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벚꽃의 달이다. 꽃망울을 틔워 봄소식을 전하고 삭막한 도시와 농촌을 하얗게 색칠한다. 기상청은 올해 서울에서 벚꽃이 처음 피는 시기를 7일로 전망하고 일주일정도 뒤인 15일 경에는 전국적으로 활짝 핀다고 전한다. 15대 국회 때 서울의 흑석동 전 국립 현충원 벚꽃이 한창이던 때 당시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김 철 대변인을 통해 서울 국립현충원에 있는 벚꽃을 시민단체와 함께 모두 파내려는 운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국립묘지에 일본 ‘사쿠라가 웬 말이냐’는 것이었다. 자민당 출입기자의 한사람이 이동복 대변인에게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얘기했다. 이 대변인은 자료를 통해 사실을 확인해 본 뒤 “신한국당은 직권하기에 앞서 꽃 공부부터 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신한국당은 결국 계획을 취소했다. ‘사쿠라’를 놓고 정치 쇼가 벌어진 것이다.
국민들 가운데 아직도 벚꽃을 일본 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것은 일제의 치밀한 홍보 전략의 결과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곳곳에 벚꽃나무를 심었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 워싱턴 포토맥 강가의 백악관 앞까지 벚나무를 심었을 정도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일본의 국화(國花)가 ‘사쿠라’인 줄 알고 있다. 벚꽃은 일본 왕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지만 일본의 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菊花)인데도 말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자생하는 벚나무는 왕벚나무, 울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꽃벚나무 등 다양하다. 흔히 벚나무라고 할 때는 평지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왕벚나무를 일컫는다. 이 나무의 원산지를 놓고도 한·일 두 나라는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왕벚나무를 소메이요시노 사쿠라((染井吉野櫻)라고 부른다. ‘소메이’는 현재의 도쿄 도시마구의 소메이촌에서, ‘요시노’는 나라의 요시노산에서 각각 따와 후지노교수가 1900년에 합성해 만든 말이다.
그러나 1914년 미국의 식물학자 월슨이 일본을 방문해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물었을 때도 요시노산 또는 오오미사 등으로 대답했다.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인 타퀘르 신부는 1908년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했으며,1921년에는 독일의 식물학자 퀘흐네가 한라산 관음사 부근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함으로서 제주도가 자생지설이 유력해졌다. 1933년 일본의 저명한 식물학자 고이즈미 겐지는 ‘일본 사쿠라의 한국 기원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시다레 사쿠라’(수양벚꽃)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30여 년 전 도쿄 재일 전북인회는 벚나무 7년생 7천 그루의 묘목을 전북도에 보내와 전군도로에 벚꽃 터널을 실현해 보려는 꿈이었으나 그 후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으로 하나 둘씩 시들어 지금은 그들의 바람은 헛되게 됐다. 그때도 벚꽃은 일본 꽃 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92년 군산신문 창간에 참여했던 글쓴이는 김정진사장에게 시민을 위한 신문으로 봉사하려면 어떤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하나로 벚꽃아가씨 선발대회를 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건의해 이것이 받아들여져 오늘의 벚꽃아가씨가 성공리에 이뤄진 것이다. 오늘날 벚꽃아가씨 행사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2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4월 13일 월명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이 행사는 이 고장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벚꽃 아가씨 행사는 진선미, 정수선, 새만금 군산신문 상 등으로 이뤄지고 있어 군산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주에는 덕진구에 벚꽃로가 있는데 정작 군산에는 벚꽃로가 없다는 것은 서운한 감이 들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엔 벚꽃이 필 무렵 월명공원과 서울의 창경궁에서는 밤의 벚꽃행사가 벌어져 그들은 ‘야사쿠라’(밤의 벚꽃행사)해서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흥을 돋우기도 했다. 요즘엔 매년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가 되면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는 밤 낮 가리지 않고 다양한 벚꽃행사가 벌어진다. 특히 이 ‘야사쿠라’를 관상하려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일대 장관을 이룬다. 가족과 함께 연인들과 함께 하는 이 낭만적인 밤벚꽃 놀이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군산에서도 벚꽃 아가씨 선발대회와 더불어 계획된 행사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벚꽃의 적은 다름 아닌 비바람이다. 아무리 화려한 자태를 보여준 벚꽃이라도 비와 바람이 불어 닥치면 순식간에 낙화해 허무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비바람이 불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가 한결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