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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집 '퍼즐' 비열한 동행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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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1 10:33:1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말이야 예의를 지켰지만 이 바닥의 이익분배야 당연히 5대 5다. 영감이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당연한 듯 이익금에 일 할인 삼십 만원만 넘겨주고 말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달게 받았다. 영감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해서 더 열심히 뛰었다. 싼 물건이 나오면 흥정을 해서 무조건 사다가 넘기다보니 일거리도 훨씬 더 많이 생기고 있었다.

  한데 문제는 영감 쪽이었다. 몇 번을 더해 봐도 이익 분배가 처음과 똑 같은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장사이익을 고스란히 영감의 손으로 넘겨주고 말았다.

  춘삼이 조금씩 짜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금을 대준다지만 엄연히 복덕방 사장은 자신이다. 사고파는 것도 중개사라는 자격이 없다면 불법으로 영업을 하지 못할 것이 빤한 이치다. 일은 자신이 하고 꿀은 영감의 몫이었다. 푼돈인 콩고물이나 얻어먹고 있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조금씩 부아가 끌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차마 영감과 정면으로 맞설 수야 없는 것이다. 자본 줄이 끊기면 콩고물도 없어지는 판이다. 애당초 영감은 이 약점을 노리고 만만한 변두리, 그것도 처음 시작한 복덕방을 노리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도 너무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감의 행동은 방약무인이 그것이었다. 춘삼을 완전히 무시하고 덤벼들었다. 주객이 바뀌고 말았다. 희망부동산의 사장은 영감이고 원래 주인은 사무장쯤으로 전락을 하고 만 것이다.  요즈음은 춘삼을 대하는 영감의 태도부터가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사무실에 큰 나무 책상까지 하나 들여놓고 발을 괴고 앉았다. 누가 보아도 작은 철제 책상에 앉은 춘삼은 초라하게 보였다. 소파에 앉을 때도 탁자 위에 두 다리를 얹는 것은 영감뿐이다.

  소파의 맞은편 긴 쪽에 등을 대고 앉았다. 처음부터 영감에게 매달리던 습관이 남아서 웅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이제야 겨우 부동산 업계에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자리가 잡히고 있는데 영감을 밀어낼 수가 없는 것이다. 해결방법은 어떻게든 한 건을 만들어서 자본으로 영감에게서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까지인지 두고 보자. 벼르던 참이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기회가 찾아왔다. 마침 영감이 자리를 비우고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 서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몇 번 거래를 한 복덕방 박 사장이었다.

  “좋은 일 없소?”

  “있기야 하지만 박 사장님은 항상 싼 거래만 하지 않습니까?”

  “이봐! 허 사장 그게 아니고 바지가 하나 걸려들었는데 오늘 아니면 놓치겠으니 어떻게 한 건 만들어봅시다.”

  “마침 하나 있긴 한데......”

  그렇지 않아도 급히 나온 임야가 있어서 오후쯤 영감과 상의를 하려고 하려던 참이라 망설이면서 중얼거렸다.

  “전매도 좋으니까 해봅시다.”

  귀가 번쩍 띠였다. 전매라면 영감을 속이고 단숨에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허실삼아 나와 있는 임야의 금액을 꽤나 비싼 가격으로 불렀다. 일이 되려면 술술 풀리는 법이다. 박 사장이 망설이지도 않고 오케이를 하는 것이었다.

  절호의 기회였다. 이 한 건만 잘 처리하면 영감으로부터 독립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익금이 무려 삼천만 원이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영감을 이용하자. 그 큰돈을 영감에게 고스란히 바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영감에게 사실대로 보고를 한다면 자신의 몫은 겨우 육십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삼일미년 끝날 일을 영감에게 삼천만 원이나 고스란히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춘삼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영감에게 전화를 했다. 

  “물건이 하나 나왔습니다.”

  “사냥꾼은 있고?”

  “아직은 확실치 않습니다.”

  “한데 무슨 돈?”

  “먹이가 좋은데 사냥꾼이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좋은 먹잇감이니 일단 잡아놓고 보죠.”

  “사냥이 길어지면?”

  “기껏해야 일주일이지요.”

  “일주일에 끝나지 않으면 원금 회수해 버릴 거야.”

  “여부가 있습니까.”

  “좋아, 지금 내가 사무실로 감세.”

  “고맙습니다.”

  영감이 돈을 들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춘삼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걸려든 것이다.

  “계약하려면 도장도 있어야지?”

  “아닙니다, 계약금만 지불하고 사냥꾼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그럼 계약금만 놓고 갈까?”

  “아니지요, 세금관계가 있으니 등기 이전을 하지 않고 전매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 동안이라도 사냥꾼이 생기면 먹잇감에게 돈을 건네고 영수증만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해서 금액을 완불해놓아야 합니다.”

  “역시 자네는 타고난 사업가야. 알아서 하게.”

  언제부터인가 영감은 춘삼을 믿고 있었다. 그 날 오후 영감 몰래 임야 삼천 평을 자신의 앞으로 계약을 했다. 서울 사냥꾼에게 내일이라도 먹잇감을 넘기고 나면 영감에게는 일이 잘 못 되었다고 없었던 일로 하자고 원금만 돌려 줄 계산이었다.

  한데 일이 꼬이고 말았다. 오후에 차를 타고 내려오겠다는 서울 고객의 소식이 끊겨버린 것이다. 전화를 해봐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튿날은 나타나겠지 했는데 또 허탕이었다.

  급한 마음에 서울까지 쫓아 올라가 보았지만 어찌된 일이지 사무실까지 문을 닫고 말았다. 미치고 환장할 일이었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더니 며칠을 기다려도 박 사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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