자기만의 하늘을 가린 것이지 다른 이들의 하늘을 가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