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북엇국. 다시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마른 명태로 끓인 북엇국 한 그릇이 생각난다. 특히 연말연시 모임에서 과음이나 폭주를 하면 다음날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북엇국 국물이 들어가면 속풀이는 물론 추위도 멀리 도망간다. 의사들은 과음한 다음 날에는 되도록 물을 많이 마시고 잠을 많이 자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숙취 해소를 위해 아스파라긴과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 콩나물국과 북엇국을 챙겨 먹으려고 주문한다. 몸속의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독성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이란다.
대구(大口) 사촌, 명태의 주요 서식지와 생태적 특성
주로 대륙붕과 대륙사면에 서식한다. 한국 동해, 일본, 오호츠크 해, 베링 해, 미국 북부 등의 북태평양에 분포한다. 산란은 1∼5℃에서 이루어지며, 산란기는 12∼4월이다. 먹이는 주로 작은 갑각류(요각류, 젓새우류, 단각류 등)와 작은 어류(때로는 명태 치어와 알도 먹음) 등을 먹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위는 대구(大口)목 대구과 어종으로 분류되는 명태의 주요 서식지와 생태적 특징이다. 분포지역이 북태평양의 깊은 바다이고, 찬물에서 산란이 이루어지며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산란기인 것에서 명태는 추운 겨울이 제철임을 알 수 있겠다. 명태는 탕이나 찌개를 끓이면 국물이 시원하고 겉모습이 대구와 비슷해서 '대구 사촌'으로 불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몸통이 대구보다 홀쭉하고 길쭉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대구는 위턱이 앞쪽으로 돌출되고, 명태는 아래턱이 앞쪽으로 돌출되어 있어 잘 구별된다.
이름만도 30여 개에 달하는 명태는 크기와 가공법, 상태 등에 따라 생태(선태), 동태, 건태(북어), 황태(금태), 백태, 흑태, 깡태, 노가리(앵치), 코다리 등으로 불리며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라 한다. 어획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함경도 연안은 왜태, 강원도 연안은 강태, 북방 바다에서 잡히면 북어라 하였다. 내장은 창난젓, 알은 명란젓, 머리는 귀세미젓을 담가 먹어 홍어와 함께 버릴 것 없는 생선으로 알려지는 명태는 누가 뭐래도 국민 생선. 예전에는 소설(小雪) 추위가 시작되면 서해안 지역 어민들도 어구를 챙겨 강원도 속초로 명태 잡이를 떠났는데, 휴전선 이북에 더 큰 어장이 형성되었다. 특히 함흥·원산 앞바다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명태의 황금어장이었다.
군산의 어느 식당 벽에 걸린 마른 명태와 실타래.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았던 명태(북어)
명태(북어)는 제사·고사·혼례 등 관혼상제(冠婚喪祭)에 빠지지 않았던 생선이다. 명태가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가정에서 포를 뜨거나 통째로 전을 부쳐 제수용으로 사용했고, 배에서 고사를 지낼 때는 어로신(漁撈神) 역할을 했으며, 어부들은 배를 수호하는 선왕신(船王神)으로 모셨다. 정월 대보름날 고사를 지내거나 무당이 굿을 할 때, 집터를 닦을 때, 평토제를 지낼 때, 묏자리를 정하고 지신에게 개토제(開土祭)를 올릴 때도 제수(祭需)로 사용할 정도로 명태는 우리와 친근한 생선이다. 그래서 그런지 디지털 정보화시대인 요즘도 실타래로 묶어 새로 구입한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무사고를 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군산의 째보선창이나 주인 할머니가 주방장을 겸하는 오래된 백반 집에 가면 실타래로 묶은 명태가 내실 벽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간혹 발견하는데 미신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주인의 정성이 아깝다는 생각이다. 영업 번창과 손님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인의 염원이 함께 담겨 있어서다.
씹을수록 입에 착착 감기면서 고소한 북한산 명태(쫀드기).
시원한 북엇국 한 그릇이 유난히 생각나는 요즘
생선가게 주인들이 "명태는 대가리 하나 보고 장사합니다!"라고 푸념할 정도로 요즘엔 수입 명태도 머리 부분은 인기가 상한가다. 해수 온난화 현상으로 어획량이 줄어 명태가 귀해진 이유도 있겠으나, 식당들이 술안주용 찜이나 전을 만들기 위해 생선가게에 부탁해서 싹쓸이로 가져가는 바람에 남아나는 게 없다고 한다. 작년 가을, 중국으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올 때 가이드에게 부탁해서 사온 북한산 명태 20마리가 며칠 전 바닥이 났다. 여섯 마리 남았을 때부터는 냉동실에 보물단지처럼 보관해두고 아끼고 아끼다가 다 먹어치운 것. 한동안은 진짜배기 명태 맛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함이 밀려온다. 인천-단둥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조선족 3세 한봉천씨를 우연히 만나 맥주를 마시면서 처음 맛보았던 북한산 명태. 이름에 걸맞게 육질이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한씨를 통해 북한에서는 말린 명태가 '쫀드기', 연변에서는 '짝태'로 불리고, 최근에는 북한도 명태 어획량이 감소해서 어민들 생계가 더욱 궁핍해졌다는 것도 알았다.
북한산 명태는 쇠망치로 두드려서 껍질을 벗겨 내고 쫄깃한 살코기는 입이 심심할 때 주전부리로 먹었다. 껍질과 머리 부분은 모아두었다가 세 마리 분량이 되면 달걀을 풀어 국을 끓여 먹었는데 어렸을 때 아가미에 낀 낚싯바늘을 골라내면서 먹던 그 맛이었다. 특히 우유처럼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다시없는 진국으로 더부룩하던 속까지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명탯국, 북엇국 등이 다양한 숙취 해소 음식 중 으뜸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명태를 우려낸 국물에는 숙취 해소에 좋은 아미노산(메티오닌)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 옛날부터 애주가들이 속풀이 해장으로 즐겨 먹었다. 또한, 명태 눈알에는 DHA라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치매예방 및 두뇌발달 등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북엇국 한 그릇이 유난히 생각나는 요즘이다. 국정을 5년 동안 책임질 제18대 대통령에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당선 축하와 함께 남북정상회담을 하루빨리 개최하고, 물자교류를 확대해서 국민이 북한산 '쫀드기'를 자유로이 사 먹게 해줄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