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필자가 어릴 때, 형이 있는 친구 녀석 집에 놀러 가면 얼룩무늬 교련복이 걸려있는 벽 한편엔 통기타가 세워져 있었고 방바닥엔 연습하다만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익’ 악보 책이 펼쳐져 있었다. 바캉스라도 한번 가려면 통기타 잘 치는 친구는 서로들 데려가려 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통기타 반주에 맞춰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하는 ’연가’를 멋들어지게 부르면 준비 끝, 조금 흥이 돋았다면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면 그만이었고, 어깨동무한 모닥불열기와 취기가 ‘삼등, 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고래사냥을 가면 게임오버, 디엔드였다. 괜히 김치나 필요도 없는 칼, 도마 따위를 빌리려 옆 여자 텐트를 기웃거릴 필요도 없고 실없는 농담을 동반한 추파를 날릴 필요 또한 없었다.
그 땐 그랬다. 어디를 가던 젊은이들 곁엔 통기타가 있었고 젊음의 때 창이 있었다. 예전엔 그토록 쉽게 접 할 수 있던 통기타와 포크음악이 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며 붐박스, 워크맨, 록, 힙합, 댄스음악에 밀렸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다시 화려한 컴백을 했다. 버스커버스커, 로이킴, 아이유, 주니엘, 장재인, 10cm. 요즘 TV를 틀면 통기타가 끊임없이 나온다. 정말 끊임이 없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말 할 것 없고 드라마에도 나온다. 노래 좀 한다하는 젊은 가수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약속이나 한 듯 통기타를 들고 나온다.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얘기 했듯 통기타는 필자와 같은 ‘위기의 중년남’들에겐 추억이고 ‘추억으로 통하는 웜홀‘이며 타임머신이다. 통기타를 튕기며 옛날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노라면 왠지 ‘옛날 젊었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자, 이제 통기타를 타고 타임슬립 한번 해 볼까? 그러려면 우선 기타를 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럼 배우지 뭐…….
‘군산에 통기타 좀 친다는 사람 없습니까?’
뭐든지 최고를 좋아하는 성격상 군산 최고의 통기타 연주자를 찾아보았다. 물어물어 기타 좀 친다는 한분을 소개 받았다. 수송동에서 통기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유환 원장이다. 원래 직업은 카센터를 운영하던 자동차 기술자였단다. 이런 박원장의 특이한 이력을 듣고 있자니 ‘이 사람’이 궁금해졌다. 6개월 속성반 수강을 구두로 약속한 후 어렵지 않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형들이 치던 기타를 만지작거리다 기타연주를 시작했다는 박유환 원장은 6년 전 카센터를 운영하며 겸업으로 한두명 기타레슨을 하던 중 점점 기타와 포크음악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아 이게 나의 길이구나’라고 생각하고 1년 후 과감히 카센터를 정리하고 통기타학원에 올인 하였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결단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화려한 싱글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요즘의 ‘통기타 붐’에 대해선 “분명 세시봉이 출연한 ‘놀러와’나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아이유, 버스커버스커같은 젊은 가수의 약진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존의 전국적으로 형성돼있는 인터넷 동호회가 그 근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2~3년 전에 불었던 세시봉 등의 방송매체가 불씨를 당긴 거죠.”라고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보통 초보자도 5~6개월 정도 수강하면 웬만큼 연주가 가능합니다. 기타도 초보자용은 15만 원 정도면 구입가능하기에 부담 없는 취미죠.” 지금 사용하는 기타가 좋아 보인다. 얼마짜리냐는 짓궂은 질문엔 “몇 백만 원 합니다”며 ‘확실히 비싼 기타가 소리도 좋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대에게서 꽃 내음이 나네요~라며 사월과 오월의 ‘장미’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박원장과 그의 마틴 기타‘
“통기타는 단순한 취미 이상의 힐링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본격적으로 기타연주를 시작한 계기가 제 큰 매형이 돌아가셨을 때였습니다. 갑작스런 매형의 죽음 후에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태였는데 기타를 치며 제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동호회 분들 중엔 경찰관이나 소방대원 같은 분들도 계신데 그런 분들은 일반인이 평소 겪지 못하는 잔인한 광경을 목격하거나 엽기적인 사건을 경험하시잖아요?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 어들 하셨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거요. 통기타를 치고 동호회 분들과 소통하며 밝아지신 걸 목격했습니다. 본인들도 정서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고요.”며 통기타의 매력을 설명했다.
학원생들에 대해 묻자 “말 그대로 남녀노소 각기각층의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70대 어르신도 있고 주부 직장인 초등학생도 있죠. 전 이곳이 학원이면서 동시에 동호회 모임장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강습료도 한 달에 동호회 비 수준인 6만 원 정도로 책정했습니다.” 초등학생도 있냐는 필자의 질문엔 “보통 부모가 집에서 기타를 치면 자녀들은 자연스레 배우고 싶어 하죠. 그래서 부모 손잡고 같이 와서 배우고……, 좋잖아요?”
마지막으로 매거진군산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군산을 ‘통기타의 메카’로 만들고 싶어요. 통기타는 배우기도 쉽고 이동 또한 쉽잖아요. 언제 어디서나 연주가 가능하고요. 금전적으로도 부담 없는 취미이기도 하고요. 특히 7080세대인 4,5,60대 분들은 배우고 싶어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며 주저하시는데 용기를 내시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봉사활동으로 어르신들 통기타수업을 한 적 있는데 지금도 활발히 모임활동을 하고들 계십니다. 초보자들도 그 수준에 맞는 쉬운 곡으로 시작하면 어렵지도 않고 즐겁게 시작 할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쇼.”
자, 나도 용기 내어 도전시작 이다. 6개월 후엔 머리숱 풍성했던 ‘젊은 나’를 만나러 기타타고 타임슬립 하리라.
박유환
통기타사랑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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