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마지막 밤, 은파 수변 이탈리안 레스토랑 ‘Paradiso Perduto’에서 재즈 콘서트가 열렸다. 그것도 라틴 재즈의 세부 장르인 낭만적 느낌이 풍부한 브라질 재즈를 중심으로 한, 어쩌면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한 콘서트였다. 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19세기말에 생긴 흑인들의 한이 담긴 음악이다. 재즈의 즉흥성만큼이나 그 종류와 다양성은 셀 수가 없다. 빅밴드, 밥, 쿨, 프리재즈, 퓨전, 하드밥, 라틴재즈, 클래식재즈, 소울재즈, 그루브 등의 장르들과 그 밑으로 수없이 많은 세부 장르가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종류가 생겨나고 있다. 재즈라는 음악은 다른 장르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다양한 퓨전음악들도 존재한다.
피아니스트 한충완 교수를 중심으로 베이스에 김창현, 기타에 김정배, 드럼에 김종현과 팀의 홍일점 보컬의 여진은 버클리 음대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뮤지션들이다. 하지만 굿이 버클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음악적 공감대와 인성이 만나서 함께 하게 되었다고. 지금 현재는 공식적으로 결성된 밴드가 아닌, 마음이 통하면 일 년에 몇 번씩 모여 함께 연주하고 공연하는, 누구에게도 억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팀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4번 정도 공연을 했었고 8월에도 울진재즈페스티벌에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정기적인 연습을 한다는 게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갑작스럽게 모여도 멋진 연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한충완 교수는 “아마도 공연을 하면서 다들 악보를 안보고 연주를 했을 것입니다. 즉흥성이 풍부한 재즈라는 음악 특성 탓이 크지요.”라며 웃는다.
팀의 리더 역할을 하며 현재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 중인 한충완 교수는 서울영동고, 서울대학교, 버클리 음대를 거쳐 New England Conservatory (Master’s Degree)를 졸업했다. 그동안 방송활동도 많았다. MBC 수요예술무대, KBS 위성방송 Jazz, M-Net Jazz Jazz, SBS 금요컬쳐클럽, KBS 세상의 아침, 추억으로 가는 여행 등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맡았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명지대, 이화여대대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숙명여대대학원, 영남대등에 출강하고 있다. 또한 Love Songs, Corea Corea, Off-Road, 회색 등 한국 재즈와 대중음악의 역사적 앨범들도 발표해왔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무작정 음악을 하고 싶어 당시 80년대 중반 마음 맞는 친구들과 미국 동부 명문학교인 버클리 음대에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고. 흔히들 이야기하는 버클리 재즈음악의 1세대라고 말한다. 기타리스트 한상원씨, 피아니스트 김광민씨, 정원영씨 등이 나이도 같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라고.
콘서트가 있던 날도 감기에 걸려 고생했다는 그는 “군산에 오면서 걱정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지방 소도시고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은 그리 크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공연을 하는 거라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했었습니다.”라며 “군산에는 초등학교 때 잠깐 와봤던 게 다 인데, 이번에 와보니 무척 정이 많은 도시라고 느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보컬 여진씨가 주로 좋아하는 흔히 이야기하는 남미계열의 곡들을 연주했다고 한다. 영어가 아닌 포르투갈어 노래들이었는데, 이국적이기도 하지만 영어보다 훨씬 억양자체가 부드러우면서도 로맨틱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날 공연에는 파라디소에 초대된 150여명의 관객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아직은 문화적으로 척박한 도시라 할 수 있는 군산이지만 이런 다양한 행사들을 계기로 한 도시의 문화는 더욱 풍부해진다고 할 수 있다. 한충완 교수는 “파라디소의 송성진 사장과의 인연 때문에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어 무척 즐거웠습니다.”라고 말하며 차후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그와 그의 친구들의 멋진 음악을 다시 한 번 듣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