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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파이팅! 전 국민 건강보험!
글 : 좋은사람 좋은치과 이형재원장 / bolteck2@hanmail.net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전기세와 수도세가 그렇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전기 요금이 맞습니다. 우리 가정이 직접 전기를 사용했고, 사용한 만큼 금액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이 아니고 요금입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는데 전혀 관계도 없는 교육관련 비용을 내라고 국가에서 강제하는 것은 교육세금이지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국민이 납부하고 있는 건강보험료는 세금이 아니고 보험료입니다. 다만 국가에서 강제하고 조절한다는 특징이 있지요. 지난 번 글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이라고 했습니다. 전 국민이 반강제적으로(사실은 강제적이죠) 하나의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때문에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첫 째, 소득이 적은 사람은 적은 보험료를, 소득이 많은 사람은 많은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습니다. 자율적인 민간보험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렵게 말하면 소득의 재분배 효과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매월 100만원이 넘는 건강 보험료를 납부합니다. 무척 억울합니다.
둘 째, 병원 진료비를 국가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번 사랑니 예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복잡한 사랑니를 빼려면 200만원 넘는 진료비를 지불해야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기구와 재료를 사용하고 단지 한국에서 한국인 치과의사가 진료한다는 차이로 사랑니를 빼고, 꿰매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 등 모든 것을 포함하여 7만원도 안 됩니다. 솔직한 저의 생각은 7만원 진료비를 위해서 복잡한 사랑니를 빼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니를 빼는 과정과 간혹 생길 수 있는 부작용(또는 발생 가능한 의료사고), 그리고 “왜 나를 아프게 하느냐”고 따지는 분들 생각 하면 말입니다.
하지만 치과의사라는 의무감으로 오늘도 사랑니를 빼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지지자 또는 신자유주의 찬성론자 입장에서는 국가가 보험금을 정하고 진료비를 결정한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자국민 5명 중에 한 명은 의료보험이 전혀 없어 병원을 가지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관점의 차이일 뿐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대한민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 비교적 잘 시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월급통장에서 보험료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억울하고, 치과의사 입장에선 어른 앞니 빼는 진료비가 머리 깎는 비용보다(예를 든 것뿐입니다) 싸기 때문에 억울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