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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꼴은 우습지만, 최불암도 왔다간 ‘명가’에유”
글 : 조종안(시민기자) / chongani@hitel.net
2013.12.01 11:52:23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단골들에게 ‘아귀찜의 달인’ 소리를 듣는 ‘국일복집’ 주인 장창용(62)씨. 그는 옥구군 대야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산으로 유학(?), 옛 청과시장 골목에 있던 ‘국일집’ 주방에서 요리 기술을 익혔다. 부지런하고 성실했던 장씨는 주인의 중매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식도 올렸다. 1978년에는 가게를 인수하여 간판을 ‘국일 복집’으로 바꾸고 오늘에 이른다. 식당 경력 35년. 하지만 요리 경력은 50년이 되어간다. 

 

가장 자신하는 밑반찬을 추천해달라니까 다른 식당에서도 다 나오는 메뉴라며 손사래를 친다. 너무 겸손한 거 아니냐고 하자,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신은 생선탕과 생선찜 조리하는 것밖에 배운 게 없어 새로운 반찬은 만들지 못한다며 한술 더 뜬다. 요즘 젊은이들 입맛에 맞는 새콤달콤한 음식은 만들지도 모르고 새롭게 개발하고 싶지도 않단다. 

 

“식당 손님의 20%는 젊은층(20~30대)이고, 80%는 중년층(40~60대) 이상인데요. 젊은층은 대부분 아귀탕에 된장 푸는 것을 싫어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국물에 콩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불쾌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중년층 이상은 된장을 풀어야 국물이 깊고 개운하다며 좋아하거든요. 변화를 요구하는 손님도 있는데, 저는 처음 배울 때 그 맛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반세기 가까이 동네(신영동, 죽성동)를 지키면서 생선과 함께 살아온 장씨. 그는 고집도 대단하다. 예전엔 군산시청, 옥구군청, 은행, 세무서, 경찰서, 수협, 한국합판, 우풍화학 등이 한 마장 거리에 있어 종업원을 4~5명씩 고용해도 손이 모자랐단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떠나고 동네가 적막강산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사는 하기 싫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탤런트 최불암도 두 번이나 다녀간 맛의 명가 

장창용씨가 스물다섯에 식당 주인이 된 배경에는 운(?)도 따랐다. 당시 세무서 직원에게 세금폭탄을 맞은 국일집 주인이 그냥 문을 내리기는 아깝다며 장씨에게 인수하라고 권하면서 자신의 사촌 처제를 중매까지 섰다고 한다. 그 사촌 처제가 36년을 동고동락 하면서 살아온 이양례 아주머니. 부창부수 아니랄까봐 아주머니도 한마디 하고 나섰다. 

 

“식당 꼴은 우습게 생겼지만, 탤런트 최불암도 두 번이나 왔다간 맛의 명가(名家)에유 명가.. 처음에 혼자 와서 복탕 국물이 진하고 개운허다고 허더니 두 번째는 스텝들을 데리고 와서 맛있게 먹고 가더라고유. 옛날에 타지로 떠났던 사람 중에 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유. 그 사람들이 고마워서라도 하루에 한 그릇을 팔어도 이 자리를 뜰 생각은 없어유. 식당 하면서 애들 셋 낳아서 가르치고, 시집·장가보내고, 손자 손녀 여섯이나 봤으면 됐지, 그 이상은 욕심이쥬··.”

 

옛날에는 자주 다녔는데 요즘에 발길이 끊긴 손님도 있느냐고 묻자 이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잇는다. 

 

“손님은 손님인디 공짜 손님들이었쥬. 지금은 새벽시장을 이용하니까 만나기 어려운디, 옛날에는 푸성귀나 잡곡을 한두 되씩 가져와서 밥을 달라고 하는 할머니가 많았어유. 아무리 밥장사지만 행상 할머니 잡곡을 받고 밥을 줄 수는 없잖유. 그려서 ‘잡곡은 팔아서 용돈이나 하시라’고 말하고 누룽지나 생선탕을 끓여주면 땀을 흘리면서 맛있게 먹고 가고 그렸는디, 지금은 다 옛날 얘기가 됐네유...”

 

입담이 구수한 아주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넉넉한 인심이 묻어난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여유도 느껴진다.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공덕을 쌓으셔서 훗날 고생도 안 하시고 저승에 가도 좋은 곳으로 인도되겠다”고 하자 “그야 있는 반찬이고, 밥을 솥에 해먹을 때니께 누룽지도 지천으로 널렸었는디 공덕은 무슨 공덕이냐?”고 되묻는다.

 

 

 


 

김(苔)+양념장+밥+광어회+콩나물=? 

아귀찜 2인분을 주문했다. 곧바로 상이 차려진다. 송이 버섯탕, 대파나물, 콩나물 무침, 홍어회, 묵은김치, 총각김치, 도토리묵 등 식단이 간결하면서도 침샘을 자극한다. 홍어회 한 첨을 묵은김치에 싸서 입에 넣는다. 씹을수록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이 어우러지면서 식욕을 돋운다. 밑반찬 하나하나가 그 옛날 어머니가 정성 들여 만들어주던 그 맛이다.

 

넉넉한 인심을 빼놓을 수 없다. 광어회가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 광어회 서비스는 기본이란다. 살코기가 부드러운 광어회는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자체로 일품이다. 하지만 파래 냄새 향긋한 김(苔)에 밥을 한 수저 담아 양념장을 바르고 광어회 한 첨과 콩나물 무침을 한 젓가락 얹으니 멋진 ‘콩나물회 김밥’이 된다. 그 맛 또한 별미 중의 별미. 

 

국일 복집은 행정안전부, 전라북도, 군산시가 지정한 ‘착한가격 물가안정 모범업소’. 그래서 그런지 값도 착하고 맛도 착하다. 일반 식당에서 아귀탕은 1만 3000원~1만 5000원, 복탕은 1만 5000원~20000원씩 한다. 그러나 이곳은 우럭탕(8000원)을 제외하고 모두 7000원이다. 아귀찜도 2인분에 2만 원, 복찜은 2만 5000원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내장 많이 넣으라는 손님 때문에 골치 아파 

군산 째보선창 대폿집 주모들이 해장에 술국으로 내놓기 시작해서 1960년대 후반 대중화되기 시작한 아귀탕. 육수에 된장을 풀어 생물로 걸쭉하게 끓여낸 아귀탕은 국물 맛이 깊고 개운하다. 육질 또한 쫄깃하고 담백하다. 뼈를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고, 살코기를 건져내 물기를 살짝 뺐다가 초고추장을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이다.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지는 아귀찜이 대접에 가득 담겨 나온다. 양념을 적당히 버무려 아귀 맛의 진수인 쫀득쫀득한 '암뽕'(내장) 한 첨을 입에 넣는 순간 매콤한 맛이 입안에 감돌면서 ‘국일복집 아귀찜 과연 명불허전이로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장씨는 “주방까지 찾아와 내장을 많이 넣으라고 압력을 가하는 손님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며 고개를 젓는다. 

 

아귀찜에는 암뽕 외에도 부드러운 살코기, 날감지, 연골 부분이 들어가 발라먹는 재미까지 더한다. 숨이 죽지 않아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은 입안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그렇게 건더기를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공기밥 한두 공기 비비면 입에 착착 감기는 비빔밥이 되는데, 숙취 해소에 으뜸인 것은 애주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 

 

독특한 매운맛과 싱싱한 재료의 조화가 환상적인 아귀찜은 이제 군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예전에는 경남 마산이 원조로 알려졌으나 언제부터인지 군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70~80년대까지는 서울의 아귀요리 전문 식당에 가면 대부분 '마산아귀찜'이라 적혀 있었는데, 요즘은 '군산 아귀찜' 글귀가 자주 보인다는 것. 국일복집 아귀찜이 전국을 제패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국일복집

전라북도 군산시 죽성동 29-4

063-445-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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