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癸巳年) 새해, 조세제도들이 상당수 개편됐다. 특히 당초 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지난해 연말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 부분 수정됨에 따라 바뀐 제도들을 꼼꼼히 살필 필요성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고소득층 근로자 및 자영업자들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고소득 근로소득자들의 연간 소득공제 한도가 최대 '2500만원'으로 줄어들며, 연간 산출세액 3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종합소득세 최저한세율도 35%에서 45%까지 오른다.
또한 소득공제 한도에 포함되는 항목도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청약저축, 우리사주조합 납입금 등으로 제한된다. 다만 인적공제, 근로소득공제, 4대 보험료, 연금저축, 법정기부금, 장애인관련 비용 등은 종전처럼 한도 없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분야 세제도 대폭 수정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주택거래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각종 감세방안이 대폭 수정 또는 폐기됐다. 구체적으로 다주택자 및 비사업용토지(개인)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가 당초 완전폐지 계획에서 2013년까지 1년 더 유예하는 방안으로 수정됐고, ▲개인 비사업용토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부여 ▲2년 미만 단기보유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완화 ▲법인 주택·비사업용토지 양도 시 법인세 30% 추가 과세 폐지 등 각종 감세제도 또한 도입이 무산됐다.
정부가 지난 9·10 부동산 대책으로 추진한 취득세 감면혜택은 법 개정에 따라 9억원 이하 2%, 9억 원 초과 4%로 바뀐다. 이에 추가적인 법 개정이 없는 이상 작년 말까지 부여된 혜택(9억원 이하 1%, 9~12억원 2%, 12억원 초과 3%)은 당분간 받을 수 없게 됐다. 금융 분야 세제도 대폭 변경됐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 과세대상이 현행 5만명 정도에서 최대 20만명까지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중산층 지원을 위해 도입을 추진한 비과세 '재형저축'은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무거치기간이 10년에서 7년, 추가 예치기한은 5년에서 3년으로 각각 단축됐다.
농협, 수협, 축협 등 조합 법인에 예치한 1인당 3000만원 이하 예탁금 및 1000만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2015년까지 3년 더 연장됐다.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은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의 경우 지분율 2%, 시가총액 5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은 지분율 4% 시가총액 40억원 이상으로 각각 수정, 당초 정부안보다 과세범위가 확대됐다.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파생상품거래세(선물 0.01%, 옵션 0.001%)는 국회 재논의 결정에 따라 도입이 보류됐다. 부가세, 개별소비세 등 간접세 분야도 당초 정부 계획과 달리 상당 부분 수정됐다. 정부가 내수활성화를 위해 추진했던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소세 면세혜택은 도입이 좌절됐고, 올해부터 과세가 추진될 예정이었던 출고가 200만원 초과 고가 가방에 대한 개소세는 내년으로 시행시기가 연기됐다.
또 지난해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추진된 자동차 개소세 감면혜택(2000cc 미만 5%→3.5%, 2000cc 초과 8%→6.5%)은 예정대로 종료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개소세 감면 혜택은 오는 2015년까지 3년 더 연장된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2000cc를 초과하는 자동차의 소비세는 종전 8%에서 7%로 인하되고, 이어 2014년 6%, 2015년 5%로 낮아질 예정이다.
상증세 분야도 제도가 대폭 바뀌었다. 특히 현행 30%인 특수관계법인간 정상거래비율을 15%로 대폭 축소돼 일감몰아주기 기업의 세금 부담이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한 차명계좌 증여추정 원칙, 국외 예금에 대한 비거주자 증여세 납부의무 신설, 증여재산 범위확대, 금전무상대출 증여세 과세대상 확대 등은 원안대로 확정돼 자산가들의 세금 부담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내년부터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한도가 현행 1억원에서 최대 1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며, 5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에게 징역형 등 형사처벌이 시행되고, 고액체납자와 같이 실명이 공개되는 등 제재수위가 한층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