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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항의 국제여객선 ‘석도 페리(石島Ferry)’ 김상겸(金尙謙)사장을 만나다
글 : 오성렬(자유기고가) / poi3275@naver.com
2013.06.01 16:06:39 zoom out zoom zoom in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석도페리는 오식도동 외항의 국제여객터미널과 중국의 석도(시다오, Shidao)를 왕래하는 정기여객선으로서 군산과 중국을 가장 가까이 잇는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석도국제페리(주)’의 김상겸 사장(61)은 경상도 출신 선박전문가로 5년 전 군산에서 여객선 사업을 시작, 지금은 군산을 제2의 고향이라 여길 만큼 군산사람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데 적당한 체구에 다부짐이 엿보이는 인상의 그는 나지막하면서도 막힘없는 언변으로 필자가 궁금해 하는 모든 얘기를 들려주었다.


맥군_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본인소개부터 듣고싶습니다.
저는 마산에서도 한참 떨어진 시골 태생인데 1953년생이니 어느덧 올해 회갑이네요.  마산에서 고교 졸업하고 부산의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미국 선적의 외항선을 10년 정도 탔고 선장도 했습니다.  이후 대형 조선소의 감독 위치에도 있었고요.  뭐 특별히 폼 나는 경력은 없지만 한 눈 팔지 않고 선박 관련 외길만 열심히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맥군_ 여객선 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간 대량 수송을 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기왕이면 제 전문 분야인 선박 관련 사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여객선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지리적으로 중국과 제일 가까운 곳이 군산이더라고요.  군산은 한국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중국과의 교역에 있어 향후 전망도 좋은 곳이기도 하고요.


맥군_ 군산과 무슨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요?
사실 군산은 이 사업 이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생소한 곳입니다.  그래서 호남에 가서 사업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무척 의아해 하고 만류도 컸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가뜩이나 작은 나라에서 사업하는데 지역이 무슨 관계가 되느냐고요.  사업가는 어디가 됐건 이윤을 따지는 것이지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소모적인 지역감정 같은 건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군산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맥군_ 회사 상호가 ‘석도페리(주)’인데 뜻이 궁금합니다.
5년 전 사업 초기엔 운항 구간이 중국 청도(靑島)였습니다.  그런데 계속 적자가 쌓이더라고요.  고민 끝에 청도를 포기하고 석도로 바꿨는데 석도는 산동성(山東省)끝단의 영성시(榮成市)에 달린 인구 20만의 해안 도시로서 군산과 최 단 거리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거리가 가까워 그만큼 운항에 소요되는 제반 경비도 줄일 수 있어 기대심리가 높았지요.  그래서 4년 전 본사를 서울에서 군산으로 이전하고 상호도 ‘석도페리’로 변경하였습니다.  또한 석도는 적산법화원(赤山法華院)의 장보고 유적지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해변 등 풍광이 뛰어난 관광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지요.


맥군_ 여객선의 규모와 현황은?
선박은 17,000톤급 1척인데 5층 규모로서 20여 년 전 일본에서 건조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운행이 가능한 상태고요.  여객 정원은 750명 정도, 화물은 컨테이너 203개 까지 수용할 수 있는데 맨 아래 2개 층은 화물칸, 위 2개 층은 승객 선실, 그리고 맨 위 층은 승무원실로 되어 있습니다.  직원은 국내 근무 25명, 중국 체류직원 25명, 그리고 승무원 47명까지 총 100여명 정도 됩니다.  아무래도 여객 수송량(30~40%)에 비해 화물량(60~70%) 비중이 크다보니 말이 여객선이지 실제로는 화물선 같단 생각도 듭니다(웃음).

맥군_ 운항 날짜나 시간, 그리고 요금은 어떻게 됩니까.
군산항에서 주3회(화, 목, 토) 운항하는데 저녁 6시 출발해서 석도 항에 다음날 아침 9시 도착합니다.  반대로 석도 항에서는 월, 수, 금, 저녁 6시 출발, 군산항에는 이튿날 아침 9시 도착하고요.  6시 출발하려면 5시까지는 터미널에 와서 수속을 해야 됩니다.  운항시간을 밤으로 한 것은 출입국관리소나 검역소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에 맞춰야 되기 때문인데 그래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운항시간이 13~1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밤 시간 동안 편하게 잠자면서 지루함을 덜고 갈 수 있으니까요.  요금은 네 가지 등급이 있으며 왕복기준으로 1석(침대) 당 약 18만원(이코노미 급)부터 25만원(디럭스 급), 30만원(수퍼 디럭스 급), 그리고 38만 원(로열 급)까지입니다.  그리고 화물 운송료는 컨테이너 한 개당 500$ 선이고요.

맥군_ 사업 초반에 손실이 컸다던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수익은 좀 나나요?
수익이라기보다는 초기에 비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었다고 나 할까요.  1회 운행하는데 유류비만도 4~5천만 원 이상 소요되고 그 외 제반 경비와 직원 급여까지 하면 월 15억 원 정도 지출이 발생함으로서 결국 그 이상 벌어들여야 수익이 나는 셈인데 만만치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남북한 전쟁발발 설 등 정치적 불안 요인과 중국 발 AI(조류인프렌자) 확산 등으로 초기 700~750명이던 승객이 근래 들어 400~500명 선으로 감소하고 있고 화물량도 줄었는데 게다가 예약 취소도 발생하는 추세여서 참으로 답답하기만 합니다.  생각지도 않은 대외 변수들이 사업가에게는 재앙이 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나아지겠지요.


맥군_ 승객 비율, 그리고 화물의 주종을 이루는 품목은 무엇인지요.
사업 초만 해도 출항 시에는 한국인 80%, 중국인 20% 선이었는데 약 3년 전부터 중국인이 60%, 한국인이 40% 대로 변화하는 추세이고 비즈니스 관련 단체 손님이 많은 편입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은 냉동, 냉장 식자재가 대부분인데 양념류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가공 전자제품도 많고요.  반면에 국내에서 반출되는 것들은 삼성, LG의 LCD 전자 패널 등 원부자재들이 많은데 규모로 봐서는 나가는 게 훨씬 더 많지요.  그리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 중에는 군산항에 하역하자마자 화물트럭으로 부산을 거쳐 일본 오사카 행 선박에 실리는 화물도 상당량 되는데 석도에서 직항으로 일본으로 가는 것보다 한국을 거쳐 가는 것이 소요 경비가 적게 들어서 그런가 봐요.


맥군_ 운항 중 사고라든가 급박한 상황을 맞는 경우도 있을 법 한데요?
사고는 대개 날씨 관계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태풍 주의보가 내리거나 조짐이 보이면 아예 운항을 포기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사고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상태가 급박해 보이는 산모라든가 승객은 승선을 제한하기도 합니다만 운항 도중 때로 급 발병한 환자가 있을 때에는 선내 담당 의사(중국인)가 즉시 응급조처를 취하고 위중 정도가 심한 경우 해경에 연락하면 곧바로 헬기를 보내주기 때문에 가까운 육상 병원으로 후송조치 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 문제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맥군_ 사업 하면서 느낀 보람이라면?  반면에 애로사항도 있겠지요?
우선 100여 명의 직원 모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의 1%씩을 기부하고 있고 회사에서도 그 액수만큼 기부해서 월 350만 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하여 시내 초, 중, 고 결손가정 학생 35명에게 매월 학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향후 여건이 나아지면 지원의 폭을 더 늘릴 생각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저 뿐만이 아니고 직원들 모두 공감과 보람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애로사항이라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돌발적 외부 요인으로 인해 승객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타 대중교통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뒤따르는 것과 달리 저희 같은 경우는 지원이 전무 한 실정입니다.  다만 지자체에서 화물 수송에 한해 전년 대비 증가한 컨테이너 하나 당 3만 원 정도 보조가 있긴 하지만 물량은 거의 고정 수준이라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맥군_ 군산에 와서 지내보니 어떻습니까? 살만하신가요?
군산에 와서 처음 가졌던 느낌은 이런 고장도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인심이 느껴져 내심 놀랐습니다.  먹거리도 좋을 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호수 등 주변 경관도 잘 조성되어 있고요.  제가 살았던 경상도와는 모든 면에서 많이 다른 게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경상도 사람들은 성격이 좀 급하잖아요.  그것을 화끈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아예 군산에 뿌리를 내릴 작정으로 여생을 보낼 집을 짓고 싶어 시간 날 때마다 외곽을 많이 둘러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성산면 도암리 쪽에 마침 맘에 드는 땅이 나온 게 있어 2천 평 정도 매입을 했습니다.  시내와는 30분 거리도 채 안되고 주변 경관도 좋은 곳인데 저 혼자 집 짓고 살기에는 평수가 너무 넓어 7필지 정도로 분할해서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여럿이 같이 이웃을 이루고 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차제에 아직 고향의 어른들과 협의는 안 됐지만 선영의 묘소도 모두 군산으로 이장할 계획입니다.

맥군_ 군산에 그토록 애착을 가지게 되셨다니 반갑고,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셔서 제2의 고향이랄 수 있는 군산에서 멋진 인생 구가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결혼에 얽힌 남다른 일화를 가지셨다던 데 들려주실 수 있나요?
믿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첫 만남 가진 뒤 일주일 만에 결혼했거든요.  제가 28세 때 어느 날 어머님께서 6장의 신부 감 사진을 내보이며 맘에 드는 사람 고르라 하시는데 사실 그땐 결혼 할 맘이 별로 없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하도 종용하시기에 마냥 싫다 할 수만은 없어 일단 그 사진 중의 한 명을 만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런 경우 대개 커피숍이나 레스토랑 등을 만남 장소로 하는 게 대부분인데 저는 그런 무의미한 장소보다는 어차피 결혼할 대상을 만나는 것이라면 그 집의 사는 형편은 어떤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다음번에는 그 여성이 저희 집을 방문했고요.  하지만 판단이 서질 않는 거예요.  특별히 좋은 면도, 그렇다고 특별히 싫은 면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은사님께서 특별히 싫지 않다면 결혼하라 시는 거예요.  부부를 이루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해서가 아니라 살면서 맞춰나가는 것이라고요.  또 부모님께서 권할 때에는 어느 정도 알아볼 것은 다 알아봤을 터여서 별다른 하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단 생각도 들어 그래서 혼인 하겠다 했더니 다음날 바로 혼수 준비하고 어머님이 사흘 뒤로 혼례 날짜를 잡으시는 바람에 단 3번의 만남 끝에 일주일 만에 결혼하게 된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혼인을 이토록 속전속결로 해치운 경우가 또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웃음) 결국 30년 넘게 1남1녀의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결혼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직도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변치 않기도 하고요.

맥군_ 듣고 보니 참 별난 결혼담이군요. 역시 화끈하십니다.(웃음) 바쁘신데 여러 가지 말씀 감사하고요, 아무쪼록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군산에서 이렇게 멋진 잡지가 발간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매거진군산’도 나날이 성장하길 바랍니다.

사업도, 가정도, 그리고 어려운 이에 대한 돌봄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알찬 인생을 구가하고 있는 김상겸 사장.  처음 군산에 올 당시만 해도 친구는커녕 단 한사람 아는 이 없는 군산에 가서 살 수 없다고 버티던 부인께선 요즘 도대체 무슨 활동으로 그리 바쁜지 한 시도 집에 붙어 있지 않는다면서 웃는 김 사장에게서 은근한 아내 사랑의 표정이 읽히기도 한다.  대담을 끝내면서 영, 호남 지역의 편견을 떨치고 이제는 군산시민의 일원이 되어 누구보다 더 지역발전을 위해 마음 쓰는 그의 열정과 꾸밈없는 웃음 뒤로 ‘석도페리’의 밝은 내일이 오버랩 되고 있었다. *
석도페리(주)
군산시 임해로 378-14
국제여객터미널 내 / (063)44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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