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풍선덩굴을 만난 곳은 전주 한옥마을이었다. 그곳은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도 아름다운 풍경뿐이었다. 골목을 지나던 중 대문 위로 뻗어 수없이 많은 방울을 달고 있는 풍선덩굴을 보고 반한 것이다.
두 번째 놀라움은 씨앗을 얻어 와 아파트 발코니의 좁은 틈에서 싹을 틔웠을 때였다.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모은 크기만큼이나 통통한 열매와 달리, 그 열매를 만드는 꽃은 아주 작아 깨끼손톱만 했다. 그 희고 작은 꽃이 어쩌면 자기보다 훨씬 큰 풍선 모양의 씨앗 방을 만들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했다.
또 하나 놀라운 건, 그 풍선 모양의 열매를 가로로 자르면 세 칸으로 나뉜 방이 나타나고, 그 안에 씨앗이 사이좋게 자리한다는 사실이다. 씨앗의 방은 넓고 안전하며, 예쁘고 다정하고 공평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오래 들여다보며 했다.
네 번째는 씨앗에 점 두 개를 찍고 밑줄 하나만 그어도 금세 원숭이 얼굴이 된다는 것. 아무것도 그리지 않으면 하트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 아이들과 함께 무엇이든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이면 씨앗을 받아 두었다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느 집 마당에 또 피어나 아이의 마음을 지닌 어떤 어른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할까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풍선덩굴도 독성이 있어 어떤 나라에서는 유해식물이나 잡초로 취급되어 마구 뽑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하고 일년초로 살다 사라지지만, 그 짧은 계절 동안 사랑받는 것도 풍선덩굴의 일생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