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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은 내 삶의 이유’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3.12.01 11:10:08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삶이 여유로워지고 여가가 늘면서 사람들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곧 참여를 통한 생활화로 이어져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저변 확대와 함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요가 넘친다 해도 상응하는 공급이 없다면 불가능 한 일, 특히 음악 분야에서 바로 그 공급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이가 있으니 색소포니스트 박행준(朴幸俊/40)원장이다. 그는 출중한 연주가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게 색소폰의 보급과 지도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교육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색소폰을 접한 것은 고교생이었던 17세 때. 그는 본래 서울 태생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전 가족이 광주(光州)로 이사하였다.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색소폰 소리에 매료되어 고2때부터 서울에 올라가 한국 색소폰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김수열, 클래식 연주가인 이성환, 미8군 최고의 연주가인 닉 휴지를 비롯하여 손성재, 김기철 등을 사사했는데 천부적으로 재능을 타고났던지 실력은 일취월장했고 어느 정도 기량이 갖춰지자 이태원이나 홍대 부근 재즈클럽 등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다가 20대 초 병역의무를 다 하기 위해 국방부 군악대 시험에 응시했는데 당시 경쟁률은 30:1이나 되었다. 이미 실력이 갖춰져 있던 그는 군악대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았고 2년여의 복무기간 동안 청와대 및 국내외 귀빈을 맞는 국가적 행사장에 선 것만 해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재대 후 그는 급거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색소폰 연주자로서 더 폭 넓고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당대 최고의 색소폰 연주가이자 교육가이기도 한 ‘야마나카 요시유키’ 선생을 찾아가 제자가 되었고 이후 약 3년에 걸쳐 공부에 정진하면서 이론과 실기 공히 한층 더 업그레이드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홀로 지냈던 그 3년은 당장의 숙식해결을 위해 밤낮으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잠 잘 시간도 충분치 않았던 외로움과 고난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유명한 스승 밑에서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던 많은 것을 터득했고 도쿄클럽공연 및 라이브활동을 거치면서 내공이 쌓임으로써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있었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 온 그는 클래식오케스트라를 위시해서 빅밴드 재즈클럽, 가수 서영은과 The Five One 그룹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98년도 제1회 KBS 창작국악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시나브로 인지도도 높아져 그의 활동 영역은 전국을 망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약 13년 전 뜻한 바 있어 서울 생활을 접고 익산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익산에서 10여 년간 학원을 하는 동안은 동호인 양성 못지않게 국내 최초로 색소폰 교습을 위한 커리큘럼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한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했다. 

 


 

사실 그가 색소폰 교재 제작에 뜻을 둔 것은 평소의 절실한 바람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교습자를 위한 교재다운 교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초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구보다 그것을 절실히 경험하고 느꼈던 그였기에 자신이 이 일을 선도적으로 해 보고 싶었고, 특히 일본의 ‘야마나카’ 스승 하에서 색소폰을 공부 할 때에도 스승은 그 자신의 저서를 기본적 교재로 활용케 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다 체계적인 학습 방식으로 탄탄한 실력자를 양성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까지 초보자, 중급자 및 그 이상 단계까지 도움이 될 만한 총 13권의 색소폰 교재를 출간 했다. 선행적 교범이 없던 터라 그의 교재는 그간의 경험과 독창적 아이디어를 응용한 색소폰의 텍스트북 이라 할 만하였다. 이 교재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서점에서도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병행하여 역시 국내 최초로 인터넷에도 색소폰 강의 사이트를 개설하여 동영상 강의를 시작하게 되는데 하루 접속자만 150~200명에 이르거니와 현재 전체 수강자는 5,000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잠시의 방황기도 있었다. 교재 출간 작업이 끝나면서 긴장의 이완과 함께 뜻 모를 허탈감이 찾아온 것이다. 그는 끝내 공허감과 무력감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목적지도 없는 혼자만의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그는 인천을 비롯하여 제주도까지 웬만한 곳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주유천하의 방랑이었다. 스스로도 역마살이 낀 팔자라고 말 할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가 정착할 만한 데는 어디에도 없어보였다. 대신 그는 낯 선 지역에 가더라도 그 지역 색소폰 동호회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잠시나마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그들이 배우는 교재 대부분이 자신의 저서라는 것을 알고 무척 뿌듯했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연히 만난 이 방랑객이 자신이 공부하는 교재의 저자라는 것을 알고 반가움과 함께 놀라워하며 사인을 청하는 일도 많았다 한다.

 

 


 

이렇게 수년간의 방랑을 끝내고 약 1년 반 전 그가 정착한 곳은 군산이었다. 연고도 전혀 없는 곳이었지만 잠시 지내면서 보니 바다와 호수, 멋진 공원, 여유로운 시가지까지 자연적 환경도 좋았고 외지인에게도 전혀 배타적이지 않은 넉넉한 인심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현재의 장소에 색소폰교실을 열고 많은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이례적인 일도 있었다. 캐나다에서 어느 70대 교민이 색소폰을 배우고자 그를 찾아온 것이다. 록키산맥 아래에서 호텔업을 하고 있다는 그 노인은 색소폰을 배운지 6년 정도의 경력자였는데 자신이 공부하는 교재의 저자에게 직접 배우고 싶었다면서 연락을 취해 와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이로써 그의 교재가 해외에까지 보급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거니와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만한 일로 캐나다에서 까지 찾아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가 넘치면서도 색소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닌 사람인 듯싶었다. 그 노인은 색소폰교실 인근에 아예 한 달 보름 정도 묵을 거처도 마련하고 하루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학원에서 보낼 정도로 연습에 심취했는데 불과 그만한 기간 동안 많은 것을 터득하고 만족해하며 돌아가면서 상식을 뛰어 넘는 거액의 사례금을 내놓았다 한다. 

 

‘박행준색소폰교실’이 여타 학원과 차별화되기까지는 박 원장만의 독특한 교습 방식이 한 몫을 한다. 그의 학원엔 초급자보다는 몇 년 정도의 경력자들이 오히려 많은데 자신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교습생은 누구나 프로에 근접할 만한 고급 연주자로 양성하겠다는 열정적이면서도 엄격한 지도 방식도 그 중 하나이다. 또한 레슨 과정은 자동 촬영되어 인터넷에 저장됨으로써 그 시스템에 접속만하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배운 과정을 복습할 수 있는데 현재 그 동영상만도 약 8,000건이 넘고 있으며, 수강생의 연주곡은 CD로 제작되어 본인이 차 안에 두고 언제든지 들어 볼 수도 있다.

 

그가 색소폰 연주가이자 교육가이면서도 그의 이름을 딴 색소폰이 제작되고 있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기존의 테너색소폰과 알토색소폰의 중간 음역대로서 비교적 값도 저렴하고 중, 장년층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특별히 고안하여 현재 본인 이름의 브랜드로 OEM 방식으로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의 보급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지난 11월 초, 군산예술의전당 어느 합창단공연 시 색소폰 독주 출연 부탁을 받고 무대에 섰을 때에는 장내에 꽉 찬 관중을 보고 군산의 문화예술 인구가 상상외로 많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 음악 예술 분야의 앞날이 밝게 느껴졌다는 박행준 원장. 현재 그가 배출한 제자만도 어림잡아 천여 명에 이르고 지금도 7명의 여성 포함, 약 30여 명의 수강생들이 학원에 나와 열심히 기량을 연마하며 친교를 다지고 있기도 한데 이로 볼 때 최근의 확산 추세인 공연 예술 인구와 함께 갈수록 우리 군산의 색소폰 수준이 진일보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읽히기도 한다.

 

박행준색소폰교실

군산시 지곡동 499-6, 2F

010-6363-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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