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Toothpaste, 우리말로 직역하면 치아 반죽 또는 치아 연고다. 치아를 위한 것인데 밀가루 반죽처럼 생긴 그 무엇인가가 우리말로는 치약이 되었다. 정말 약이라면 마트에서 팔지 못하고 약국에서만 팔았을 텐데 대형마트, 동네 슈퍼마켓, 약국 등 어디에서라도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약이라 하면 치료의 목적을 가져야하는데 치약에는 치료의 개념은 없고 그저 예방의 개념만 있다. 수많은 치약 광고의 공통된 문구는 충치 예방, 잇몸질환 예방이다. 아마 모든 게 귀했던 옛날 치약을 처음 본 우리 조상들께서 치아를 위해 발라주는 연고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순전히 필자의 상상에 의한 것이고 역사적 근거는 전혀 없다.
가끔 홈쇼핑에서 보는 치약 광고 내용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치석이 깨끗하게 제거 돼서 스케일링이 필요 없고, 충치나 잇몸 질환이 안 생기니까 치과에 갈 일이 없어지게 될 것만 같다. 이러다가 치과 문 닫아야할 상황이 오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아직까지 없었고, 아직까지 암과 감기도 정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해 보이는 우리 인류의 의학 발달을 볼 때 치약 하나로 충치, 잇몸질환, 치석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장황하게 글을 썼는데 결론은 간단하다. 치약이나 칫솔 광고를 과신하다 치과 적 질환을 키우지 마시라는 것이다.
두어 달 전, 온라인에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칫솔에 치약을 바르고 물을 묻혀야 하는지? 아니면 물 없이 칫솔질을 해야 하는지?’라는 거다. 과연 어느 게 정답일까? 그에 대한 답은 ‘각자 취향대로’다. 치약을 바르고 물을 적시면 처음 입안에 칫솔이 들어갔을 때 부드럽고 쉽게 칫솔질이 되는 느낌인 대신, 계속해서 분출되는 침으로 인해 입안은 물바다가 돼 치약이 너무 희석돼 치약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물을 묻히지 않고 입안에 바로 칫솔을 넣게 되면 상당히 뻑뻑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흘러나온 침으로 인해 점점 칫솔질이 좋아지겠지만 처음에는 칫솔질하기가 조금은 거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논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치약을 전혀 바르지 않고 칫솔질 하는 것은 치약을 바르고 한 경우의 85%정도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즉 치약에 의한 칫솔질 효과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칫솔에 물을 적시느냐 적시지 않느냐는 신경 쓰지 말고 그저 칫솔질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치약을 칫솔에 어느 정도 바르는 게 좋을까? TV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칫솔모에 가득 발라야 할까? 그건 한마디로 자원 낭비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조금만 바르되 중요한 건 칫솔모 안으로 치약이 파고들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칫솔질 하는 동안 조금씩 스며들어 나오게 된다. 칫솔모 위에 얹어 놓은 치약은 금방 굴러 떨어져서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95년도 즈음에 ‘시린메드’라는 치약이 발매 됐었는데 그 당시엔 TV 광고도 하지 않고 별다른 판촉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는데 최근에 일기예보 형식의 TV 광고가 나오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린 증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필자는 한 달 이상 ‘시린메드’치약을 사용하시면 시린 증상이 15-20% 정도 감소된다고 설명한다.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지만 시린 증상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찬물 마실 때나 오렌지, 포도 등의 시큼한 과일에 이가 전체적으로 시리다면 ‘시린메드’치약을 사용하시길 권한다. 물론 너무 큰 기대를 가지면 안 되지만.
이달에는 치약에 관해 몇 가지 사항들을 살펴봤다. 자칫 치약광고를 한 것 같지만 치과의사로서 권장하는 치약이기 때문에 절대 광고는 아니다.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치약 자체의 효능에 대해 기대하지 말고 칫솔질의 방법과 시간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