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만큼이나 지역 미술계를 술렁이게 한 핫(Hot)한 전시회가 있었다. 지난 7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의 인사동에서 1차 전시회를 한 이후 익산 솜리 예술회관에서 7월31일부터 8월4일까지 2차 전시회를 연 서양화가 강지음 작가(44) 개인전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The hole' 즉, ‘구멍’.
강 작가는 이 ‘구멍’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간과 공간, 삶과 욕망, 죽음과 초월 등 인간 존재의 근원적 주제에 접근을 시도하여 미술계의 호평을 들었다. 그는 2012년 이후 새롭게 시작한 소재 ‘구멍’을 통해 그 자신이 추구해왔던 이전의 어두운 비구상적 작업에서 벗어나 한 층 더 컬러풀하고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 구상적 요소를 가미하여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작품 탐구를 지속했었다. 작가들의 네임브랜드가 되는 작품의 소재발견은 작가가 추구하는 그림의 형상화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하는 중요한 탐구 작업이어서 대개 작가들에게는 매우 힘들고 중요한 고뇌의 시간을 거치게 된다. 강 각자에게 이번 전시회는 수년 간 고민의 세월을 거쳐 최근 2년여 간의 작업을 한 것으로 자식을 잉태하듯 가슴에 품었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개인전이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구멍’을 통해 존재의 근원적 주제에 한층 자연스레 다가갔다는 미술계의 호평이 이어졌다. 같은 동료작가들과 관람객들의 큰 호응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던 강지음 작가. 이곳 군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번 전시회는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어요. 작품 구성면에서 이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고 그런 의미에서 수년간 삶과 존재에 대해 어떻게 하면 적당한 소재로 표현할까 고민해 왔습니다. 그렇게 걸어 온 침잠의 시간과 제 고독의 결과를 세상에 선뵈는 자리였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결과가 긍정적이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의 작업을 위한 많은 방향성을 담고 있기도 하고 새로운 창작에 대한 열정도 생기는군요.”
강 작가는 여러 해 동안의 번민과 고뇌의 찬 창작의 작업이 이번 전시회의 호평을 통해 지지를 얻어 나름대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는 일성으로 작품에 대한 의지를 밝힌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오랜 공백을 깨고 수년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작가로서의 해석을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표현해낼까 했던 고민의 세월이 그만큼 깊었다는 의미를 담아내는 강 작가. “구멍은 시간의 결과물이죠.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든 인공적으로 형성되었든. 혹은 크든 작든 구멍은 평면을 파고 들어간 시간의 흔적이죠. 그래서 구멍은 그 자체가 독립된 차원의 공간이며 이 뚫린 구멍은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인 것입니다.” 현대인의 삶은 크고 작은 구조적 틀을 가지며 그 속에서 자유의 상실과 부재를 느끼며 초월의 욕구를 드러낸다.
“구멍은 막혀있을 수도 있고 다른 차원으로 뚫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저편에 관심을 갖고 구멍에 손을 넣어보거나 구멍을 통해 저편을 보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 구멍에 관심을 갖는 것은 감각의 세계 저편에 대한 동경이며 현실에 대한 몽환적 전이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강 작가의 작품은 현대적 삶의 구조의 틀을 콘크리트 벽처럼 무너트리기 힘든 장벽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삶속에서의 수많은 정신적 단절과 구속에 대해 강 작가는 벽속에 뚫린 구멍을 통해 실존적 존재의 탈출구로 설정한 것이다.
“구멍을 응시하는 쪽에 존재하는 것은 구멍 저 편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구멍은 현실에 대한 초월의 통로이면서 또한 동시에 욕망과 동경의 터널입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구멍이야말로 인간의 존재와 인식과 욕망은 분명 상대적인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현대인이 존재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해 온 질문에 대해 가슴 속 확 뚫리는 확실한 답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구멍을 제시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았다. 캔버스에 유화, 아크릴, 각종 잉크 등으로 혼합하여 그린 20호에서 120호 짜리 그의 그림들은 여름날 화끈 달아오른 솜리 예술 회관 전시회장을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었다. 관람객들이 쉽게 경험 해 본 ‘구멍’ 효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