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대부분(85% 이상)의 사랑니는 음식물이 끼거나, 사랑니에 충치가 생기거나, 옆에 있는 어금니에 충치를 일으키거나, 잇몸이 붓고 아프거나, 역겨운 냄새가 나거나해서 결국은 빼게 된다고 했습니다. 사랑니를 빼야 한다면 언제, 어떻게 사랑니를 빼야할까요?
사랑니가 나는 과정에서 아프고, 붓는다면 얼마나 아픈 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주 괴로울 정도로 아프다면 잇몸을 째고 꿰매고 하더라도 서둘러 빼는 것이 좋겠고, 그냥 뭔가 찜찜한 정도라면 좀 더 기다렸다가 사랑니가 잇몸 밖으로 더 나왔을 때 빼는 것이 유리하겠습니다. 오늘 현재 사랑니 주위가 부어있고 아프다면 염증이 심하게 진행 중이라는 얘기겠지요. 이럴 때는 약(항생제)을 먹고 2-3일 기다려서 염증을 좀 가라앉히고 발치를 해야겠습니다. 염증이 진행 중에 있는 상황에서 발치를 하는 것이 사랑니 주변 박테리아들을 자극해서 염증이 극렬하게 진행하여 매우 괴로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니를 빼는 것은 아이들 젖니 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처가 생기게 됩니다. 당연히 젖니를 빼거나 간단한 충치치료와는 전혀 다른, 치과의사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치료이지요. 때로는 출혈과 통증이 심해서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매우 드물지만 누워있는 사랑니를 빼는 과정에서 아래턱을 지배하는 신경에 손상이 발생돼서 돌이킬 수 없는 의료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랑니를 빼기위해 10분이내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때로는 30분이 넘어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사랑니를 뽑히는 환자분도 죽을 맛이지만, 치과의사도 진땀 꽤나 흘리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어금니 뒤에 조그맣고 하얀 것은 앞에 어금니와 같은 크기의 사랑니가 옆으로 누워 있기 때문에 잇몸 밖으로 다 나오지 못하고 머리 일부만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니와 앞에 어금니 사이에 음식이 끼고 염증이 생겨서 통증 때문에 치과에 오신 20대 아가씨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사랑니를 빼기위해 어금니 크기의 2 배 정도 잇몸을 절개해야하고, 사랑니를 반으로 자르고 주위 뼈를 깎아서 사랑니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니를 다 빼고 나면 꿰매주어야 하지요. 쉽게 말해서 살을 째고 뼈를 깎는 상처가 남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손가락 마디 하나가 잘린 것보다 큰 상처가 남는 것이고, 상처의 크기만큼 통증이 뒤따르게 됩니다.
마취를 하고 나서 사랑니를 빼기 때문에, 발치 도중에 아프진 않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느낌이 유쾌하지는 않지요. 발치 후에는 반드시 통증이 따르게 되는데, 통증의 정도는 사람마다 동일한 자극에 대해서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다르고, 기존에 염증 정도, 상처 치유력, 사랑니 주인의 면역력 등등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랑니 빼고 나서 얼마나 아프지요?” 이런 질문에 정확한 결과를 말로써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별로 안 아픈데요, 괜히 걱정했어요.”에서 “간밤에 한 숨도 못 자고 죽는 줄 알았어요.”까지 사랑니 발치 후 환자분들 반응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환자분이 고통스러운 만큼 치과의사에게도 힘든 과정인 사랑니 발치 그래서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피해가고만 싶은 사랑니입니다. 사랑니를 빼준(나를 아프게 한) 치과의사를 원망하지 마시고, 어려운 치료를 해줘서 고맙다고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치과의사는 정확한 진단과 꼼꼼한 준비로, 환자분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쉽게 사랑니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