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오늘이 있다면 또한 가슴 한편에 아련히 남아있는 어제의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전통적이라 함은 촌스러움으로 통용되고 현대적이라 함은 가벼움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적절히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새로움’으로 우리에게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에게 추억과 애틋함이 서려있는 원도심 개복동 어귀에 전통에 트랜디한 옷을 입은 새로운 ‘장소’가 태어났으니 그 이름도 도전적으로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연인, 친구들과 캐주얼하게 와인 한잔, 칵테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BAR’이다.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은 프랑스 문학가인 장 콕토(Jean Cocteau)의 소설제목에서 비롯된 말로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무서운 아이’라는 뜻이다. 이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도덕적 개념과 사회적 명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생각과 행동이 별난 아이들을 지칭한다. 문화․예술계에서 흔히 ‘겁 없는 신인’, ‘무서운 신예’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이 말은 이곳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앙팡테리블은 위치, 인테리어 그리고 Bar에서 가장 중요한 ‘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기존의 Bar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앙팡테리블의 칵테일은 ‘천연 칵테일(Natural Cocktail)'을 표방한다. 그동안 Bar에서 마셔왔던 칵테일이 리큐어(Liqueur) 위주의 가공된 향과 색깔, 그리고 맛(복숭아, 바나나, 사과 맛 등이 나는 리큐어)을 즐겨온 것이라면, 이곳의 칵테일은 리큐어의 가공된 맛이 아닌 천연재료 그대로를 갈아 즙을 내거나 아니면 통째로 넣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원재료 본연의 맛을 충실히 재연하려 노력한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칵테일이 리큐어에 의존함으로써 정작 중요한 각각의 술이 가진 고유의 풍미를 뺏어갔다면, 앙팡테리블의 칵테일은 베이스가 되는 술(Rum, Gin, Vodka 등)의 맛을 고객들이 제대로 알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며칠 정성껏 고아서 만든 설렁탕의 ’진국‘과 ’소고기다시다‘ 몇 스푼 넣어 만든 국물 맛을 비교할 수는 없듯, 앙팡테리블의 칵테일은 기존의 칵테일과는 다른 훨씬 더 신선한 양질의 칵테일을 추구한다.
다음으로 와인. 많은 사람들이 와인은 어려운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의 종류만 해도 세계적으로 수만 가지가 되고, 우리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도 수백 종류가 진열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들만 구입해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후에 다른 와인을 마셔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는 세상 수만 가지의 와인이 ‘그 맛이 그 맛’인 상황이 되어버리고 만다.
앙팡테리블의 와인리스트는 이것저것 무작정 많은 종류의 와인을 올려놓기보다, 우리가 꼭 접해봐야 할 와인을 10여 가지로 분류, 각 분류별 추천와인을 한 가지씩 선택해서 올려놓고, 매월 1회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고객들로 하여금 가능한 다양한 스펙트럼, 그리고 새로운 와인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와인을 처음 접하거나, 와인을 하나씩 알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앙팡테리블은 더 없이 좋은 와인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음악(音樂)’이지 ‘음학(音學)’이 아니라는 말처럼, 술 역시도 즐기는 것이지, 공부하거나 배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알고 즐기면 그 재미가 더해지는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와인’이다.
10, 20대를 군산에서 보냈던 사람이라면 ‘군산 원도심’의 휘황찬란했던 그 시절과 자신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이 오버랩 될 것이다. 그만큼 개복동은 군산사람들에게는 추억과 애틋함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그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다시 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군산상권의 주류인 수송동이나 나운동이 아닌, 이제는 언저리로 밀려난 개복동에 앙팡테리블이 탄생하게 된 이유이다. ‘앙팡테리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저 주류에 편승해 가기보다는 ‘무서운 아이’의 ‘별난 짓’을 이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다. 자본의 힘에 의해 버려진 동네가 아닌, 맛을 알고, 멋을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