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놀다가 넘어져서 입술은 붓고 잇몸에선 피가 나고, 다행이 이가 부러지진 않았습니다. 치과에 가서 엑스레이 찍고 확인해보니 뿌리가 부러진 곳도 없다고 합니다. 자, 상황이 이렇다면 모든 걱정 사라진 걸까요? 아닙니다. 치수괴사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모든 치아에는 신경과 혈관을 포함하는 치수라는 섬유성 조직이 들어있습니다. 신경치료라고 하는 것은 치수를 제거하고 청소 및 소독 후에 밀봉하는(좀 복잡합니다) 것을 말합니다. 치수라는 단어가 생소하시겠지만 치수라는 단어로 설명을 이어가겠습니다. 앞니에도 치수가 들어 있는데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강한 충격을 받게 되면 괴사(인체 일부 조직이 생명력을 상실하는 것)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시큰거리고 예민하다가 치수 스스로 회복되어 진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수가 괴사되더라도 일반적으로 처음엔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아프거나 시리지 않고, 이가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몇 달 또는 일이년 후에 앞니 색이 점점 회갈색으로 변해갑니다. 때로는 치아 뿌리 끝에서 염증이 생겨 잇몸이 붓고 고름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미 상황이 이렇게 진행됐다 하더라도 적절한 신경치료와 미백 치료를 통해 사진과 같이 치료를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상의 치아 모형은 치아 색을 비교하는 기준 샘플입니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되고 나서 복잡하게 그리고 많은 비용을 들여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파악해서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겠습니다. 물리적 충격을 받은 치아의 치수가 괴사되지 않았다면 복잡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괴사된 치수는 변색과 뿌리 끝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치과의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수의 괴사 여부를 확인하게 됩니다. 물리적 충격 한 달 후에 치수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서 그 반응을 확인하게 되는데, 한 달 후에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치수가 충격을 받게 되면 일시적 기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기절 상태에서는 전기적 자극에 대해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해서 괴사된 치수로 오인하게 됩니다. 일시적 기절 상태를 벗어나는 데 한 달이 걸리므로 한 달 후에 치수의 괴사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설명하여 간단히 정리하자면, 앞니를 세게 부딪쳤다면 이가 깨지거나 부러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치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확인을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치과에 다시 가서 치수 괴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