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릴 적의 추억 몇 가지를 마음속에 간직한 채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누구나 어릴 적 부모님과의 좋았던 추억, 나빴던 기억을 마음속에 고이 접어두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합니다. 10대에서 20대, 그리고 3~40대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수줍게 펼쳐진 부모님과의 추억엔 어느새 나빴던 것 보다는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언제부터 뽀빠이냉면을 드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맘때쯤 아버지와 함께 중앙로에서 개정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녀오다 땀이 뻘뻘 난 제게 “냉면 먹을까?”라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얼떨결에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생애 첫 냉면을 먹으러 간 곳은 바로 뽀빠이냉면이었고 때는 정확히 30년 전이랍니다. 오래 전부터 먹기 시작했지만 사실 뽀빠이냉면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전 비빔냉면만 먹었으니까요. 최근 물냉면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60년 된 뽀빠이냉면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뽀빠이냉면의 육수는 돼지등심과 닭고기, 간장이 주재료입니다. 물론 추가되는 것도 있지만 맛의 중심은 세 가지로 함축할 수 있겠죠. 두 종의 고기와 거기에 간장으로 간을 맞추니 육수를 처음 들이키는 순간 짭쪼름 하면서도 고기특유의 묵직한 맛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고명으로 듬뿍 올려주는 고기는 육수를 만드는데 사용되어진 후 얇게 저며져 냉면 위에 올라와 든든함을 선사해줍니다. 면은 일반적인 칡 냉면보다는 맛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이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분 상쇄되리라 생각합니다.
뽀빠이냉면은 3대에 걸쳐 60여년을 함께해온 냉면집입니다. 예전부터 2대가 운영하는 여전히 시끌벅적한 본점과 3대인 김태완 사장님이 운영하는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의 지곡동 분점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곳은 지곡동 분점입니다. 본점은 냉면과 만두, 분점은 여기에 돼지국밥, 돼지갈비(저녁메뉴)가 추가된 메뉴로 구성되어져 있지요. 쉬는 날은 명절뿐 이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