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다. 추운 겨울날, 몸도 마음도 지칠 때 차 한 잔을 마시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집, 따뜻한 국물에 삶의 허기를 채우는 집, 술잔을 부딪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집. 그 집의 이름은 ‘고우당(古友堂)’. 오랜 친구의 집이다.
1930년대 군산을 재현하다
옛 고(古), 벗 우(友), 집 당(堂) 자를 쓰는 ‘고우당’의 이름은 ‘오랜 친구의 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이름처럼 ‘고우당’의 곳곳에는 편안함이 묻어나온다. 짙은 갈색 빛의 일본식 건물에서는 옅은 나무 향이 느껴지고, 연못과 작은 나무들이 들어선 정원에는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여유가 숨 쉬고 있다.
2012년 11월 문을 연 ‘고우당’은 군산시에서 진행한 근대역사경관조성사업을 통해 조성된 근대역사체험공간이다. 1930년대 건물 원형을 살린 근대건축 집중화 권역으로 당시 군산지역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군산의 일본 건축물을 보면 우리나라의 생활상과 일본 건축양식, 한국건축양식이 퓨전이 돼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고우당의 건물 역시 당시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복원해 지었습니다. 일부 건물은 예전부터 있던 건물을 보수했고요.” ‘고우당’ 김문수 대표의 설명이다. 193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고우당’은 전국의 건축학도들이 찾아오는 명소이기도 하다.
착한 가격, 착한 서비스
현재 ‘고우당’은 숙박시설과 찻집, 정종선술집, 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12월 말 경에는 우동, 돈가스 가게가 오픈할 예정이고, 1월 중순경에는 세미나실과 관광안내소가 방문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김문수 대표는 ‘고우당’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고객 우선’을 꼽는다. “고우당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편하게 쉬어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한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우당’의 고민은 착한 가격과 다채로운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우당의 숙박시설은 일본식 다다미방이다. “군산시에서 고우당을 조성할 때 1930년대 군산의 근대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고우당의 숙박시설은 게스트하우스, 2인실, 펜션형 숙소로 나누어진다.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성수기, 비수기 구분 없이 1인 15,000원에 이용할 수 있고, 2인실은 평일 32,000원, 주말에는 40,000원에 이용 가능하다. 펜션형의 경우 5~8인 주말 기준으로 150,000에서 180,000원 선이다. 평일에는 주말 가격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머무를 수 있다. 세미나실 공사가 완료되는 1월 중순 이후부터는 고우당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세미나실도 무료로 대여 할 수 있다. 세미나실의 수용인원은 40명 정도다.
착한 가격은 부대시설에서도 계속된다. 찻집의 경우 매일 로스팅한 원두로 내리는 아메리카노가 1,900원 이다. 기존 카페 아메리카노 가격의 절반 정도다. 가장 비싼 음료도 3천 원 대로 찻집을 찾는 방문객들은 착한 가격에 한 번 놀라고 그 맛에 또 한 번 놀란다. 고우당의 매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찻집을 찾으시는 분들 중 단체모임을 하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희에게 미리 연락을 주시면 숙소가 비어 있는 경우에 한해 숙소를 미팅룸으로 무료 대여해 드리고 있습니다.”
‘고우당’ 내의 정종선술집 ‘세노야’는 ‘작은 고은 시인 문학관’으로 유명하다. ‘세노야’를 운영하는 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운영하시는 분이 고은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셔서 가게를 고은 선생님의 시와 사진, 저서 등으로 꾸몄습니다. 그릇도 1930년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옹기 그릇을 쓰고 있어요.” 김문수 대표가 추천하는 메뉴는 녹두전이다. 전통방식으로 부쳐낸 녹두전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녹두전에 정종 한잔을 마시다 보면 고은 선생의 시에 취하고 1930년대 군산의 풍경에 취한다.
이러한 ‘고우당’의 특별함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문을 연지 1개월이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 인터넷 블로그에 ‘고우당’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블로그에서 ‘고우당’ 리뷰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도 많다. “손님들께서 오시면 사진을 많이 찍으세요. 근대건축물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내부에 정원이 있다 보니까 사계절이 있고, 날씨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문화공간 ‘고우당’
2012년 12월 15일. 고우당에서 ‘근대역사와 함께하는 미술전’이 열렸다. 한국미술협회 군산지부가 주관하고 군산시가 후원하는 미술 전시회로 한국화를 비롯 서예, 문인화, 서양화 등 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고우당이 근대역사체험공간인 만큼 관련된 문화행사도 자주 준비하려고 합니다. 정원이 있고 공간도 충분하기 때문에 시민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문수 대표는 현재 공사 중인 근대역사체험공간 2권역과 군산의 관광지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근대역사체험공간과 구불길, 은파유원지, 새만금 등을 연계해서 체험관광코스를 개발해 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군산이 편백나무 군락지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월명산에도 많은데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그런 부분들을 접목해서 힐링캠프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우당’의 이름에는 한 가지 비밀이 더 숨어있다. 바로 한글로 ‘곱다’는 뜻이다. 곱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곱고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는 김문수 대표. 그의 환한 웃음 뒤로 ‘고우당’이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고우당
군산시 월명동 16-1(구영5길 16) / (063)443-1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