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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선 마지막 열차의 기적소리를 기억하시나요?
글 : 여울 김준기(특별기고) / junek627@hanmail.net
2013.06.01 16:38:50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기차가 떠난 철길 건널목>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도 건널목에

빨간 신호등은 아직도 떠나지 않고

눈 내리는 겨울밤 떠나보낸

마지막 열차

다시 기적소리 울리며 달려 올

기약은 없는데

속절없이 오늘도

신호등은 깜박이고 있다

 

꽃다발 목에 걸고 손 흔들며 떠난

기관사와 여승무원

마지막

백년의 세월을 담은 기적소리는

눈 속에 휘날리는 하얀 손수건이었다

 

봄이 왔어도 기차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신호등은 모른다

기차는 갔어도 속절없이 깜박이는 불빛

긴 기적의 여운이

붉은 깃발로 펄럭인다. 

 

 

 

2007년 12월 31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밤, 군산역을 떠나 첫 간이역인 개정역에 잠시 머문 군산선 통근열차는 뚜우~ 기적소리를 울리며 눈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백년이 조금 안 되는 95년여 동안(1912.3.6개통) 군산에서 이리(익산) 까지 24.7km를 하루같이 달리며 통학하는 학생들과 통근하는 직장인들, 도시를 드나드는 주민들과 농산물을 이고 지고 팔러 다니는 아줌마들까지 수많은 사연을 실어 나르던 군산선 열차는 그렇게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밤 아쉬운 기적소리를 길게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마지막 열차를 떠나보내며 군산역에서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출발했으나 간이역 개정역에는 정든 열차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젖은 주민들이 함박눈을 맞으며 모였습니다.  이윽고 기적소리와 함께 하얀 눈 속을 가르며 열차가 들어오고 기차가 플랫폼에 멈추자 정장을 갖춰 입은 기관장과 여승무원이 주민들 앞으로 내려왔습니다.

 

주민들이 준비한 커다란 화환이 두 사람의 목에 훈장처럼 올려지고 사람들은 아쉬운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동안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고받는 인사는 아쉬움이 절절했습니다.  취재하는 케이비에스(kbs) 취재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쉼 없이 번쩍였습니다. (KBS다큐멘터리 방영)

 

 

 

그러나 아쉬움도 잠시, 열차는 다시 떠나야 했습니다.  기관장과 여승무원이 열차에 오르고 마지막 열차는 천천히 눈 속으로 천천히 미끄러지듯 사라져 갔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인사는 기적소리에 실려 어둠 속으로 젖어들었습니다.  개정역 부근에 살고 있는 글쓴이는 이날 밤의 역사적인 이별 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장면들을 몇 장의 사진으로 매거진 군산 독자들과 함께 추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텅 빈 철길 옆에 흑백사진처럼 남아있는 간이역과 건널목 이야기를 담은 글쓴이의 시 한편도 같이 보냅니다.

 

 


 

여울 김준기는

1944년 전북 군산 출생하여 군산사범학교와 군산대학교교육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2003년 포스트모던 시부문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였다.  포스트모던, 월간문학 등 여러 문학지와 신문 등에 시와 수필, 칼럼을 발표해오고 있으며 2011년에는『한국 시 대사전』(이제이피북)에 선정되어 대표작 10여 편과 함께 실렸다.  43년간의 교직생활 동안 교사, 교육행정, 교육연구직을 두루 거치고 2006년 정년퇴임 이후에는 모교인 개정초등학교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장학회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한글학회 회원, 고은「만인보문화재단설립추진위원」(2011)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단수기「혼돈의 시대에 그리워지는 교장의 그림자」,「여울 섶다리에서 부르는 노래」,「우리말 사랑 우리글 사랑」, 칼럼집「말의 숲에서 길을 물으니」, 시집「여울에 띄운 주홍글씨」등의 저서가 있다.

 

 

작가의 삶과 철학적 사유를 녹여낸 시집「여울에 띄운 주홍글씨」

시인 여울에게 있어「시詩」는 고해성사이다.  그것은 우주의 섭리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외경이고 존재와 삶에 대한 성찰과 참회이며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이다.  그는 이 길고 아린 기다림의 삶이 작은 또는 큰 여울을 이룰 때 무명지 끝에서 떨어지는 선홍빛 핏방울이 여울 위에 주홍 꽃무늬를 그리듯 시를 띄운다.  그것은 다만 간절한 기다림이고 주홍빛 참회懺悔이다. 여울의 시에는 자연과 생명,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고,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겸손과 사랑을 찾아 시를 통해 승화시키려는 처절한 시정신이 담겨 있다.  그것은 시인의 간절한 기다림이고 주홍빛 참회懺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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