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는 미 공군 비행장이 있다. 이 비행장은 미군 시설로 엄격하게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고 군인이나 군무원, 관계자들이 지니고 있는 패스를 통해 에스코트를 받아서 출입해야 한다. 한국의 발전이 더디었던 7~80년대에는 비행장 한번 구경해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비행장 내에는 여전히 구하기 힘든 음식이나 물건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극장, 카지노, 볼링장, 9홀 골프장, 뷔페 레스토랑, 카페테리아 등이 있으며 이 시설들은 일반인들의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9홀 골프장은 군산CC 개장 전에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했으며, 현재까지도 저렴한 그린피와 이국적인 느낌 덕에 주말 부킹이 쉽지 않다. 이곳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해외결제로 통보되기 때문에 “우리 미국에 놀러가서 점심 먹을까?”하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9홀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이웃하고 있는 아메리칸 레스토랑 ‘페퍼스’의 고대영(31)대표를 만났다. 고 대표은 아직은 젊은 나이지만 2년 전 페퍼스의 운영권을 취득한 뒤 여러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군들이 주 고객이지만 군산의 일반 시민들에게도 정통 미국음식을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으며 언제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정통 미국 음식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친근한 메뉴 개발이 요즘 고민하는 가장 큰 과제다.
이곳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신선함과 깨끗함이다. 위생에 무척 엄격한 미국인들이 관리하는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리의 모든 과정 또한 모니터 된다. 김치와 쌀 마저도 전량 미국에서 매주 공수되고 있고, 소고기 같은 경우 국내 유통되는 미국산 소고기와는 다른 초이스와 프라임급(1등급 이상)고기를 사용하니 맛이 훌륭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세세한 조리과정까지도 정해진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제제를 받는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스테이크, 파스타, 랍스터 요리, 해산물, 중식 퓨전음식들은 국내 어느 곳에서도 맛보기 힘들고, 곰탕과 고대표가 직접 개발한 스테이크 비빔밥같은 한식도 준비되어 있다. 또 페퍼스의 반은 바(Bar)로 꾸며져 있어 라운딩을 끝낸 골퍼들이 시원한 생맥주를 즐길 수도 있으니, 그늘집 역할도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고사장은 스포츠 광이다. 어려서부터 농구 선수로 활약을 했고 대학도 운동관련 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틈나는 대로 운동을 즐긴다.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바로 옆에 멋진 골프장이 펼쳐져 있으니 그에게는 그의 일터가 천국처럼 느껴지리라. 그는 인터뷰 말미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운을 뗐다. “저와 아버님은 페퍼스를 운영하며 크게 돈을 벌고 자 하는 목적은 없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미군부대에서 십 수 년 동안 사업을 하셨고, 지금의 회사를 키우셨기에 이제는 그동안 받았던 것을 베풀고 싶어서 페퍼스 레스토랑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은 제 일터이기 전에 학습장의 역할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페퍼스를 얼마나 오래 운영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군산 시민들에게 저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의 초석을 굳건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대표의 부친이신 고설철씨는 오랜 현역 활동 중에 알고 지낸 미군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고,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편지 및 통화로 안부를 묻고 지내며 그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고. 고 대표는 “저는 아버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재작년엔 6.25전쟁 60주년이었는데, 가까운 지인들과 새만금 홍보 겸 한국군 참전용사를 기리는 조그마한 행사도 가졌습니다. 이번 인터뷰도 아버님께서 본인 이야기는 절대 하지마라 신신당부하셨지만…….”이라며 웃는다. 항상 겸손하고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라는 부친에 말씀대로 살아가겠다는 고대영 대표의 열정과 목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의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 질 것이다.
페퍼스 Pepper's Bar & Grill
Kunsan Airbase 군산 미공군비행장 골프장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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