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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곤 소설집 '퍼즐' 비열한 동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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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1 17:29:5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초년인 신사가 선뜻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전에 희망부동산에 대해서 충분히 연구를 하고 왔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돈을 벌어 나눠먹자는 것이다. 돈만 있어서 부동산을 사놓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체면이 있어서 자신은 나설 수가 없으니 대리를 시켜 돈을 벌자는 뜻이 되는 것이다. 춘삼의 능력을 알고 왔다는 뜻이 된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닐세.”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이야기일세.”

  “부탁드립니다.”

  신사는 어느새 춘삼에게 말을 턱 놓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기가 꺾인 춘삼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그저 황홀하기만 한 것이다. 금덩이가 제 발로 걸어들어 왔는데 까짓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은 지금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공손해야 하는 것이다. 

  이마가 화끈거렸다. 기분 좋을 때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뭔가 예감이 오고 있었다. 드디어 이제야 기회가 온 모양이다. 능력은 있다. 자본만 있다면 돈을 버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였다. 신사가 바바리코트를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돌아갈 모양이다. 

  “존함이라도 알고 싶습니다.”

  “아, 그런가? 내 이름은 송만섭이야.”

  “송 사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사장이 아닐세.”

  “아! 그렇군요. 회장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그도 아닐세.”

  “네?”

  “사람들은 나를 영감님이라고 부른다네.”

  “아닙니다. 벌써 영감님이라니요.”

  아부성이 아니라고 해도 천부당한 말이다. 사실대로 말하라고 한다 해도 영감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이르다. 흰 머리카락 몇 올쯤이야 멋으로 보였고 주름살 하나 없는 얼굴에 개기름까지 번져 피둥피둥 한 것이 오히려 더 힘이 있어 보였다.

  굳이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있다면 앞이마가 조금 벗어진 것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관운으로 보여 벼슬을 할 수 있는 시원한 이마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자네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는구먼.”

  “안목이 짧아서......”

  “그렇겠지. 나 의원이야.”

  “병원장이십니까?”

  “사람 무식하긴?”

  “아.”

  춘삼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몰라 비어 정말 죄송합니다.”

  갑자기 두 다리가 이유 없이 덜덜 떨려오는가 싶더니 탁자 앞에 무릎이라도 꿇어앉고 싶어졌다. 영광스럽게도 의원님과 이렇게 가깝게 마주하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무도 없이 단둘이다. 꼬여지는 몸을 감당할 수가 없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허, 이 사람 뭘 그리 황송해 하는가? 이제 동업자가 될 텐데 편하게 대하게.”

  신사는 아주 편한 얼굴로 너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았다.

  “의원님이 이 누추한 곳까지 황송합니다.”

  “황송할 것까지야 있겠나?”

  “어떻든 영광입니다.”

  “그럴 것 없네. 지금은 현직도 아니라네.”

  “네?” 

  “그러니까 전직이란 말일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전 시의원이네. 하지만 부정으로 당선된 지금 시장이 선거 소송에서 물러나면 내가 출마를 할 것이네.”

  “아! 그렇군요.”

  국회의원도 아니고 시의원이라고 하니 다소 마음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어떻든 지금껏 아무 의원도 만나본 적이 없으니 당황하고 황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네.”

  “네, 의원님.”

  “지금은 아냐. 그냥 영감님이라고 부르게.”

  “하이고 죄송합니다. 영감님.”

  자칭 영감님이라고 했지만 춘삼은 그의 비위를 거슬릴까봐 온 몸에 비지땀까지 흘리면서 아부를 하고 있었다.

  “근 일간에 또 보세.”

  “네, 안녕히 가십시오.”

  문을 열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영감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허리를 굽히고 서있던 춘삼은 가게 문을 닫고 나서도 좀처럼 흥분이 가셔지지를 않았다.

  이게 웬 떡인가? 복권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의원님을 고객으로 모신 정도가 아니라 꿈만 같다. 의원님이 마음이 내켜 자본만 대 준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받아 놓은 밥상이다. 창밖에는 마침 하늘 가운데까지 떠오른 칠월의 햇살이 강렬하게 타 올라오고 있었다.

  송 영감과의 거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며칠은 뜸을 드리더니 한 열흘이 지나자 제집처럼 복덕방에 출근을 했다. 그리고 소파를 바꿔라 책상을 바른쪽에 놓아라, 간섭을 하더니 드디어 본격적으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을 했다. 

  송만섭이 자칭 시장 대우로 영감님이라 부르라고 했지만 춘삼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해서 둘이 있을 때는 아부로 영감님이라고 부르지만 혼자 있을 때는 ‘님’ 자를 빼고 그냥 영감이라고 불러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결정을 했다. 

  영감과 함께 시작한 첫 사업은 작은 상가 전매였다. 처음이라 신경을 많이 썼다. 이문이 있어야 계속 투자를 유도 할 수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었다. 운이 맞아떨어지려고 했던지 급히 이민을 가는 사람의 가계를 삼천 만원에 인수 받아 삼일 만에 넘기면서 삼백 만원의 차익을 냈다. 한 푼도 숨기지 않고 고스란히 영감에게 넘겨주었다.

  “기특한 지고, 자네도 수고비는 받아야지.”

  “저야, 심부름 값 정도면 만족합니다.”

  “허, 그래도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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