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 달에는 흔히 잇몸질환이라고도 하는 치주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분야이든지 전문영역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어렵지요. 그래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로 고쳐서 부르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잇몸질환 또는 풍치가 그러합니다.
풍치는 한의학 용어입니다. 이가 썩거나 깨지지 않았는데 아픈 증상을 말합니다. 충치와 풍치로 나누어 치통을 설명하는 한의학적 용어입니다. 풍치의 원인은 잇몸질환을 포함해서 치수염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풍치가 잇몸질환과 같은 말은 아니지요. ‘잇몸질환’이라는 단어는 잇몸에 염증이 있다는 뜻인데, 잇몸에 염증이 있는 것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치아 뿌리에서 시작된 염증으로 잇몸뼈가 파괴되고,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는 치주염이 큰 문제입니다.
치주염의 뜻은 치아 주변의 염증 즉 치아주위 조직(잇몸, 치조골, 치아 뿌리)의 염증을 말합니다. 잇몸에 염증이 한정되는 치은염은 스케일링 한 번이면 원상 복구 됩니다, 별 문제 아니지요. 염증이 오래 지속되어 치아 뿌리, 치조골(잇몸뼈), 잇몸에 염증이 번져서 발생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치주염, 잇몸 질환입니다. 치주염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합니다. 치주염의 원인이 하나였다면 인류는 진작 치주염을 정복하여 예방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승용차와 트럭이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려면 승용차와 트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거기에 두 차량이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서 만나야하고, 두 차량의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지 못하여야만 합니다. 딴 생각에 빠져 있거나, 전화 통화를 하거나, 갑자기 동물이 튀어 나왔거나 하는 그럴만한 기여 요소가 있어야만 하지요. 충치와 치주염의 원인이라 생각되는 설탕(과자, 탄산음료)과 부족한 칫솔질에 과하게 집착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물론 치주염의 가장 큰 원인요소는 병원성 세균이고 병원성 세균이 잘 살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요소가 부족한 칫솔질입니다. 하지만 치과의사 기준으로 충분히 칫솔질하고 계시는 분은 전체 인구의 5% 이내입니다. 그럼 나머지 모든 분들이 치주염으로 고생을 하고 계실까요?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칫솔질을 열심히 하시는 분 중에도 치주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도 계실 정도입니다. (학술적으로는 부정확한 표현이 일부 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치주염의 원인은 입안에 항상 살고 있는 병원성 세균, 세균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음식물 섭취, 음식물 찌꺼기를 제대로 청소하지 못하는 부족한 칫솔질, 세균의 공격에 쉽게 무너지는 치주조직을 타고 나는 유전, 전체 치아 구조가 세균들이 번식하기 쉽게 만들어지는 치열이 고르지 못한 문제, 교합의 부조화 등등 아주 많습니다. 아주 많은 원인들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원인을 제거한다 해도 치주염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치주염을 완벽히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안전운전을 해도 교통사고를 100%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충 운전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안전운전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평소에 칫솔질 열심히 하시고,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스케일링 받으시면서 구강검진을 하시고 필요한 경우에는 치열교정을 할 수도 있겠지요. 이 정도만 해도 치주염을 70% 이상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안전운전을 생각하듯 치아 관리에 신경 쓰신 다면 노년기에 갈비를 좀 더 맛나게 드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